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서울시가 성교육에 성소수자 관련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공지한 데 대해 교육단체들이 재검토와 포괄적 성교육 개념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7일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너머서울은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왜곡된 성인식 조장하는 서울시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매뉴얼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성소수자인권단체들은 “서울시가 혐오에 편승하고 있다”며 지침 폐기를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관련기사▶성소수자인권단체 "서울시 성교육 지침 혐오 편승" 규탄)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매뉴얼 규탄 기자회견 (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매뉴얼 규탄 기자회견 (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서울시는 지난 6월 12일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 제작 TF 회의 결과’를 공지하고 앞으로 센터가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진행할 때 지양하거나 변경해야 할 용어를 제시했다. 이 매뉴얼은 기존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7곳을 1개 기관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구성된 TF를 통해 마련됐다. 서울시는 ‘포괄적 성교육’과 ‘섹슈얼리티’ 표현을 성교육에서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연애’는 ‘이성교제’로, ‘포궁’을 ‘자궁’으로 변경해 사용해야 하며 ‘성소수자’를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변경하도록 명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순희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서울시가 삭제한 ‘포괄적 성교육’은 인권, 성평등, 존중, 동의, 폭력 예방 등을 포함하는 교육”이라며 “전 세계가 포괄적 성교육을 채택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교육과정, 외부 강사 운영, 서울시 성교육 매뉴얼을 통해 교육을 왜곡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현숙 청소년지원단체 탁틴내일 대표는 “이는 단순한 용어 정비가 아니라, 청소년의 성 인식을 양성 이분법에 가두고, 다양성과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매우 퇴행적인 조치”라면서 “더 큰 문제는 이 매뉴얼이 단순한 참고자료가 아니라 앞으로 성문화센터 운영의 실질적 기준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해당 매뉴얼에 명시된 편향적 방침을 전면 철회하고, 청소년의 성적 권리와 다양성을 온전히 인정하며, 모든 청소년이 차별 없이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매뉴얼 제작 TF 회의결과 (사진=서울시 유스내비)
서울시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매뉴얼 제작 TF 회의결과 (사진=서울시 유스내비)

이가희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활동가는 서울시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편의적인 행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마치 ‘포괄적 성교육’이 청소년을 성적 호기심으로만 내몰고 각종 문제를 유발하는 것처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제가 현장에서 본 것은 달랐다”며 “아이들에게 공통된 것은 한 가지다. 바로 인정받지 못한 채 외로움과 단절 속에서 자살, 자해, 반복적인 위험에 내몰린다는 것.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내몰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서울시는 이 아이들에게 ‘너희는 우리의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청소년의 삶을 탁상 위 행정으로 재단할 자격이 있는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청소년을 지우고, 편의적 행정을 반복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서울시의 이름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극우 개신교 인사가 해당 매뉴얼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운영매뉴얼 TF가 6명인데 고작 3번 회의를 하고 전문연구용역도 없고 공청회도 없었다. 그런데 극우 인사가 TF 자문위원으로 역할을 했다”며 “이런 매뉴얼을 만든 TF 구성원이 누구인지 공개하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지난 5일 서울시가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성교육 매뉴얼 자문위원으로 조우경 글로벌바른가치연구소 대표를 위촉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조 대표는 20대 대선 당시 리박스쿨과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광고를 조선일보 지면에 싣고 부정선거를 주장한 인물로,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 임신중지 등을 비난하며 성경에 기반한 성교육을 강조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 대표에 대해 “(기독교 성교육) 관련 내용들까지는 파악 못했다”며 “성교육 관련 전문가인지 정도를 확인한 뒤 의견 청취 차원에서 모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 시민들은 더 이상 서울이 차별과 혐오의 대표 도시가 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서울시의 반성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 전면 재검토 ▲TF참여위원 명단과 자격요건 공개  ▲유네스코가 권장하는 포괄적 성교육 도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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