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상파방송 경기방송의 초유의 폐업 결정이 결국 방송사 대량해고 사태로 이어졌다. 7일 해고 1일차를 맞은 경기방송 구성원들은 부당해고를 호소하며 일방적 폐업을 결정한 이사회를 규탄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먹튀 방송사업자를 막을 수 있는 방송법 개정안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3월 16일 방송업 폐업을 결정한 경기방송은 같은 달 30일 0시를 기점으로 방송을 종료하고 5월 7일자로 직원 정리해고를 예고했다. 이에 경기방송 노사는 정리해고를 앞두고 7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했지만 무급휴직, 기본급 100% 유급휴직, 1~2명의 청소·경비업종 채용 등의 제안을 이어나가는 사측에 대해 노조측은 분노했다.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폐업 이유로 드는 사측에 노조는 경영정보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공공기관이 아님에도 "정보공개 청구를 하라"고 하기도 했다. 방통위의 '조건부 재허가' 과정에서 각종 경영상의 문제가 불거진 경기방송이 정부, 노조의 경영 개입 등을 이유로 들어 폐업을 결정한 지 5개월여만에 경기방송 직원들은 길거리로 내몰렸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도 경기방송의 자진폐업을 막을 수 없었다. 방송법상 방송사업자는 폐업 시 방통위에 신고만 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경기방송에 경기도민 청취권 보호를 위해 새로운 방송사업자 선정 시까지 방송유지를 요청했지만 경기방송은 폐업을 고수했다.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는 7일 수원 경기방송 사옥 앞에서 "해고는 살인"이라며 '부당해고·부당폐업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경기방송지부 조합원 전원은 해고됐다. (사진=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는 7일 수원 경기방송 사옥 앞에서 "해고는 살인"이라며 '부당해고·부당폐업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주영 경기방송지부장은 "오늘이 오고야 말았다"며 " 23년간 헌신한 직원들이 단 한순간에 내쳐졌다. 청취자에 대한 의리도 없었다"며 사측을 비판했다.

장 지부장은 "20년 간 경기방송에는 적자가 없었다. 직원 임금을 동결하고, 제작비를 깎고, 프리랜서 임금을 줄여가며 만든 흑자"라며 "그렇게 자본잉여금만 130억 원인 회사다. 경기방송 사주가 주장하는 '경영상 이유', 일괄 해고는 1%도 이해하기 어렵다. 끝까지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방송 개국과 함께 23년간 일해온 보도국 최일 기자는 "직원들이 각자의 꿈을 뒤로한 채 하루 아침에 거리에 내몰려 실업자로 전락했다"며 "이윤만 추구하는, 방송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자는 이 많은 직원들과 가족들을 무책임하게 버렸다. 도민 여러분께 도민의 청취권이 다시는 훼손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문정진 경기방송지부 조합원은 "사측은 지상파 방송의 공적 의무를 뒤로하고 사적 이익만을 내세워 '먹튀'했다"며 "지역성과 공익성에 충실한 참다운 지역방송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방송노동자들의 꿈은 자본의 힘에 무참히 무너져 내렸다"고 토로했다.

오정훈 언론노조위원장은 "오늘 20여명의 조합원이 해직된 날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도 해직자는 21명밖에 없었다"면서 "노조의 경영개입이니 지자체의 언론탄압이니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가면서 부동산 임대업, 사내 유보금 등 이익만을 추구한 폐업이었다. 이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규탄했다.

경기방송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방통위에 방송사업자의 일방적인 자진폐업을 막을 방송법 개정을 호소했다. 경기방송지부는 "재허가를 해달라고 간청할 땐 언제고, 재허가 서류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방송사업을 반납하는 사업자"라며 "지역방송의 존재 이유, 경기도민의 청취권 보호를 인식하지 못하는 방송사업자에게는 철퇴를 내릴 수 있는 근거법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경기방송 새 사업자 선정은 방통위의 공모 절차가 시작되지 않아 정파 후 한달여가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방통위는 신속한 신규 방송사업자 선정과 방송사업자 폐업 관련 제도개선 추진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지역 언론시민사회는 지역 공공성을 핵심가치로 한 새로운 경기방송 설립을 위해 '새로운 99.9MHz 추진위원회' 결성을 제안했다. 새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경기도민 청취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업자 선정을 위해 시민들이 함께 나서자는 제안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