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상파4사 시사교양 방송작가들이 KBS를 향해 "앞으로도 극우 폭력 단체의 공격이 예상되는 방송은 내보내지 않을 작정인가"라고 따져물었다. 방송작가들은 KBS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극단 세력이 아니라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이라고 가리켰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시사교양연구회 소속 KBS·MBC·SBS·EBS 구성작가협의회는 4일 성명을 내어 "2월 28일 방영 예정이었던 <추적 60분> '계엄의 기원 2부' 편이 불방됐다. 방송 전날 갑자기 편성표에서 삭제된 뒤, 결국 복구되지 않은 것"이라며 "KBS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7일 KBS 경영진으로부터 <추적 60분> 제작진에게 ▲3월 1일 방송 예정이던 3‧1절 특집 다큐멘터리가 너무 잘 만들어져 하루 앞당겨 편성하고 싶다 ▲토요일(3월 1일)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여의도에 예정되어 있어 <추적 60분>을 방송하면 집회 세력을 자극해 KBS가 서울서부지법과 같은 물리적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등의 편성 삭제 사유를 전달했다.
구성작가협의회는 "3·1절 특집 내용이 좋아서 2월 28일에 방송하겠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며 "<추적 60분>이 탄핵 반대 집회 세력을 자극해 서부지법 사태처럼 KBS를 위협할까 걱정된다는 것 또한 이해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구성작가협의회는 "공영방송이, 일부 극우 폭력 단체의 공격이 두려워 공들여 제작한 방송을 결방시킨다는 것인가. 앞으로도 공격이 예상되는 방송은 내보내지 않을 작정인가"라며 "공영방송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눈치 보는 사이 신뢰와 경쟁력을 잃는 것이다. '요즘 KBS 누가 봐' 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 그래서 공영방송이 돌이킬 수 없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했다.
구성작가협의회는 "전편인 '계엄의 기원 1부-선거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시청률 6%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2부 역시 계엄으로 야기된 사회의 갈등을 외면하거나 부추기는 대신, 작가적 양심에 따라 갈등의 본질을 추적하고자 취재·집필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KBS는 이제라도 '불방이 아니라 순연'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고 했다.

<추적 60분>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계엄의 기원 2부' 편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확산된 이른바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의 실체를 다뤘다. 특히 제작진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결정적 증거로 꼽는 '중국인 간첩 선거 개입설' '선거관리위원회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을 집중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데일리 보도를 통해 확산된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의 출처는 '캡틴코리아'로 불리는 안병희 씨로 드러난 상황이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유튜브를 통해 "탄핵 반대 집회에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등장한 안병희 씨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안씨가 음모론을 기사화한 기자와 주고 받은 130여 건의 전화통화 녹음 원본 파일이 공개될 예정이었다"며 "1200분에 달하는 통화 내용을 분석한 결과 역시 단독으로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제작진이 동의할 수 없는 이유로 오늘 방송이 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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