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우원식 국회의장의 '방송법 중재안'을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멈출 수 없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우 의장에게 방송4법·방통위원장 탄핵 중단, 범국민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윤석열 정권의 방송 장악 의지가 확고해 우 의장의 중재안이 현실성이 없다는 민주당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했다. 민주당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였다"며 "당권 혈투에나 신경 쓰라"고 날을 세웠다.

19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종료 후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현행법에 따라 임명되어 온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중단하라 요구하는 것은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부의 인사 권한일 뿐 아니라 민주당 정권 하에서도 집행되어 온 규정이다. 이 절차는 계획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우원식 의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방통위 정상화를 위한 '방송4법'을 사회적 논의기구인 '범국민협의체'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우 의장은 정부여당에 방통위 정상화와 공영방송 이사 선임 중단을, 야당에는 '방송4법' 강행처리 방침 철회와 방통위원장 탄핵소추 중단을 요청했다. 민주당은 우 의장의 제안을 수용해 24일까지 여당의 수용 여부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거부로 협상의 여지는 사라졌다.
국민의힘은 중재안을 거절하며 민주당과 우 의장에 대해 책임을 추궁했다. 추 원내대표는 "야당이 무리하게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방송장악 4법, 방통위원장 탄핵 추진 논의를 중단하라는 것에 대해서 높이 평가한다. 야당은 우 의장의 이 제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 꼭 실천해주길 기대한다"며 "우 의장께서는 1년 간 지연되고 있는 국회 추천 몫 방통위원 후보자를 빨리 추천하라"고 말했다. 국회의 방통위원 추천은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추천 위원을 7개월 넘게 임명하지 않아 중단됐다.
또 추 원내대표는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회의장 직속으로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데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그렇게 됐으면 싶다"며 "여기에는 여야 동수로 전문가를 추천하도록 주문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이 제안한 '범국민협의체'는 여야, 시민사회, 언론종사자, 언론학자 등이 고루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로 추 원내대표가 말하는 여야 추천 자문기구와는 차이가 있다. 더구나 우 의장은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2개월의 시한을 정해 공영방송 제도의 결론을 내자고 제안, 기구 성격이 단순 '자문기구'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제안이 나왔을 때 즉답을 피하고 고민하겠다고 해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한계와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며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뻔한 답변이다. 앞으로 '우리도 방송법 개정 필요성은 인정한다' 따위의 속에 없는 말을 입에 담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노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에 정치권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말을 틈만 나면 해왔다"며 "국민의힘은 MBC와 KBS 이사들을 지금 방식으로 교체해서 방송 장악을 완료한 뒤 법 개정 협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 확인한 셈"이라고 했다.
노 대변인은 "지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볼썽사나운 당권 혈투에나 신경 쓰라"며 "민주당은 다른 야당들과 이미 합의한 대로 방송법 개정을 묵묵히 관철해 내겠다. 방통위원장 후보자 이진숙 씨의 부적격 사유를 인사청문회를 통해 낱낱이 드러내겠다"고 했다.
앞서 우 의장 제안의 진정성에 공감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승호 뉴스타파 PD(전 MBC 사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영방송 시스템을 영구히 안정시키는 안이 있다면 이 기회에 심도 있게 논의해 여야 합의로 채택했으면 좋겠다"면서 "물론 저는 윤석열 정권이 우 의장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어떻게든 MBC를 장악하겠다는 욕망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권이 우 의장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며 우 의장에게 본회의를 열어 방송4법을 처리해달라고 했다. 이 의원은 "현실적으로 의장의 중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먼저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중단하고,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도 철회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윤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 의지가 확고하다. 장악하지 못한다면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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