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년 KBS 이사 해임 건의안이 부결됐다. 윤 이사는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혐의로 기소됐으며 현재 수감 중이다.

31일 열린 KBS 이사회에 권순범·김종민·이석래·이은수 여권 이사들이 윤석년 이사 해임 건의안을 상정했다. 이들은 “KBS와 이사회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이사회는 공영방송의 원활한 공적책무 수행을 위해 이사 윤석년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 건의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검찰은 지난 3월 8일 2020년 상반기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윤석년 이사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윤 이사가 방통위 간부와 공모해 TV조선 점수를 낮게 수정했다고 보고 있다. 윤 이사가 TV조선이 재승인 요건을 충족하는 평가점수를 받은 사실을 알고 일부 심사위원들에게 TV조선 점수를 고의로 낮추도록 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야권 이사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윤 이사에 해임안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정재권 이사는 “대법원 최종판결은 고사하고 본인의 혐의에 대한 사법적 판단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법적 지위를 박탈해달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며 “이사 개인은 얼마든지 방통위에 윤 이사의 조속한 해임에 대한 판단을 내려달라는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이사회 차원에서 건의안을 의결하는 것은 월권에 가깝다”고 말했다.

조숙현 이사는 “이사회가 무언가를 의결할 때 그 내용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것을 할 수 없다”며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이 분명히 있다. 윤 이사의 범죄행위는 기소라는 검찰의 주장이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객관적 상황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임을 하면 재량권 남용으로 해임이 무효될 수 있다. 위법한 해임을 이사회가 건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찬태 이사는 “이사의 해임은 방통위에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재가를 얻는 절차로 알고 있다”며 “이사회 권한으로 해임 건의를 요청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떠나 이런 논의 자체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검사 출신인 김종민 이사는 “무엇보다 윤 이사와 공범 관계에 있는 방통위원장에 대해 대통령이 면직을 재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임 건의가 부적절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직무 유기”라고 말했다.

이은수 이사는 “KBS 사규에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해임으로 결론이 나게 돼 있다”며 “이사는 직원보다 훨씬 더 엄격한 윤리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 직원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그런 측면에서 사법적 판단은 남아있지만, KBS의 명예를 실추하고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이사회가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백 KBS 경영평가위원 (공언령 이사장)
김백 KBS 경영평가위원 (공언령 이사장)

한편 이날 이사회는 여권 성향 이사들의 표결 불참 속에서 ‘2022년도 경영평가 보고서’를 확정했다. 지난 24일 이사회는 경영평가 보고서에 보수시민단체의 모니터링 결과를 반영하지 않기로 의결한 바 있다. 김백 KBS 경영평가위원은 경영평가보고서에 보수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 자료를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 김 위원은 공언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공언련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바이든-날리면' 사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패널 공정성 공문 발송 ▲김건희 씨 주가조작 의혹 ▲이태원 참사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주69시간제 등과 관련해 정부·여당의 시각을 담아냈다.

여권 성향 이사들은 공언련의 모니터링 보고서가 경영평가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반발, 표결에 불참했다. 김종민 이사는 “인용된 부분을 드러낸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숙현 이사는 “삭제된 부분은 특정 시민단체의 자료가 인용된 부분이고,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불공정성에 대한 경영평가 위원의 의견은 그대로 남아 있다”며 “삭제한 것은 사적 이해관계에 있는 시민단체의 자료를 경영평가보고서에 이용한 행위를 제거하기 위함”이라고 반박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