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6대 언론관계법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노웅래 의원은 토론회 발제자로 참여해 “입법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건 과도한 우려”라고 했지만 토론자들은 “법이 언론계와 시민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법안 수정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관계법은 언론사·포털·1인 미디어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발생시킨 댓글을 제한조치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정정보도 시 원 보도의 2분의 1 이상 크기·분량으로 배치하는 것을 강제하고 피해자에게 '기사 열람 차단청구권'을 부여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범위에 방송을 포함하는 형법 개정안 등이다.

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는 최근 언론관계법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미디어·언론상생TF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해 법 적용 대상을 ‘이용자 또는 언론중재법·신문법상 언론’으로 변경하고 정보가 명백한 허위사실일 경우에만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TF는 댓글 차단제와 관련해 차단 범위를 전체 게시판에서 개별 댓글로 한정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댓글 심의 업무를 맡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TF는 출판물 명예훼손 범위에 방송뿐 아니라 SNS·유튜브를 추가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언론개혁입법에 대한 긴급 토론회'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이와 관련해 노웅래 의원은 2일 열린 ‘언론개혁입법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해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언론사가 허위보도를 해도 중과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는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악의적인 허위왜곡 보도에만 해당된다. 이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법인가”라고 밝혔다.

노 의원은 “입법을 통해 손해배상금을 올린다고 허위왜곡정보를 차단할 순 없지만 (허위왜곡정보) 예방과 억지력을 제고할 수 있다”며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을 때 피해 구제책을 마련하는 게 맞다. 국민이 열망하는 시대적 과제를 만들어줄 때가 됐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그동안 미디어 관련 입법은 소리만 크고 요란했다”면서 “이번에는 목소리만 키우는 게 아니라 책임감을 느끼고 입법해보자는 것이다. 가짜뉴스 처벌에 대한 필요성을 시민사회단체가 공감하는 만큼, 예쁘게 봐주고 문제가 있으면 정확하게 지적해달라”고 했다.

양기대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말 그대로 글자에 불과하다”며 “기사에 공익적 목적이 있고 반론을 보장해주면 책임은 면책된다. 민주당이 의도를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다면 잘못된 것이지만, 명백한 허위정보 유통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발의하는 법안은 명백한 허위정보를 근절하는 초보적인 단계”라며 “기본적 단계마저 논란이 됐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유용한 대안일 수 있지만, 전략적 봉쇄소송을 막는 방안이 만들어져야 하고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 제도 폐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민주당은 손해배상액를 높여 피해 구제를 강화할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보다는 법원 위자료 산정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안이 타당하다. 법이 통과돼 배상액이 높아진다고 해도 법원 판결액이 비례해 늘어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준현 언론인권센터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취지는 찬성한다”면서 “하지만 출발점이 잘못됐다. 1인 미디어·유튜버보다 기성 언론에 대한 제도를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정보통신망법이 아니라 언론중재법을 통해 마련돼야 한다"며 "모든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면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21대 국회에 형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는데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법안은 발의되지 않았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 이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은 “민주당의 언론관련입법이 진짜 언론 피해자 구제를 위해 만들어진 법인가”라며 “일반인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까. 정치인이나 재벌 등 법적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라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위원은 “민주당은 언론중재위원회의 문을 일반인에게 넓히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개정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노웅래 의원은 “봉쇄소송은 과도한 우려”라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손해액의 3배를 배상하는 내용이다. 언론사 취재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 의원은 “사실로 믿을만한 근거를 기반으로 취재했다면 처벌받을 이유가 없다”면서 “정상적인 언론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 의원은 언론중재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규율한 것과 관련해 “의도는 없다”면서 “법 체계상 한계는 있지만, 기사와 정보가 생산된 후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기에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피해구제를 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의원은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플로어에서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민주당의 법안은 중구난방으로 수정됐다”며 “설익은 법안을 왜 성급히 강행하려 하는가. 법이 시행된다면 자유로울 수 있는 네티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양재규 언론중재위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상 이용자 범위에 언론이 포함된다면 언론사는 다른 제도의 적용을 받을 것”이라며 “가령 임시조치 제도 범위에 기사가 포함될 수 있다. 언론중재법을 통해 언론사를 규제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양기대 의원은 손지원 변호사 지적에 대해 “언론 관련 피해자 입장에서 법안을 추진했다”며 “여론 수렴 과정에서 당사자 입장을 유연하게 수용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웅래 의원은 “법안과 관련해 다툼이 있다면 입법 과정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며 “법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언론개혁입법에 대한 긴급 토론회’는 노웅래 의원실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회자는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발제자는 노웅래 의원이다. 토론자는 김동원 언론노조 전문위원, 김동찬 언론연대 사무처장, 김준현 언론인권센터 변호사, 양기대 의원, 이용성 한서대 교수,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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