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경기도 공영방송 운영·설치 조례안이 29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방송 독립성이 우려된다는 언론시민사회의 비판은 형식적인 의견수렴으로 남게됐다.

이번 조례안은 경기도 공영방송의 권한 상당부분을 경기도지사에게 부여하고 있다. 도지사는 방송편성책임자 임명, 방송편성규약 제정, 방송광고, 협찬고지 등의 업무권한을 갖고 있다. 도지사는 경기도 공영방송의 효율성·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재단법인으로 전환해 운영할 수 있고, 재단법인 전환 전이라도 공영방송 사무 일부를 방송 전문기관에 위탁해 운영할 수 있다.

재원은 도지사의 '공영방송운영 특별회계'설치 권한으로 충당된다. 비용추계서를 보면 향후 5년 간 관련 비용은 방송국 개국일을 2022년 5월로 전제했을 때 약 50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조례안은 도지사의 권한을 경기도 공영방송 대표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경기도 공영방송 대표가 방송운영규정을 정할 때 도지사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조례안은 '공영방송 대표' 위임 조항이 삭제됐다. '도지사는 필요한 경우 방송운영규정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구 경기방송 사옥 전경 (사진=경기방송)

해당 조례안은 제정과정에서 사회적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조례안의 내용이 경기도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져왔지만 경기도의회는 조례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실상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밟았다.

지난 26일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어떤 법령이 상임위를 거치고 난 다음 토론회를 하는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구자 개인으로서, 언론노조 공식입장으로서 이번 조례안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실장은 경기도지사가 사실상 방송사 대표의 거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사업을 위탁할 경우 방송 독립성과 구 경기방송 노동자들의 고용승계가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실장은 '공영방송 대표' 위임 조항이 상임위 의결과정에서 빠지면서 독립성 우려가 깊어졌고, 조례안 제정 논의에서 시민이 배제됐다고 강조했다.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조례를 개정·보완하겠다고 했지만 내년에는 선거가 두 번이나 있다. 실질적으로 경기도 의원들은 하반기부터 이런 활동은 못하게 될 것이고, 경기도 담당부서 역시 일이 많아질 것"이라며 "숙의를 거쳐 법안을 잘 만들어도 누더기법이 되는 현실에서 '열심히 보완하겠다'는 답으로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국중범 경기도의원은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조례를 '개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회 본회의 (사진=연합뉴스)

조례안은 경기도의회·경기도의 연구용역 결과와도 상충된다. 해당 연구결과는 경기도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경기도민'의 참여를 보장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가 경기도의회 제안에 따라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에서 연구진은 '시민참여형 재단법인' 형태의 경기교통방송 설립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독립법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법적으로 보장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자체로부터의 독립성과 방송 편성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결과는 정치·경제적 독립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연구진이 제안한 경기교통방송 지배구조안을 보면, 총 9인의 이사회는 경기도민 추천 4인, 경기도 추천 2인, 경기도의회 추천 2인, 방송통신위원회 추천 1인 등으로 구성된다. 연구진은 경기 교통방송의 정체성을 '경기도민 교통방송'(GCTB, GyeongGi Citizen Traffic Broadcasting)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이번 조례안 제정으로 해당 연구결과는 사실상 폐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성명에서 "특정 방송사업자나 재단법인이 아니라 도지사가 방송의 편성, 편성규약부터 방송프로그램 심의기구와 시청자위원회까지 제정하고 임명하는 ‘도영 방송’"이라며 "‘공영방송’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 조건인 재단법인으로의 독립 방안도 임의 규정으로 돼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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