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차기 정부 미디어 정책 개선 논의가 이해관계자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시민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는 9일 한겨레 칼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언론미디어 정책을 기대하며>에서 "언론미디어 개혁은 왜 공론장이 아닌 그들만의 리그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라며 "시장행위자, 사업자, 이해관계자 중심의 정책보다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익을 위한 투명한 언론미디어 공약과 정책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열린 민주언론시민연합 '제20대 대선 미디어정책 과제 발표' 설명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유튜브 화면 갈무리)

최 교수는 "제도 개혁을 위해 꾸려지는 협의체, 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등 수많은 논의 구조의 출범 소식은 쉽게 접해도, 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하고자 노력했는지, 마무리 활동과 결말은 어떠했는지 알고자 해도 알기 어렵다"며 일례로 지난달까지 이어진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이하 언론미미디어특위)를 들었다.

최 교수는 "무려 8차 회의를 한 국회 언론미디어특위의 의제는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여야 공방으로 소위원회 구성은 결렬되었고, '미디어 거버넌스 개선'과 '미디어 신뢰도 개선' 분과를 현업인 자문위원회로 구성한다고 한다"며 "느리게 점진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민주적 의결 절차로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관계자끼리 옥상옥의 공회전이 아닐까 냉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최 교수는 "언젠가부터 유행인 정부 부처의 '연구반'은 시민사회와 논의 과정을 공유하기보다는 비밀결사대처럼 활동한다"면서 "제도 개혁에 대한 철학과 당위가 부재한 채 이해관계자 중심의 단발성 제도 개선으로 대응하다보니 과정은 관행화되고, 개혁의 본질보다 이해관계자 요구에 맞는 파편화된 논의만 잔향으로 남는 게 아닐까"라고 밝혔다.

한겨레 2월 9일 <[미디어 전망대] 사회적 합의된 언론미디어 정책은 어디에>

지난해 하반기 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하자 야당과 언론단체가 반발했다. 여야는 본회의 처리를 보류하고 국회 언론미디어특위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특위에서 논의주제가 언론중재법, 정보통신망법, 방송법, 신문법 등 제도 전반에 관한 개선방안으로 대폭 확대됐으며 정당만으로 구성된 특위의 활동기한이 지난해까지로 한정된 데다 대선정국이 펼쳐져 실효성 논란이 지속됐다.

결국 특위는 '빈손'으로 활동 시한을 대선 이후로 연장했다. 지난달 19일 특위 활동이 재개됐지만 시작부터 소위원회 구성 합의에 실패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정국을 이유로 소위 구성에 반대했다. 거대양당은 논쟁 끝에 특위 아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이번엔 자문위에 국회의원이 참여하느냐를 두고 입장이 엇갈렸다. 특위 논의 과정에서 여야가 공통된 의견을 보인 주제는 '포털 개혁'뿐이다.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한 미디어개혁을 주장해 온 언론현업단체와 시민사회는 국회 바깥에서 '언론자유와 언론피해구제'를 주제로 사회적 논의 기구를 발족시켰다. 언론현업5단체는 시민사회·언론학계·법조·언론현업에서 각 4인을 추천해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위원회'를 구성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달 '대선 미디어정책'을 발표하면서 "시민이 중심이 되는 미디어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기구인 가칭 '미디어개혁위원회' 설치를 촉구했다. 김서중 민언련 공동대표는 "미디어정책이 사업자나 정부부처의 '타협의 산물'로 끝나면 안 된다"며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럽 47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는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CoE)는 공영방송의 원칙을 논의해 권고사항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은 공영미디어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보고서 '스몰스크린:빅디베이트' 발간 과정에서 전문가뿐만 아니라 100명 이상의 이해관계자, 4000명 이상의 설문조사응답자 등의 참여를 보장하고 각 지역 워크숍을 거쳤다.

학계에서도 미디어 정책이 사회적 합의 없이 설계된 게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지난해 10월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디지털미디어 시대의 규범과 가치' 세미나에서 정영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정으로서의 정책·거버넌스를 얘기해야 한다. 미디어의 범위가 애매해지고 공공성이 확장되는 현재 어느날 갑자기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달 방송학회 주최 '미디어 공공성 회복을 위한 제도 정립 방안' 세미나에서 최용준 전북대 교수는 "사회적 합의를 하지 않았는데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공영방송 제도를)그렇게 만든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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