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한상혁)에서 경기방송 신규 라디오 사업자 공모를 위한 논의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진행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특정 사업자를 위해 공모를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상으로 경기방송이 자진 폐업한 지 1년이 넘어 방통위가 사업자 공모와 관련해 장고를 거듭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한 방통위 관계자는 사업자 공모 시행이 늦어지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공모시행 주체로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고 밝혔다.

2020년 6월 4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 촉구' 기자회견. 경기방송 노동자들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와 경기도의회 의원 40명이 참여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

'정치·경제적 독립성' 담보할 사업자는

경기방송에서 해고된 노동자들과 시민사회, 경기도의회의 일치된 의견은 지역성과 독립성을 담보한 '경기도형 공영방송'의 설립이었다. 지난해 6월 4일 경기방송 노동자들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새로운 99,9MHz 추진위원회'와 경기도의회 의원 40명이 공동개최한 기자회견의 주된 내용이다. 이들은 경기도 예산으로 운영되면서도 경기도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난, '소유·경영 분리'의 모범이 되는 지역 공영방송 설립을 강조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경기도형 공영방송' 모델은 '도영 방송' 논란에 휩싸여 있다. 경기도의회가 지난달 의결한 '경기도 공영방송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은 입법예고 단계에서부터 방송운영에 관한 권한 대부분을 경기도지사에게 일임해 '도영 방송' 논란을 촉발시켰다. 조례안은 상임위 논의를 거치면서 되려 독립성이 더욱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례안 초안은 도지사의 권한을 경기도 공영방송 대표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경기도 공영방송 대표가 방송운영규정을 정할 때 도지사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는데 최종 의결된 조례안은 '공영방송 대표' 위임 조항이 삭제됐다. '도지사는 필요한 경우 방송운영규정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새로 규정했다. 조례안 의결 과정에서 전문가·시민사회 의견수렴 절차는 본회의 의결 직전 한 차례에 불과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경기도의회 국중범 의원은 노동시민사회 비판에 조례안을 일단 통과시킨 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개정안 발의는 되지 않고 있다.

이는 경기도의회 제안에 따라 경기도가 실시한 '경기교통방송 운영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와도 크게 상이한 내용이다. 해당 연구용역 보고서는 '시민참여형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의 '경기도민 교통방송' 설립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보고서는 경기도민 교통방송의 정치·경제적 독립을 제도적으로 구축할 것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그러나 경기도의회의 조례안 의결로 해당 연구용역 결과는 사실상 폐기됐다.

경기방송 사옥 전경 (사진=경기방송)

지자체가 아닌 일반 방송사업자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사업자는 경인지역 지상파 OBS와 보도전문채널 YTN으로 알려져 있다. OBS측은 지난 6일 방통위 토론회에서 "민영방송사업자로 한정할 경우 토론에서 제시된 조건을 OBS가 수렴하고 있지 않나 싶다"면서 방통위측에 "언제 공모를 하냐"고 직접 묻기도 했다.

이날 방통위 토론회에서 강조된 내용은 '정치·경제적 독립', 그리고 '디지털 혁신'이었다. 그러나 OBS는 그간 제작비 투자, 소유경영분리, 본사 인천 이전 등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조건을 불이행하고 대주주 세습, 부적절한 인사, 인력감축, 비정규직 해고 등 각종 논란이 더해져 인천시민사회로부터 질타를 받아왔다. 2019년 제작비 투자 미이행 등으로 '허가 취소' 조건의 재허가를 받은 OBS는 2016년 제작비 투자 재허가 조건도 이행하지 못해 지난해 10월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YTN의 경우 한국전력, 한국마사회 등 주요 공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공적 성격의 언론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독립성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KBS·MBC 등 공영방송과 같이 지배구조가 정치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지만 과거 이명박 정부 YTN '낙하산 사장 임명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사장 선임에 정치적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구조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여야 상임위원 불문 "사업자 공모 신속·투명하게"

26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김효재 상임위원은 "어제 언론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찾아와 (경기방송 공모를)빨리 해달라 하소연을 하더라. 지난 6일 경기방송 어떻게 해야할 지 토론회 개최한 바 있는데, 그 때 방송정책과장이 곧 추가 토론회 열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얘기했다"며 "여러 이유를 종합해봤을 때 빨리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운을 뗐다.

김효재 상임위원은 "언론노조위원장이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오해를 하고 있더라. 특정 사업자가 방송을 준비하게 하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방통위가 시간끌기 하는 것 아니냐는 내용"이라며 "그런 불필요한 오해가 나오는 상황에서 5월 2차 토론회 한다고 약속했지만 벌써 5월 말이다. 방통위가 원칙을 만들고, 관심 보이는 사업자들이 많으니 원칙에 따라 심의하고 사업자 선정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이어 김효재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늦어지면 노동조합으로서 활동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도 하더라. 방통위가 최선을 다 할테니 자제해달라 얘기했다"며 "언론노조에 사무처가 경과를 조속히 알리고, 한편으로는 소통하는 자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 부위원장은 "경기방송 문제는 전례없는 상황이다. 경기방송 정상화를 위해 방통위가 잘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뤄진 것으로 기억한다"며 "(사업을)하고자 하는 방송과 경기도가 있고 언론노조도 얘기하니 너무 늦지 않게 조속한 형태로 잘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 부위원장은 "경기방송 폐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종사자들에게 다른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방통위가 불필요한 오해 입지 않도록 잘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룡 상임위원은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은 제때 정보가 공급되지 않아 생겨나는 것"이라며 "아마 우리 실무차원에서 준비를 많이 해 그런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 좀 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정보제공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지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지난 번 토론회 통해 수렴된 의견을 가지고 방통위가 허가관련 일정과 주요 고려사항을 정리한 뒤 공청회를 거쳐 확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지금 내부안이 준비되고 있고, 준비되는대로 가급적 빨리 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