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0·29 이태원 참사 음모론이 확대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으로 '좌파 언론'을 지목했다는 의혹이 추가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해명이 요구된다.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박홍근 의원은 28일 자신의 SNS에서 "윤 대통령이 2022년 당시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나 'MBC와 KBS, JTBC 등 좌파 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홍근 의원은 당시 제1당의 원내대표로서 수시로 김진표 의장과 소통했고, 김진표 의장은 윤 대통령과 나눈 대화내용을 자신에게 있는 그대로 세세하게 공유해왔다고 밝혔다. 박홍근 의원은 김진표 의장의 발언을 메모장에 메모했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박홍근 의원이 밝힌 메모 내용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2월 5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김진표 의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오전 9시 15분경부터 30분가량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김진표 의장은 '한국경제의 위기 대응을 위한 제언'이라는 자료와 함께 예산안 처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 등 국정 운영에 관한 조언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하기 위해 독대 자리를 가졌다.
김진표 의장이 박홍근 의원에게 전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동남아 식당이 조금 있는 이태원은 먹거리나 술집도 별로 없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MBC와 KBS, JTBC 등 좌파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다. 지인의 부녀도 그런 기사를 보고 뒤늦게 구경하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우발적 발생이 아닌 특정 세력이나 인사에 의한 범죄성 사건의 가능성을 의심으로 갖고 있다"
"사건의 의혹을 먼저 규명하지 않고 이상민 장관을 사퇴시키면 혹시 나중에 범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좌파 주장에 말리는 꼴이니 정부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도 수사가 끝난 후에 지게 해야 한다"
내달 5일 출간 예정인 김진표 전 의장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음모론을 거론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진표 전 의장은 책에서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는 국가와 지방단체가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사고 예방 노력을 하게 돼 있다. 대통령에게 '이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고 했다"며 "윤 대통령이 '그 말이 다 맞으나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진표 전 의장은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하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고 했다.
김진표 전 의장은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며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김진표 전 의장은 "윤 대통령 의구심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며 "나는 '그런 방송은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했다.

박홍근 의원은 "대통령이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말을 내뱉을 거라고는 처음엔 곧이곧대로 믿기가 어려웠다. 어느 누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런 저급한 생각을 입법부 수장 앞에서 직접 발언했다고 상상이나 하겠나"라며 "사회적 논란이나 법적 책임 때문에 수차례 사실관계를 검증했을 김 전 의장의 회고록에 실린 내용을 이번에 다시 확인하니 이젠 분명한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박홍근 의원은 "한복을 입고 바닥에 오일을 뿌렸다는 ‘각시탈’과 '밀어'라고 외쳤다는 ‘토끼머리띠 남성들’, 정권 퇴진 행진 후 집결한 '민주노총 시위대'의 배후설 혐의는 10월 29일 참사 발생 후 각각 11월 7일과 11월 9일에 특수본에서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김 전 의장을 만난 12월 5일까지도 이를 유력한 사실로 믿었던 모양이다.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박홍근 의원은 "왜 이렇게까지 국정을 엉망으로 만드는지 납득할 수 없었는데, 이러한 의문에 '음모론'을 집어넣으니 말도 안 되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며 ▲근본적 안전대책이 세워졌을 리 없다(오성 지하차도 참사, 화성 화재 참사 등) ▲야당·언론 탄압이 이해가 된다 ▲왜 사과에 인색했는지 납득이 된다('바이든·날리면', 부산 엑스포 참패, 해병대원 사망 사건 등)고 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대통령은 당시 참사 수습 및 예방을 위한 관계 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사고 당시 119 신고 내용까지 다 공개하도록 지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이태원특별법을 과감하게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진표 전 의장은 제가 존경하는 분 중 한 분이고, 그분이 없는 말씀 하거나 그럴 분도 아니다"라며 "실제로 걱정이 많이 되어서 독대한 내용까지 이렇게 공개를 하신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웅 전 의원은 "김진표 전 의장은 말씀 못 했지만 저는 진짜 대통령께 유튜브 좀 그만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계속 이렇게 가면 정말 우리 모두 다 죽는다. 유튜브 보지 마시고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유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했다.
같은 방송에서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전 JTBC 앵커)은 "당시 제가 특보를 계속했었는데 다음날 아침 대통령이 현장에 가서 한 첫 얘기는 '압사가 아니라 뇌진탕이겠지'였다. 사실관계도 파악이 안 되어 있었다"며 "이 분이 어떻게 우리의 대통령일 수 있는지 충격을 느꼈는데, 오늘 나온 얘기는 150명이 넘는 희생자가 있는데 이렇게 얘기했다는 거다. 이건 대통령이 분명히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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