[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경기방송 폐업 1년여 만에 경기지역 신규 라디오 사업자 선정을 위한 의견수렴에 나섰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지속가능한 지역지상파 라디오 방송에 대한 조건으로 '정치·경제적 독립'과 '디지털 혁신'을 꼽았다.

6일 방통위는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경기지역 신규 라디오사업자 선정,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양한열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이번 토론회는 저희가 정책방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각계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마련됐다"고 밝혔다. 양 국장은 사업자 선정을 위해 경기 지역의 특성, 라디오 시장환경, 지역성·공공성 등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6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경기지역 신규 라디오사업자 선정,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방통위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정치경제적 독립과 디지털 혁신…신규사업자 결합판매 적용 안돼

토론회 참석자들은 경기방송이 수도권 주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종합편성 방송사이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분의 1 가량을 커버리지로 두고 있다며 필요성을 인정했다. 또한 토론회 참석자들은 경기방송의 재정·지배구조에 대해 의견 차이를 보였지만, 정치경제적 독립과 디지털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발제를 맡은 변상규 호서대 교수는 "우리나라 지역방송은 인기가 없다. 특히 지역경제규모가 작아 충분한 재원조달이 어렵다"며 "결합판매 공적재원 수혜를 받기도 어렵다. 이런 구조적 난관을 극복해야 할 책임이 지역방송에 있고,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는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를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군소방송사 광고와 결합해 판매하는 제도로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 지역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폐업 전인 2019년 경기방송의 방송매출은 66억 원으로 이 중 광고매출은 19억 원이다. 19억 원 중 17억 원(88%)은 결합판매를 통한 매출이었다. 문제는 현행법상 신규사업자는 결합판매제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충분한 재원 투자와 디지털 혁신 등 미래비전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게 변 교수의 설명이다.

또 변 교수는 옛 경기방송 사업자가 반복적인 '조건부 재허가' 끝에 방송허가권을 반납한 사례는 규제기관의 한계를 보여준다며 "그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올드미디어인 라디오는 뉴미디어화가 더디게 진행됐다"며 디지털라디오, 인터넷라디오, 스마트폰 앱 라디오 등 디지털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왼쪽부터)변상규 호서대 교수,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 최세정 고려대 교수 (방통위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재정적 안정성과 공익성을 함께 추구하기 위해서는 공영방송 모델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홍 교수는 "독자적인 라디오 매출액 가지고는 생존할 수 없다. 또다시 시장에서의 경쟁만으로 생존하는 민영사업자를 선정해 시장에 내놓는 것은 무책임하다"면서 "다만 공영미디어의 경우 정치적 독립성 문제가 부각될 것이다. 공익적 수요를 인정한 상태에서 허가한다면 허가시기에 있어서도 섬세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선택 시기가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가 언급한 '시기'는 내년에 치러질 대선을 의미한다. 경기도의회가 최근 의결한 '경기도 공영방송 운영·설치 조례안'은 경기도 공영방송 운영에 관한 권한 상당부분을 경기도지사에게 부여하고 있다.

