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KBS <추적 60분>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계엄의 기원 2부'의 편성 삭제 사태와 관련해 박장범 KBS 사장의 책임을 거론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사건을 '파우치'로 축소했던 박장범 사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을 옹호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KBS 내부에서는 <추적 60분> 편성 삭제를 결정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두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임원회의'에서 해당 방송이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누가, 무슨 이유로 방송을 반대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의 박장범 KBS 앵커와 함께 자리한 모습. 박장범 앵커는 지난해 12월 KBS 사장 자리에 올랐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지난해 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의 박장범 KBS 앵커와 함께 자리한 모습. 박장범 앵커는 지난해 12월 KBS 사장 자리에 올랐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27일 KBS <추적 60분> 제작진은 사내게시판에 "내일(28일) 방송 예정이던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계엄의 기원 2부) 편이 편성에서 삭제됐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고 알렸다. 대체 편성된 프로그램은 <3.1절 기획 다큐 온>이다. <추적 60분>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 편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확산된 이른바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의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제작진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결정적 증거로 꼽는 '중국인 간첩 선거 개입설' '선거관리위원회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 가짜뉴스를 집중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경영진으로부터 ▲3월 1일 방송 예정이던 3‧1절 특집 다큐멘터리가 너무 잘 만들어져 하루 앞당겨 편성하고 싶다 ▲토요일(3월 1일)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여의도에 예정되어 있어 <추적 60분>을 방송하면 집회 세력을 자극해 KBS가 서울서부지법과 같은 물리적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등의 사유를 전달 받았다. 

28일 KBS '추적 60분' 제작진이 유튜브에 공개한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계엄의 기원 2부' 예고편
28일 KBS '추적 60분' 제작진이 유튜브에 공개한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계엄의 기원 2부' 예고편

28일 민주당은 공보단 명의로 성명을 내어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도 모자라 극우세력의 난동을 두려워 해 방송의 본분을 저버리겠다니 어이없다"며 "정말 극우 세력의 난동이 두려운 것인가, 아니면 극우 세력에 대한 비판적 방송이 불편한 것인가?"라고 했다. 

민주당은 "박장범 사장은 김건희 명품백을 '파우치'로 축소해 사장직에 올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탄핵 반대에 앞장서는 극우 세력의 치부를 드러내는 게 불편했나? KBS가 내란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면 본분을 망각한 편성 삭제 결정을 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은 "박장범 사장은 제작 자율성을 훼손하고 언론의 본분을 저버리는 편성 삭제를 취소하고 <추적 60분> 계엄의 기원 2부가 오늘 국민과 약속된 시각에 방송되도록 하기 바란다"고 했다. 

같은 날 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극우 세력의 돌발행동이 무서워, 해야 할 방송을 편성 삭제하는 게 말이나 되는가"라며 <추적 60분> 편성 삭제를 지시한 인물로 김현기 멀티플랫폼센터장(국장)을 지목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방송 직전에 이처럼 무도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방송의 편성에 관여하는 행위가 과연 김현기 국장 한 명의 결정으로 가능한 일인지도 의심이 든다"며 "실제로 편성 삭제가 이뤄진 당일인 어제, 임원회의에서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이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방송을 반대한 자 누구인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방송을 반대한 것인가"라며 "이러니 국민들이 KBS를 향해 '파우치 방송', '내란 동조 방송'이라 손가락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금으로부터 1년 전 KBS에서는 다큐인사이트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에도 사측은 ‘총선에 영향을 준다’는 국민 누구도 납득하기 힘든 논리로 프로그램을 불방시켰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다시 계엄을 다루는 <추적 60분>이 편성에서 삭제됐다"며 "낙하산 사장이 가고 권력에 아부해 사장 자리를 꿰찬 파우치 박장범이 왔지만, 여전히 KBS는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여전히 KBS의 시계는 2024년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28일 KBS '추적 60분' 제작진이 유튜브에 공개한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계엄의 기원 2부' 예고편
28일 KBS '추적 60분' 제작진이 유튜브에 공개한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계엄의 기원 2부' 예고편

같은 날 <추적 60분> 제작진은 성명을 내어 편성 삭제 과정에 교양다큐센터가 배제됐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가장 큰 의문점은 과연 편성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이유가 방송 하루 전 급작스럽게 편성을 삭제할 긴급 사유에 해당하는가이다"라며 "특히 편성 삭제 논의 과정에서 국장, CP를 포함한 교양다큐센터의 제작진은 철저히 배제됐다"고 했다. 

제작진은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정 혼란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보도와 방송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박장범 사장의 취임사를 언급했다. 제작진은 "편성 삭제된 이번 편이 공영방송의 신뢰와 공정, 품격을 훼손하지 않는 방송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때문에 편성 삭제의 이유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 제작자의 자존심을 짓밟는 비상식적 결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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