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보이콧을 '정치적 쇼'로 규정하고 조속히 특위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유족들은 국정조사에서 다뤄야 할 핵심과제를 발표하고, 국가의 재난대응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에 국정조사 복귀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11일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20일째 지연되고 있다. 야3당은 국민의힘이 오늘까지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내일부터 본격적인 국정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의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사진=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의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사진=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유족들은 국정조사 핵심 과제로 ▲압사 사고에 대한 국가 대비책 ▲참사 당일 접수된 신고를 ‘심각한 위험’으로 인식하지 않은 이유 ▲참사 당일 ‘재난대응시스템’ 작동 과정 ▲희생자 및 유가족의 권리보장 여부 등을 제시했다.

유족들은 그동안 각종 행사에 대한 정부의 안전사고 대비책을 점검하고 ‘이태원 참사’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을 우선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현장의 구조신호가 어떠한 맥락에서 ‘적극적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는지 그 흐름과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며 “112신고에 대해 경찰이 대응하는 통상의 사례를 확인하고, 밀집 상황에 경찰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국가 재난안전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요구했다. 유족들은 참사 ‘컨트롤타워’ 부재 여부를 밝혀야 한다며 “현장 대응뿐 아니라 행정안전부, 대통령실까지 포함한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족들은 ‘시신인도’, ‘장례지원’, ‘생존자 회복 지원’ 등 정부의 희생자 및 유가족 권리보장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참사 이후 정부의 대처 등에서 피해자 권리 침해 사례 여부는 없었는지, 정부 주요 공직자가 참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적절한 애도를 표했는지를 물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 청취와 협의는 성실히 이뤄졌는지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의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리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의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리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158명의 희생자 유가족들은 10·29 참사 이전의 생활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너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며 “유가족 중 희생자가 어느 시점에 어떻게 병원으로 이송됐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지금까지 정부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정조사가 파행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쇼'를 멈추고 조속히 특위로 복귀할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명한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과 의무를 당리·당략에 이용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규탄했다.

이 대표는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인 만큼 책임자만을 가리는 과정이 아니라 참사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인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과정”이라며 “법적 책임과 행정적 책임까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성역없이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조사가 필요하다. 유가족협의회는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의 조속한 실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의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인 조미은 씨가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의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인 조미은 씨가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유가족들은 한목소리로 국민의힘이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고 이주형 씨 아버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유가족을) 왜 자꾸 반정부 세력으로 몰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유가족끼리 서로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게 해달라는 유가족의 요구가 그렇게 정부에 부담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부대표는 ▲‘참사 현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도 시신이 있었다’ ▲‘인터넷 뉴스나 유튜브에 마약 문제가 있던 건 아닌지 우려하는 내용도 있다’고 주장한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정부 부담을 덜고자 희생자들에게 (마약)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유품을 샅샅이 뒤졌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뭐 하나 나온 게 있나”라고 반문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참사 현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희생자는 130m 정도고, 마약 가능성은 파악된 바 없다’고 밝혔다.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는 ‘애초에 국정조사에 합의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했다. 조 씨는 “당신의 아들이 희생자에 포함돼 있어도 국정조사를 반대했겠나”라며 “당신의 아들이 내 아들과 같은 골목에서 죽었다면 국정조사와 이상민 장관 탄핵을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부모로서 어떻게 그렇게 무서운 말을 하나”라고 했다. 고 박가영 씨 어머니 최선미 씨는 “당신의 아이가 살아있다고 안심되나”라며 “안심하지 말라, 당신이 이 나라 정치인으로 있는데 어떻게 안전하겠나”라고 했다. 

한편, 유족들은 오는 16일 이태원역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유가족은 희생자의 사진과 이름을 공개하고 시민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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