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언론이 12·3 내란 범죄 피의자의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무색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한 후 옥중 메시지를 전했다. 원내 제1당을 ‘나치’에 비유하고,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주장이 언론을 통해 가감없이 보도됐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나오는 변호인단과 증인들의 궤변이 실시간 속보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3일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는 민언련 특별칼럼을 통해 ‘내란 극복을 위한 저널리즘 10원칙’을 제안했다. 채 교수는 “한 사회가 위기에 처할 때 가장 먼저 언어가 무너진다. 언어의 혼탁은 저널리즘 실패의 명백한 징후”라며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한 저널리즘을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 교수가 제시한 10원칙은 ▲기계적 중립 거부 ▲언어 전장(戰場) 선점 ▲극우세력의 ‘희생자 프레임’ 거부 ▲허위정보 및 거짓 균형 배격 ▲극우 미디어의 전략 해체·경고 ▲가짜뉴스 퇴출 ▲공포·분노 프레임 무력화 ▲반지성주의·음모론 무력화 ▲SNS 플랫폼·포털에 저널리즘 책무 요구 ▲회복적 저널리즘 실천 등이다.
채 교수는 “모든 주장에 같은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기계적 중립성의 저널리즘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며 “헌법 및 민주주의 질서와 원리를 부정하는 인물과 그 인물들의 발언은 전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위 ‘따옴표 저널리즘’은 내란 시기 내란 방조 또는 내란 공모의 효과를 자극한다”며 “필요한 경우에라도 그 의미와 가시성은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채 교수는 ‘극우 반란자’를 ‘시위대’로, ‘쿠데타’를 ‘실패한 계엄’ 등으로 희석하는 내란 피의자들의 언어를 거론하며 “이같이 희석하는 순간, 민주주의 가치와 본질이 전복되며 저널리즘의 민주주의 수호 책무도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채 교수는 “저널리즘은 언어 권력의 요체”라며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위한 대안적 언어를 발굴해 그들이 오염시킨 언어의 의도를 전복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 채 교수는 극우 세력이 자신들을 ‘검열받는 희생자’로 포장하는 발언에 대해 언론이 단호히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결이 불리하게 나오면 이를 ‘정치적 탄압’으로 몰아가고, 선동적 메시지를 ‘표현의 자유’로 포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채 교수는 “저널리즘은 이러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폭로하고 ‘표현의 자유’가 ‘거짓을 퍼뜨릴 자유’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극우 미디어가 거짓 선동하는 음모론에 대한 경계를 주문했다. 채 교수는 “극우세력은 끊임없이 허위 정보를 유포하며, 이에 대한 반박을 단순한 ‘논란’으로 프레이밍한다”며 “저널리즘은 이를 단순한 ‘양측 의견’으로 보도할 것이 아니라 근거 없는 주장에는 단호한 거부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가짜뉴스는 결코 뉴스가 아니며 범죄라고 주장해야 한다”며 저널리즘 밖으로 퇴출시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저널리즘 책무 준수를 촉구했다. 채 교수는 “한국에서도 유튜브와 SNS를 통한 극우 담론 확산이 더 이상 예외적이지 않다”며 “저널리즘은 포털과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에게 저널리즘 책임을 강력히 요구하고, 더 나아가 이들 미디어 기업은 극우 알고리즘이 증오와 거짓을 퍼뜨리는 방식을 스스로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채 교수는 “회복적 저널리즘 실천이 필요하다”며 “저널리즘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역할을 적극 발굴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고 민주주의 교육을 강화하며 사회적 연대를 위한 ‘공론 플랫폼’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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