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김민하 칼럼] 유권자들은 선거 때가 되면 보통 때보다도 성의 있는 정책적 토론이 오가길 기대한다. 그러나 실제 정치권은 선거 때가 되면 평소에는 자제하던 수준 낮은 정쟁에도 더 흥분하며 열중한다. 선거가 유권자들에게 정치참여를 요구하지만 이 때문에 정치혐오가 깊어지는 악순환이다.
대선 후보자들의 TV토론의 파장이 이어지는 양상은 이러한 바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특히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추가 쟁점화 하려고 드는 것은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이재명 후보의 발언 맥락은 언론 보도를 통해 보나 당사자의 설명을 들어 보나 명확하다. 굳이 조선일보의 20일자 보도를 인용해보자면 “경기지사 시절 계곡에서 닭백숙 등 불법 영업을 막기 위해 상인들의 업종 전환을 설득한 일”을 이야기하면서 한 말이다. 계곡에서 닭백숙 팔지 말고 카페라도 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라는 거다.

물론 고려가 부족해서 커피를 파는 카페 주인들에게 오해를 사게 만들었다는 식의 지적은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처럼 이 발언을 “커피 원가가 120원인데, 너무 비싸게 판다”고 요약하면 이는 완전히 맥락을 왜곡한 것이 된다. 이를 가지고 양쪽 캠프가 서로를 허위사실 공표와 무고로 고발한 것은 선거 때의 전형적인 흙탕물 싸움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 내용을 다시 TV토론에서 공격 소재로 들고 나온 것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은 이걸 다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를 없애자더니 왜 같은 혐의로 남을 고발하느냐’는 별도의 쟁점으로 확대하고 있다. 물론 이재명 후보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이 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위인설법이라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이는 위인설법인지 여부와 법 자체의 필요성이나 합리성이라는 쟁점으로 다뤄야지, ‘내로남불’과 같은 태도의 문제로 다룰 필요는 전혀 없다. ‘커피 원가 120원’ 발언 논란이 여기까지 왔다는 데에서 정치권의 수준 낮음을 다시 확인하게 될 뿐이다.
토론이 토론답지 않고 일방적 주장에 그치는 장면으로 점철됐기에, 이런 사례도 그다지 새롭거나 충격적이지는 않다. 가령 김문수 후보가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해 “나가사키·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소형 원자폭탄 정도가 떨어져도 그 위에 원자로 반응을 하는 부분이 파괴되거나 원자력 자체에 고장이 없다”고 발언한 바를 보라. 언론이 ‘팩트체크’한 바를 보면 원전의 설계 기준은 극한의 재해와 항공기 충돌 대비 수준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상식적으로 볼 때 핵발전소에 핵폭탄이 명중하거나 그 위에서 폭발하는 경우 핵발전소는 엄청난 방사능 재앙을 야기하게 된다. 그러한 바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김문수 후보가 앞서의 발언을 한 것은 오직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기 위해 가짜뉴스 수준의 핵발전 옹호 담론을 유포하는 편향적 논리에 스스로가 매몰되어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김문수 후보의 맹목적 일면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문답에서도 드러난다. 이준석 후보의 기본소득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김문수 후보는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피력했는데, 이는 자신의 정견으로서 얼마든지 밝힐 수 있는 생각이다. 문제는 이준석 후보의 이어지는 질문이다.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을 실현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입당한 것인지를 물은 것이다. 김문수 후보는 ‘몰랐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이 포함된 것은 김종인 비대위 때인 2020년의 일로 당시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당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개정하고 정강정책을 만들던 시기의 기준에 비교해보면 지금의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가 얼마나 우경화 된 상태인지가 여기서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김문수 후보의 처지와 딜레마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라는 데 동의하느냐를 물은 것에서 더 확실히 나타난다. 김문수 후보는 계엄에는 반대하지만 내란 혐의는 형사법정에서의 결론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답을 했다. 이러한 답변은 윤석열 탈당 이후에도 윤석열 탄핵 반대 입장을 가졌던 지지층의 유실을 걱정해야 하는 김문수 후보의 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국민의힘은 이런 스탠스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번 TV토론은 모든 후보에 대해 아쉬움과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들 후보들은 최소한 대선에 출마한 후보로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는 그러한 범주 안에 위치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자해적 통치의 결과로 치러지고 있다. 출마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상황에 진심어린 반성도 없이 이런 식으로 선거에 임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 보수언론은 상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트리플 크라운(최다 득표, 최대 득표율, 최대 득표율 차 당선 기록 경신)’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그렇게 해서 한 번 크게 망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보수세력에겐 차라리 약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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