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음모론의 연장선인 '부정선거' 다큐멘터리 제작을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선관위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가짜뉴스의 취재원인 일명 '캡틴코리아' 안병희 씨는 KBS <추적 60분>에 "모든 사람이 다 저한테 속았다"고 털어놨다. 

KBS 시청자위 2월 회의록에 따르면, 이상기 시청자위원(한국기자협회 추천, 아시아엔 발행인)이 부정선거 검증 다큐멘터리 제작을 제안했다. 이상기 위원은 “부정선거 문제, 일각에서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특히 사전투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의혹이 많기 때문에 팩트는 다뤄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숙 위원(자유언론국민연합 추천,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교수)는 “프리랜서인 이영돈 PD가 부정선거 다큐를 제작한다고 하는데, KBS가 공영방송이니까 더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면서 “대법원에서 이미 기각됐고, 의혹에 문제는 없을 수도 있지만, 기각된 게 법원에서 수사나 그런 것을 진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려서)의혹이 계속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S 시청자위원회 10월 정례회의 (사진=KBS 'TV비평 시청자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KBS 시청자위원회 10월 정례회의 (사진=KBS 'TV비평 시청자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노현숙 위원은 “부정선거 관련해서 의혹이 있고, 아니라는 의견이 있다”며 “만약 부정선거가 아니라고 하면 아니라는 것을 명쾌하게 풀어줄 수 있는 (중략)다큐멘터리가 필요하다. 부정선거 의혹이 있기 때문에 말끔하게 한번 다뤄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웅달 교양다큐1국장은 “다큐멘터리 제작 제안에 감사하다”면서 “그렇지만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사안에 대한 다큐멘터리 착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 단순히 의혹 제기를 넘어 뭔가 결정적인 사항이 나올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상기 위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대법원에서 판결이 났다고 해서 그게 절대선이고 절대 결정권을 갖느냐 그런 문제가 있다고 본다. 너무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대통령이 이것을 계엄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상기 위원은 “수년 전부터 나온 이 문제를 정말 이렇게 대법원 판결만을 그냥 이유로 우리가 그럴 것이냐”고 덧붙였다. 

이상기 위원은 “대부분 나온 부정투표는 사전투표에서 나오는 것인데 ‘굳이 사전투표를 해야 되냐. 이틀씩이나’ 이런 문제까지 한번 KBS에서 문제를 제기해 법이 개정된다면 좋은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KBS 〈추적 60분〉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 편 방송화면 갈무리
KBS 〈추적 60분〉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 편 방송화면 갈무리

KBS는 다큐멘터리와 리포트를 통해 여러 차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했다. 지난 1월 14일 방송된 <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편은 21대 총선에서 부정선거 관련 소송이 126건 제기됐으나 법원이 모두 ‘근거 없다’고 판단했고, 22대 총선에서도 부정선거 관련 사건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방영된 KBS <추적 60분>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 편은 스카이데일리의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 보도의 출처, 확산 과정을 다루고 스카이데일리 취재원 이른바 ‘캡틴코리아’ 안병희 씨를 추적했다.

특히 안 씨와 스카이데일리 기자의 전화 통화 내용, 구속 전 안 씨와 단독 인터뷰 등이 방송에 담겼다. 안 씨는 KBS에 "일반 국민을 속인 게 아니라 정치인을 속였다. 제가 기사를 공개하면서 얘기했던 모든 사람이 다 저한테 속았다”고 털어놨다.

안 씨는 ‘CIA요원, 유엔안전보안국 소속 등 신분증’과 관련해 “이런 거는 충분히 위조해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민경욱 전 의원이나 황교안 전 총리 같은 경우도 속은 게 마찬가지냐'는 질문에 안 씨는 “저한테 속은 것”이라며 “정보기관 사람까지 속을 정도면 오히려 그게 더 저한테는 좋은 그림 아니냐. 그만큼 더 똑똑하다는 얘기니까”라고 말했다. 

2024년 4월 11일 KBS는 리포트 <30년 만에 수검표 도입… "개표 지연됐지만 신뢰성 높아져>에서 "이번 총선에서는 1995년 이후 30년 만에 모든 투표지를 개표 사무원이 일일이 확인하는 수검표 절차가 도입됐다"며 "개표 시간이 다소 지연되긴 했지만 개표 과정의 신뢰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는 2024년 3월 23일 <[총선] 이번 총선 비례 개표도 100% 수개표로…비례 투표용지 길이 51.7㎝>에서 선관위가 21대 총선에 이어 비례대표 용지 모두 수개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KBS는 <부정선거 논란에 ‘수검표’ 도입…CCTV 화면도 공개>(2024년 1월 31일), <4월 총선 도입 ‘수검표’ 절차 시연…현장 가 보니>(2024년 2월 1일), <30년 만에 ‘수검표’ 부활…부산 투표소 곳곳 소란>(2024년 4월 11일) 등을 리포트했다. 

KBS 〈추적 60분〉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 편 방송화면 갈무리
KBS 〈시사기획 창〉 방송화면 갈무리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 본인도 '저도 첫날 사전투표 하겠습니다‘ 캠페인을 벌였으며 당시 윤 캠프는 ▲선관위 해킹 불가능 ▲사전투표함 바꿔치기 불가능 ▲투표함·계수기 조작 불가능 등의 팩트체크 홍보물을 제작했다. 

한편 이상기 위원은 지난 4일 성명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아시아 기자 1000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아시아기자협회 창립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아시아기자협회는 "이번에 한국에서 벌어진 사태는 예상 밖일 뿐 아니라 많은 실망을 안겨주었다”며 “한국이 어려운 국면을 조속히 극복해 종전보다 더욱 중요하고 선도적이며 모범적인 아시아 으뜸국가로서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시아기자협회는 2004년 11월 창립됐으며 지난 20년간 인류평화와 인권 보호를 바탕으로 아시아의 사건들을 조명하는 데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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