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뒷북 탈당'이 21대 대선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비판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문수 대선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중대한 결단'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대선을 2주 앞두고 사과와 반성 없이 당을 떠난 게 중도 외연 확장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하자 '계몽령' 김계리 변호사가 국민의힘에 입당 신청을 내는 등 '탄핵의 강'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4차 공판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단=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4차 공판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단=연합뉴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라며 "김문수에게 힘을 모아달라. 여러분의 한 표는 이 나라 자유와 주권을 지키고 번영을 이루는 길"이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당과 김문수 후보를 위해 아주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며 "앞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9회말 2아웃의 역전 만루 홈런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전까지 '떠밀리듯 탈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윤 전 대통령이 탈당을 전격 선언한 배경에는 여론조사 결과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6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도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 51%,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29%,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8%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TK(대구·경북) 지지도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34%, 김문수 후보 48%라는 결과가 나왔다.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이재명 후보 41%, 김문수 후보 39%였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도 앞자리가 '2'가 나온 것, 민주당 대선 후보 TK 지지도 앞자리가 '3'이 나온 것을 두고 이례적인 결과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13~15일 전국 유권자 1004명 전화면접 조사. 응답률 16.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전 대통령 탈당 선언 전까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오전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주말까지 탈당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해 탈당을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MBC '뉴스외전' 인터뷰에서 돌연 "어제부로 우리 당의 의지를 보여드렸고 탄핵의 강은 넘어갔다고 생각이 든다"며 "대통령의 결정 여부는 이제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5·18민주묘지에서 기자들에게 "인위적인 탈당이나 강제 출당은 또 다른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맡았던 김계리 변호사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사진=연합뉴스, 김계리 변호사 페이스북)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맡았던 김계리 변호사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사진=연합뉴스, 김계리 변호사 페이스북)

윤 전 대통령 탈당을 선언한 17일 '저는 계몽되었습니다' 발언으로 대표되는 김계리 변호사가 국민의힘에 입당 신청을 했다. 김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생애 처음 당적을 가지기로 하고 국민의힘에 입당 신청했다"며 김문수 후보 유세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으로 활동한 후 '윤어게인(Yoon Again) 신당' 창당을 발표했다가 유보한 바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비상계엄 옹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40년 지기' 석동현 변호사는 국민의힘 선대위 시민사회특별위원장에 임명됐다. 석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하자 선대위 직책을 내려놨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하나회 출신 신군부 세력의 핵심이자 5·18민주화운동 진압을 주도한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논란이 일자 취소했다. 

19일 동아일보 기사 <尹, 계엄 사과없이 ‘뒷북 탈당’… 국힘 내부 “효과 크지 않을 것”>에서 한 재선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탈당은 만시지탄"이라며 "시점이 늦기도 했고,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나 탄핵 사태에 대한 사과도 하지 않았기에 중도 외연 확장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영남권 국민의힘 의원은 "뒷북 탈당은 국민이 보기에는 '눈 가리고 아웅'으로밖에 안 보일 것"이라며 "대선 국면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칼럼 <尹 반성 없는 탈당, 김문수에게 얼마나 도움 될까>에서 "윤 전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탄핵 국면 당시 자신의 지지율이 40∼50%에 달했기 때문에 자신이 당적을 유지하는 것이 김 후보의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주변에 내비쳤다고 한다"며 "이중삼중 '확증편향'의 벽으로 둘러싸인 윤 전 대통령의 이런 '자아도취적 착각'도, 거듭 확인되는 충격적인 수치 앞에서는 결국 '현타'(현실자각 타임)가 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 주간은 "이제 중요한 것은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 김 후보의 불리한 판세 극복, 특히 중도 확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며 "아무리 이리저리 둘러봐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천 주간은 "(윤 전 대통령은)자신의 탈당이 구국(救國)과 구당(救黨)의 ‘용단’이라도 되는 것처럼 포장했다. 이래서야 12·3 비상계엄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강한 중도층에 무슨 ‘감흥’을 줄 수 있겠는가"며 "하물며  위헌·위법한 계엄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을 당한 윤 전 대통령에게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수호를 말할 자격이나 염치가 있는가"라고 했다. 천 주간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한 과오를 반성하고 사과하기 전까지는 어떤 말과 행동도 ‘역효과’만 날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한뷰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한뷰스)

세계일보는 사설 <궁지 몰린 尹 뒷북 탈당,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에서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절연이 대선 이슈로 부상한 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커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의 3분의 1이 다 되어서야 탈당이 이뤄졌으니 만시지탄"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윤 전 대통령은)탈당의 변에서 자유, 번영, 자유민주주의, 법치를 운운한 것에선 헛웃음마저 나온다"며 "대한민국 국헌·국법을 능멸해 헌법재판소로부터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원의 심판대에 선 피고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고 질타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반성·사죄없는 윤석열 탈당, 이래서 ‘탄핵의 강’ 건너겠나>에서 "그의 탈당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민심을 돌리기 위한 ‘중대한 결단’으로 포장하고 나섰지만 그렇게 받아들일 국민이 대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대선이 2주 남은 상황에도 김문수 후보 지지율이 3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한 데다, 자신의 거취 논란으로 내분이 사그라들지 않자 참패 책임을 뒤집어 쓸 것을 우려한 눈속임 탈당이란 걸 모르는 이가 드물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탄핵의 강을 건너려면 윤석열과의 절연이 필수조건이라는 게 다수 국민 요구인데도 국민의힘은 파면 한달이 넘도록 그의 ‘1호 당원’ 자격을 유지시켰다"며 "결국 윤석열의 탈당은 국민의힘이 내란 우두머리와 절연할 마지막 기회를 잃은 꼴이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당에게 표를 주고 국정을 맡길 국민은 없다는 걸 국민의힘과 김 후보는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원팀'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기사 <韓·安·羅 “우리가 김문수”… 원팀 돼가는 국민의힘>에서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대선 전열 정비에 나섰다"며 "김문수 후보가 최종 확정된 이후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요구하며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았던 주요 인사들이 김 후보 지원 유세 뜻을 밝히고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에선 '30% 안팎의 지지도 박스권에 갇힌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 탈당을 계기로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설 최소한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란 말이 나왔다"며 "‘반(反)이재명 전선’을 구축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던 윤 전 대통령 당적 문제가 정리된 만큼 김 후보 캠페인에 동력이 붙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尹 탈당, 국힘 쇄신의 끝 아닌 시작 돼야>에서 "윤 전 대통령 탈당은 만시지탄이지만, 이를 계기로 국힘은 대대적 쇄신과 변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하자 그동안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았던 한동훈 전 대표는 이번 주부터 지원 유세를 하기로 했다. 윤 전 대통령 탈당을 요구해 왔던 안철수 의원은 '이젠 정말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화 파동 이후 선거 지원에 나서지 않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지원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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