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6대 언론관계법’ 중 댓글 차단권을 신설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으며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라는 차단 조건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양기대 의원실 박상현 수석보좌관은 “근거 없는 비방과 욕설에 대해서도 표현의자유를 허용해줘야 하는가”라면서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언론법학회는 25일 민주당의 6대 언론관계법 중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발생시킨 댓글이 게재될 경우 피해자 요청에 따라 게시판 운영을 제한 조치하는 양기대 의원안, 언론사·포털·1인 미디어 등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윤영찬 의원안 등이 대상이다.

(사진=연합뉴스)

"양기대 의원안은 전형적인 과잉규제"라는 비판이 거셌다. 댓글 차단 범위를 게시판 전체로 확장하는 것은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양기대 의원안이 통과되면 사업자는 ‘댓글로 피해를 봤다’는 이용자 주장만 있으면 게시판 전체를 닫아야 한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기대 의원안이 입법화되면 헌법재판소가 임시조치제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임시조치제도 범위를 개별 게시물에서 게시판으로 확장한 것은 과잉금지원칙과 관련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라는 조건 역시 법률적으로 사용하기 쉽지 않다”면서 “중대한 침해가 뭔지 법적인 해석을 도출하기 쉽지 않다. 이용자가 ‘중대한 침해를 받았다’면 댓글을 다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양기대 의원안에 정보 게시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 요청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임시조치제도는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을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다”면서 “현재 임시조치제도에는 게시자의 반론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 양기대 의원안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악성댓글에 대한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 “하지만 목적이 정당하다고 모든 수단이 정당화될 순 없다. 규제 법안은 명확성을 갖춰야 하는데 규제 편향으로 갈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댓글 게시판에는 독립적인 권리자(댓글 게시자)가 존재한다”면서 “소수의 표현물에 의해 게시판 전체가 차단되는 건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황 교수는 “임시조치제도는 표현자(게시자) 입장에서 불리한 제도”라면서 “게시물을 규제하기 위해선 불법 대상 범위가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에 대해 박상현 양기대 의원실 수석보좌관은 “악성댓글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면서 “악성댓글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 있지만 실질적인 문제해결은 부족하다. 악성댓글은 공론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 보좌관은 “근거 없는 비방과 욕설에 대해서도 표현의자유를 허용해줘야 하는가”라면서 “댓글 창을 막는다고 해도 이용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많다. 언론사 댓글 게시판 중 한 곳이라도 막아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보좌관은 과거 마스크 유통업체 지오영의 컨설팅 업무를 담당할 때 있었던 사례를 소개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가 지오영을 마스크 유통업체로 선정하자 일부 언론과 누리꾼은 “지오영 대표와 김정숙 여사가 숙명여대 동문이라서 특혜를 받았다”, “지오영 대표 남편은 마스크를 판매하는 홈쇼핑 대표”라고 보도했다. 이는 모두 허위조작정보였다.

박 보좌관은 “지오영과 관련해 허위 댓글, 비방 블로그·카페 게시물이 난무하자 대표가 댓글을 지울 수 있냐고 부탁했다”면서 “하지만 댓글을 삭제하기 위해선 일일이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댓글 40%는 삭제가 안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 보좌관은 “‘공산주의 독재 정부와 지오영을 수사해야 한다’는 댓글은 삭제되지 않았다”면서 “비판의 대상이 정부라는 이유에서다. 댓글 피해자가 일일이 삭제 요청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언론사·포털·1인 미디어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윤영찬 의원안에 대해서 명확성의 원칙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황성기 교수는 “윤 의원안은 광범위하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상이 되는 불법 정보라는 개념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윤 의원안은 적용 대상을 ‘이용자’로 규정했는데, 언론사뿐 아니라 일반인도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용자와 이용자 간 표현행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상이 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조소영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명예훼손 표현에 대한 처벌 수단으로 삼기 위해선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삭제해야 한다”면서 “현행 규정이 있는 상황에서 윤 의원안이 통과되며 이중처벌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황용석 교수는 “이용자와 사업자의 자율규제가 우선”이라면서 “근본적으로 혐오와 차별 표현이 없어지기 위해선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항부 박사는 “윤영찬 의원안은 의도적 허위사실로부터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서 “사실과 비사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건 맞지만, 이 문제 때문에 법적 규제를 하지 못한다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 윤 의원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위해 고의성 여부, 피해구제 노력 정도를 고려하기 때문에 사상의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김 박사는 “또한 사법부가 결정하는 손해배상 액수를 고려한다면 윤 의원안이 징벌적 성격을 가진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법률안의 쟁점 - 온라인 표현과 책임’ 토론회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법률안의 쟁점 - 온라인 표현과 책임’ 토론회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언론법학회가 25일 공동 주최했다. 사회자는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자는 황성기 한양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토론자는 김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항부 박사, 박상현 양기대 의원실 수석보좌관,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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