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기자들이 김철우 KBS 시사제작국장의 <시사기획 창> 팀장 교체 통보에 "경질 대상은 팀장이 아닌 편성 정보를 유출하고 방송편성에 간섭한 자"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군:항명과 복종' 편은 외압, 편성 정보 외부 유출 논란 끝에 방송됐다.
13일 <시사기획 창> 서재희 팀장, 시사제작국 기자 21명, 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을 내고 김 국장의 경질 통보에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 성명을 종합하면 김 국장은 지난 12일 서 팀장에게 ‘곧 인사를 낼 예정’이라며 경질을 통보했다. 서 팀장이 <시사기획 창> 팀장으로 발령된 지 5개월 만이다. 김 국장은 평소에도 서 팀장을 어려워했으며 특히 ‘방송내용 사전 유출’ 논란을 빚은 <시사기획 창> ‘항명과 복종’ 편으로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4월 4일)를 앞두고 탄핵 인용 시 ‘계엄군-항명과 복종’ 편을, 탄핵 기각 시 ‘외교·안보 아이템’을 차기 다음 회차인 4월 8일 방송하기로 김 국장 등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김 국장은 ‘탄핵이 인용돼도 외교 안보 아이템을 방송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서 팀장은 윤 대통령 파면 이후 김 국장에게 “헌법재판소가 계엄군 투입 사실과 불법성을 인정해 '계엄군 : 항명과 복종'을 방송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원고의 편향성과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외부 유출 논란과 연기 끝에 4월 22일 방영된 '계엄군 : 항명과 복종' 편 제작 과정에서도 외압이 있었다고 한다. 김 국장은 방송 제목에 ‘계엄군’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고 지시했고, 결국 <시사기획 창> ‘항명과 복종’ 편으로 방영됐다. <시사기획 창> ‘항명과 복종’ 편은 제작진도 몰랐던 방송 연기 사실이 보수 성향 언론단체 성명을 통해 알려져 ‘외부 유출’ 논란이 일었다. 언총은 4월 1일 성명에서 “오는 4월 8일 방송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미뤄진 ‘시사기획 창- 계엄군: 항명과 복종’ 편성은 작년 12월부터 이어진 일련의 계엄 관련 방송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고 적었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언총의 성명 발표 이튿날 편성 연기를 통보받았다.
<시사기획 창>에 대한 외압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여러분 저를 믿으시죠 Ⅱ>은 지난 1월 14일 ‘난도질됐다’는 내부 비판 속에 방영됐다. 김 국장과 이재환 보도시사본부장은 제작진에게 ▲‘조그마한 파우치’ 내용 편집 ▲대담 여파 데이터 분석 편집 ▲야당의 ‘줄탄핵’ 내용 추가 ▲‘대통령과 우두머리’ 제목에 ‘혐의’ 추가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제작국 기자들은 “일을 시작한 지 다섯 달밖에 안 된 서 팀장을 갑자기 인사를 내서 내쫒겠다는 시사제작국장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며 “<시사기획 창>에서 나가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시사제작국 기자들은 서 팀장과 제작진이 김 국장에게 ‘외부 유출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대신 국장은 서 팀장에게 '나랑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편과 관련한 갈등 뒤에도 김 국장은 서 팀장에게 ‘매번 기자들과 같이 와서 나를 압박하는 거냐’ ‘팀장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나’고 불편함을 내비쳤다고 한다.
시사제작국 기자들은 “그러던 와중에 서 팀장을 방출하겠다는 인사 통보를 한 것”이라며 “심지어 시사제작2부장도 이 인사에 찬성하지 않았다. 모두가 반대하는 인사를 왜 밀어붙이나, ‘생각이 다르다’거나 ‘나랑 안 맞는다’는 것을 인사의 이유로 삼는가”라고 비판했다.
시사제작국 기자들은 ‘생각의 다름을 이유로 편을 가르고, 동료 선후배를 적으로 여겼던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는 박장범 사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지금 시사제작국에서 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 팀장 본인에게 허망한 일이고, 팀원들에게도 모욕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제작국 기자들은 “모두에게 과중한 스트레스를 주고 불필요한 논란을 만드는 인사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KBS 기자협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그간의 불협화음은 해당 팀장의 잘못이 아니다. 실무자와 책임자 사이에 이견은 있을 수 있고, 대화와 토론으로 풀어야 했다”며 “해당 팀장은 그 사이에서 조율에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시사제작국장은 그 정도의 산고도 감당하지 못해 해당 팀장을 경질하겠다고 나선 건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KBS기자협회는 “경질 대상은 담당 팀장이 아닌 편성 정보를 유출하고 외압을 활용해 방송편성에 간섭하려고 한 자”라면서 “보도시사본부 책임자들에게 다시 한번 요구한다. 편성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자를 색출하라”고 촉구했다. KBS기자협회는 “아울러 이 과정에서 외부단체의 개입과 외압이 있었는지 해명하라”며 “다시 한번 강조한다. 경질 대상은 편성 정보 유출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에서 “건강한 토론과 설득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상식을 내팽개치고 폭력적인 인사로 프로그램을 장악하려한 사측은 스스로 공정방송의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또다시 제작자율성을 훼손하면서 폭력적으로 인사조치를 단행한 사측은 스스로 불법계엄을 자행한 내란 세력의 잔당임을 증명한 것이다. 더이상 KBS를 망가뜨리지 말고 잘못된 인사시도를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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