광고 전문가인 최세정 고려대 교수는 민영사업자 선정에 무게를 두고 방송사 재원마련을 위한 디지털 혁신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보는 것은 결합판매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자적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운영가능한 역량이 있어야 한다"면서 "공공재원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자체적 역량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라디오라는 매체의 올드함에 매여있기보다 혁신적 기획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라디오가 광고매체로서 갖는 차별성으로 멀티테스킹, 접근성, 제작 용이성(지역 중소상공인 접근 용이) 등을 언급하며 "인간의 미디어 이용습관에 있어 음성 기반의 콘텐츠는 기본적 요구에 해당해 콘텐츠 가치가 크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연계를 통해 광고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결합판매 문제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정치경제적 독립 방안과 방통위의 정책방향 제시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결합판매 매출에 따른 광고매출 88%는 착시효과가 있다. 2019년 기준 경기방송 방송매출 66억 원 중 기타방송매출(교통정보 제공 대가 등)이 44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결합판매 매출 17억 원은 전체 방송매출의 25% 정도"라며 "이 정도의 액수는 팟캐스트, 유튜브, 어플리케이션 등으로 상성할 수 있다. 디지털플랫폼 활용 인력과 광고영업 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김 실장은 지역 방송이 지자체와 지역의회, 기업에 함몰되는 '정치·경제적 종속성'을 띠게 될 우려가 크다며 "지자체를 통한 수익을 최소화하고 인터넷 수익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공영방송 모델에 대해 "지역 공영방송은 재원의 독립성이 중요한데, 이번 경기도 조례안을 보면 여전히 '도영 방송' 프레임"이라며 "또 TBS와 같이 상업광고 허용이 안 될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왼쪽), 최은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방통위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특히 김 실장은 방통위가 정책방향을 먼저 제시해 경기방송을 둘러싼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경기 방송 정파가 벌써 1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방통위 공모가 실시되지 않으면서 공모 지연 이유에 대해 불확실한 정보와 다양한 추측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규사업자로 들어오는 경기방송에 대해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것이 공영이든 민영이든, 두 유형의 모델을 염두에 두고 조속히 공모 계획을 공개해 사업자들에게 일정에 맞춰 허가신청서를 구체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자 준비를 기다릴 것인가, 준비를 독려할 것인가. 이제는 공모를 늦추지 말고 사업자가 준비할 기회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전남과학대 교수)는 방통위의 사업자 공모 논의에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선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정책위원은 "소수만 공유하는 절차적 정당성만 따지지 말고, 경기도민에게 필요한 경기형 공영방송으로 가치가 충분히 있는지 신중히 고려되어야 한다"며 "최종 선정된 사업자가 평가항목과 기준에 따라 재승인 때까지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를 감시할 수 있는 근거가 공개돼야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절차적 정당성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했다.

"방통위 공모 준비됐나"… 방통위 "조속히 정책방안 마련할 것"

방청석에서 방통위의 사업자 공모 검토상황을 묻는 사업자·노동자·시민 질문이 이어졌다. 김용주 OBS 정책국장은 "민영방송사업자로 한정할 경우 토론에서 제시된 조건을 OBS가 수렴하고 있지 않나 싶다. OBS는 결합판매가 가능하고 지역 네트워크와 인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방통위측에 "언제 공모를 하냐"고 물었다.

소영선 전 경기방송 PD는 "완벽하게 준비된 사업자라는 것은 없고, 결국 방통위 관리감독이 중요하다"며 "오늘도 보면 여전히 공모를 언제 할 것인지,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 중이고 그만큼 방통위가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방안이 있냐"라고 물었다.

장주영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장은 "정파 이후 403일이 지났고, 공모 촉구 집회도 1년이 돼 간다"며 "방송권 자진반납 이후 후속절차 없이 공모도 안 나고 공백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의견으로 "방통위는 1년 내내 고민만 하나", "방통위는 1년 동안 99.9(MHz)에 대해 고민도 안 했던 것 같다", "사업자 공모 대체 언제하나, 이게 본질문" 등의 시민 반응이 나왔다.

김우석 방통위 지상파정책과장은 "도대체 언제 할 거냐는 질문, 99.9 주파수를 하루속히 돌려달라는 말씀으로 이해한다"며 "언제 공모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지만 방통위가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고, 멀지 않은 시일 내에 방통위가 생각하는 부분을 정리해 토론을 한번 더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양한열 방송정책국장은 "갑작스럽게 경기방송이 폐업한 이후 바로 다음날부터 정책방안을 만들 수는 없다. 오늘 나온 얘기들을 잘 새기고 참고해 정책방향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며 "다시는 실패하지 않는 방송사, 경기도민 시청자 이익을 위해 할 수 있는 방송사업자 선정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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