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다음주 활동 종료를 앞둔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 가능한 사안은 '포털 개혁'뿐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국회 언론특위의 여야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주요 안건에 대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언론특위 출범 때부터 예고된 바다. 언론특위는 28일 마지막 회의에서 언론중재법·정보통신망법 논의를 실시한 후 결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 언론특위 21일 회의에서 여야 모두 포털에 종속된 언론을 지원하고, 기사배열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70% 이상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며 “하지만 포털 뉴스 품질 평가는 좋지 않다. 자극적 뉴스가 포털에서 난무하는데, 포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만약 포털이 뉴스 편집 권한을 행사한다면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한다”며 “아웃링크로 갈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알고리즘 전면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문가 공개검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면서 “알고리즘은 전체 공개를 해도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다. (전문가 검증이 가능하도록) 검토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희 장관은 “알고리즘을 공개하면 언론사가 이를 어뷰징할 수 있다”면서 “정 의원 말처럼 전문가 검증단이나 위원회가 설치돼 검증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라고 답했다.

여야는 전면 아웃링크화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이에 문체부는 언론사가 아웃링크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아웃링크를 전면 도입하면 언론사가 적응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제도적으로 뒷받침된 것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황희 장관은 “(제도적 지원책은) 없다”면서도 “지원책은 매우 필요하다. 홈페이지 구성이나 서버 용량 증설 등의 환경이 마련돼야 아웃링크가 본래 취지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황희 장관에게 “언론이 포털에서 독립하기 위해선 아웃링크 도입이 시급한데, 포털에서 보고받은 게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황 장관은 “포털과 협의는 안 한다”면서 “하지만 대화를 나눠볼 필요는 있다. 포털은 뉴스와 관련해 세간의 지적을 받고 있으므로 (뉴스 서비스를) 계속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카카오 뉴스 입점·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제휴평가위원회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희용 의원은 “제휴평가위에 지역언론의 특성이 더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역 인사가 제휴평가위원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서 의견을 전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황희 장관은 “지역언론 활성화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정부가 (제휴평가위에) 충분히 권고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카카오는 최근 아웃링크 전환을 시도했다”며 “카카오가 전면 아웃링크를 실시하면 제휴평가위에 네이버 혼자 남게 된다. 제휴평가위가 유명무실해지는 건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황희 장관은 “포털에 의견을 물어보겠다”면서 “제휴평가위 논의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카카오 (사진=연합뉴스)

김의겸 “포털 퇴출된 연합뉴스 중심으로 공영포털 구상해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최근 포털에서 제휴 강등된 연합뉴스를 구심점으로 하는 공영포털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자극적 기사를 포털에서 우선 노출하고 있다면서 “선정적인 기사가 그대로 노출되는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의겸 의원은 “과거 공영포털이 실패한 이유는 대형 언론사가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퇴출됐다. 연합뉴스가 포털이라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나왔는데, 이를 기반으로 공영포털을 운영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공영포털 관련 예산 10억 원(연구용역 9억 원, 포럼 1억 원)을 신청했는데,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신문법에서 기사형 광고 과태료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기사형 광고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은 과태료 규정을 부활시키는 것”이라면서 “문체부는 기사형 광고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고, 연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황희 장관은 “기사형 광고에 대한 최대한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용역을 실시하고 관련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KBS·MBC·EBS 등 공영방송 3사 사옥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동상이몽'

여야는 이날 회의 막바지까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장·이사 국민추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필모 의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이사회가 (정당 대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면서 시민추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대 민주당 의원은 “과거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에 개입해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공영방송 노동자들이 파업해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이 정치권에 예속되는 현상을 바꿔야 한다.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KBS가 수신료 인상을 결정하면서 실시한 공론회위원회는 모범사례로 꼽힌다”며 “이사 추천도 시민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실시하면 ‘정치권력의 독립’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현행 체제를 유지해도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허은아 의원은 “국민추천방식이 개선안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현행 구조를 보면 300명의 국회의원이 (공영방송 이사를) 결정하는데, 이거보다 좋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소수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당 최형두 의원은 “일부에선 국민이 공영방송 사장을 뽑게 하자고 하는데, 선별된 국민이 전체 국민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가”라면서 “그동안 국회가 (인사권을 발휘)한 건 대표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의제를 통해 국회가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김승수 의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나오는 것은) 지금의 공영방송 책임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라면서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중립성을 보호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수신료 거부운동 등이 일어나는 걸 보면 국민이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21일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 현업단체 기자회견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특위는 28일 회의를 끝으로 일정을 종료한다. 이와 관련해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현업단체는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참여 공영방송법을 최우선 처리하고 언론특위 기한을 연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대선 후보들은 방송에 대한 정치 불개입을 공언하고 있다”며 “집권 후 말 바꾸기를 원천 차단하고 공영방송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을 위해 대선 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최우선 처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언론특위는 활동 기한을 내년까지 연장하고, 이를 통해 공영방송법에 대한 합의안을 반드시 도출하라”며 “연내 국민 참여 공영방송법 개정을 공언했던 민주당부터 당내 단일 안을 제출하라. 국민의힘은 철 지난 민영화 타령을 중단하고 시민참여 공영방송법 제정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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