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예상대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탄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당대회 바로 다음 날 한동훈 대표를 용산으로 불러 식사를 함께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다. 그러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곳곳이 지뢰밭이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 덕분인데 여러 의미로 걱정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한동훈 대표와 신임 지도부를 불렀다. 특이한 것은 한 대표와 전당대회에서 겨룬 나경원 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함께 불렀다는 거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 대표를 외롭게 만들지 말고 많이 도와주라”고 했다고 한다. ‘한동훈만은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로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시각이 대다수인데, 이러한 발언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동훈 대표가 앞으로 외로워질 팔자라는 걸 시사한 발언으로 읽힐 정도다. 전당대회의 ‘상대’를 같이 초대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및 당 대표 후보 출마자들과의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나경원 의원 등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및 당 대표 후보 출마자들과의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나경원 의원 등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108석 소수 여당을 이끌어야 하는 한동훈 대표로서는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당장 '채상병 특검' 국면이 문제다. 용산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연출한 마당에 25일 채상병 특검 재의결은 일단 부결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이후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로 특검법을 발의해 한동훈 대표에 대한 압박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동훈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언급한 ‘제3자 추천’과 관련한 대목을 구체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그게 어떤 방식이든 한동훈 대표는 ‘안’을 내놓으라는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한동훈 대표는 일단 민주적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정도로 뭉개고 있지만, 아직까진 당내 다수인 친윤계가 어떤 형태로든 채상병 특검은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라는 게 문제다. ‘친윤’이거나 적어도 ‘비한’인 김재원, 김민전 최고위원 등은 연이어 라디오 인터뷰에 응해 원내 사안은 원외 당대표가 아닌 원내대표가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얘기는 앞으로 용산이 한동훈 대표를 ‘패싱’해 추경호 원내대표와 직거래(?)해 원내 사안을 풀어갈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면 한동훈 대표는 ‘외로워지는 것’이다.

이런 식의 ‘패싱’은 검찰 조직에서도 이미 벌어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마치 ‘검찰의 한동훈’이다. 대통령실과 일부 검찰 관계자는 조선일보 등을 통해 김건희 여사 ‘제3의 장소 조사’ 논란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및 수사팀이 아닌 이원석 검찰총장이 문제라는 논리를 반복 유포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마치 지금의 야권의 눈치를 보는 행보를 이어왔고 이는 결국 ‘살아있는 권력을 밟고 정치를 할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식이다.

실제 이원석 검찰총장이 정치의 길을 택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어지는 보도를 보면 ‘이원석 패싱’은 단지 검찰 내의 문제가 아니라(즉, 정치를 할 듯한 검찰총장에 반발하는 검사들의 문제가 아니라) 용산의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JTBC와 한겨레 등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복원을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는데 이 과정에서 ‘용산-서울중앙지검 조율설’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박성재 장관이 ‘대통령실과 서울중앙지검이 조율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총장은 관여하지 말라”고 했다는 거다. 물론 법무부는 이러한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여간 처음부터 이런 판국이니 검찰총장의 말이 먹힐 리가 없다. 김건희 여사 수사팀의 ‘검찰총장 패싱’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대검의 ‘진상파악’은 일선 수사팀의 반발에 크게 휘청이는 모양새다. 수사팀 검사들은 수사를 받지 않으려는 사람을 어떻게든 수사를 한 것 뿐인데 오히려 그 일로 감찰을 받을 상황이 되니 억울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주장 자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 주장을 둘러싼 또 하나의 혼란은 검찰 조직이 이번 일로 완전히 망가졌다는 걸 드러낸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연합뉴스 등 보도를 보면 수사팀 검사들은 김건희 여사 조사 당일 '명품백 수수 의혹' 조사가 시작되는 시점인 오후 8시 경 서울중앙지검장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날 조사를 보고 받은 시점은 조사가 거의 끝나가던 오후 11시 반 정도였다. 이러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패싱’의 주범이 된다.

앞서 법무부 장관의 ‘용산-서울중앙지검 조율론’까지 연결해서 보면, 이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매우 분명해보인다. 용산이 ‘김건희 방탄’을 위해 검찰총장과 수사팀 검사 모두를 함정에 빠뜨린 거다. 이건 검찰 시스템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동훈의 국민의힘’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여기서도 소재는 결국 김건희 여사가 되리라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한국일보는 25일 1면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한 후 주가를 낮춰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한 후 여러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새로운 방식이 동원된 정황이 있다는 거다. 기존에 알려져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사건은 2010년부터 2012년 정도까지의 기간에 벌어진 일인데, 이 일이 의심되는 기간은 2017년까지 이어진다.

한동훈 대표는 다시 또 여러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용산의 뜻과 어긋나는 답이 나오면 대통령은 격노할 것이다. 그런데 그 ‘용산의 뜻’대로 하려면 바늘구멍보다 작은 구멍을 통과해야 한다. 파국은 예정돼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검찰총장이 정치로 직행한 것부터가 불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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