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가 지난달 30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근조' 표기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패용하라는 지침을 내린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다.
과거 국민의힘과 보수 정부는 참사 때마다 '근조' 표기가 있는 리본을 패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규탄하기 위한 정치적 퍼포먼스에서 '근조 공영방송'라는 리본을 달았다.
경향신문은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가 지난달 30일 중앙정부부처와 각 시·도 등에 '근조' 글씨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하라는 공문을 발송, 공무원 사회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1일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지자체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근조 리본을 준비했다가 급히 검은색 리본을 마련하는가 하면, 검은색 리본을 구하지 못해 근조 리본을 뒤집어 착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행안부는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공문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인사혁신처는 '통일성'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고 했다.
공무원 사회에서 "근조 리본을 많이 달아봤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열린 이태원 참사 상황점검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근조' 표기가 없는 리본을, 오세훈 서울시장은 '근조' 표기가 있는 리본을 패용했다.
역대 정부는 참사 발생 시 '근조' 표기가 있는 검은색 리본을 패용했다. 오마이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8월 화재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들의 합동분향소를 방문할 때 참모들과 함께 '근조' 리본을 달고 조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에 '근조' 리본을 달고 방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참사 합동분향소를 방문하면서 '근조' 리본을 패용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낙연 국무총리는 2017년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 2018년 밀양 화재참사 등에 조문하면서 '근조' 리본을 달았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 정치적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검은색 리본을 활용하면서 '근조' 표기를 잊지 않았다. 지난 2017년 10월 자유한국당은 국정감사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규탄하며 상복 차림을 하고 가슴에 '근조 공영방송'이라고 적힌 검은색 리본을 달았다.
2019년 9월 국민의힘 전신 바른미래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현장 의원총회를 개최하면서 '근조 정의'가 표기된 검은색 리본을 패용했다. 국민의힘은 2020년 9월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을 규탄하면서 상복 차림에 '근조' 리본을 달고 정부여당을 규탄했다.

한편, 인사혁신처는 1일 경향신문 보도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어 "이태원 사고에 대한 애도를 표할 수 있는 검은색 리본이면 그 규격 등에 관계없이 착용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며 "국가애도기간 중 복무기강 확립과 애도 분위기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국가애도기간 중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착용하도록 하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지침을 하달했다"며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와 근거로 이 같은 지시를 내렸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근조’나 ‘추모’를 표시하면 큰일 나는 이유라도 있나. ‘이태원 참사’를 ‘이태원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부르도록 한 지시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상식 밖의 지시"라며 "정부의 책임을 희생자와 시민, 이태원 주변 상가에 돌리려는 구체적 정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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