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10·29 이태원참사 유족들이 재난안전통신망 기록이 삭제됐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경찰·소방·지자체·의료 등 유관기관이 재난 상황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축된 시스템이다. 행안부는 이태원참사 당시 재난안전통신망 교신 내역을 3개월 만에 모두 삭제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안전통신망 기록 폐기는 참사의 진상규명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로 피해자의 권리를 명백히 침해한다"며 헌재에 이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뉴스타파는 이태원참사 당시 재난대응 기관 사이 이뤄진 재난안전통신망 교신 내역이 3개월 만에 모두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태원참사에서 재난안전통신망이 '먹통'이 된 사례가 드러났는데, 관련 기록마저 삭제된 것이다. (관련기사▶1조짜리 재난안전통신망,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먹통')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이태원참사 재난안전통신망 기록 폐기는 "녹취한 정보는 3개월간 저장·관리하여야 한다"는 '재난안전통신망 운영 규정'에 근거했다. '3개월 저장' 규정은 명확한 근거 없이 저장 용량을 감안해 행안부의 자체 판단에 의해 정해졌다. 행안부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과 '행정정보 데이터세트 기록관리 실행 매뉴얼'에 따라 절차를 거쳐 관리해야 할 재난안전통신망 기록을 방치했다는 얘기다. 

행안부 재난안전통신망 시스템 데이터 저장 용량은 여유가 많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뉴스타파에 "설계할 때 100만 가입자를 예상하고 설계를 했다. 현재 사용이 아마 20만대 쯤 되니까, 아직은 (데이터베이스 용량에) 여유가 많이 있다"고 했다. 

'행정정보 데이터세트 기록관리 실행 매뉴얼'은 행정정보 데이터세트의 관리대상 선정, 보존방법 등 행정정보 데이터세트의 관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공공기관의 장이 관할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관리대상 선정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시스템의 행정데이터 임의 삭제는 기록물 무단 폐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행안부 관계자는 뉴스타파에 "기자님하고 저하고 통신한 걸 다 기록해서 보관 해놔야 되냐"며 재난안전통신망 통신 내역은 공공기록물로 볼 수 없고, 공공기록물 여부도 행안부가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참사 유족들은 "삭제된 기록에는 경찰이 단말기 1,536대로 8,862초, 소방이 단말기 123대로 1,326초, 의료기관이 단말기 11대로 120초 동안 재난안전통신망을 사용한 기록이 포함되어 있다. 해당 기록은 몇 시, 몇 분, 몇 초에 어떤 기관들이 어떤 대응을 논의했는지, 또 어떤 대응을 하지 않았는지 입증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라며 "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안전통신망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기관 내부에서만 작동함으로써 현장에서 일사불란한 대응이 불가능했으며 골든타임이 전혀 확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그렇다면, 행안부는 당연히 시스템의 미흡으로 인한 참사를 반성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의무를 다해야 했다. 그리고 그 의무는 참사 당시의 기록을 보존하여 무엇이 문제였는지 분석하고, 보고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어야 했다"면서 "그러나 행안부는 자료 보관을 위한 어떠한 후속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에 책임이 있는 행안부가 재난안전통신망 기록 폐기를 방치한 것은 가해자로서 스스로 증거를 은폐한 것과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을 방문, 통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족들은 "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에 대해 재난안전조사도 스스로 포기하고, 재난안전통신망 기록까지 폐기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라며 "부디 헌재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의무를 방기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고 은폐한 이상민 장관을 파면하는 정의로운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유족들은 이날 오후 1시 30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에 국민의힘 동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유족들과 야3당은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이태원참사 특별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재난의 정쟁화를 중지하라"(윤재옥 원내대표)며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야3당은 이번 주 중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지난 3일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담당 상임위원회에 회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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