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압사’라는 단어를 빼기로 결정했고 이 같은 지시가 관계 부처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통령실이 언론에 제공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사진에서 '압사사고'라는 단어를 확인할 수 있다.
7일 국회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BS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지시는 이른바 ‘모바일 상황실’로 불리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이뤄졌다. 해당 카톡방에 보건복지부, 소방청, 소방본부, 중앙응급의료지원센터, 재난거점병원, 시·도, 응급의료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해당 카톡방에 “오늘 대통령 주재 회의 결과 이태원압사사건을 ‘압사’ 제외하고 이태원 사고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서울 재난인력 관계자가 “이태원 사고로 변경하겠다”고 답하자 박 공공보건정책관은 “감사하다”고 말했다.
KBS는 “참사 당일 112신고 내용에도 시민들의 입을 통해 수차례 등장했던 '압사'라는 단어. 당시 사고 정황을 가장 정확하게 나타낸 말이지만, 대통령 주재 중대본 회의에서 이를 쓰지 말라고 결정했고 사고 수습을 담당하는 정부 각 기관에 신속하게 전파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 공공보건정책관은 KBS에 “회의 전달 상황이었고, 보고서 제목을 통일하자는 취지였다”며 “왜 그랬는지 기억은 나지 않고, 그렇게 용어를 쓰자고 (지시가) 나왔기 때문에 크게 괘념치 않고 전달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0월 30일 열린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희생자·피해자 대신 '사망자', '사상자'를 사용하자고 논의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날 중대본 회의 직전 참사 현장에서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라고 발언해 사태 파악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희생자·피해자' 대신 '사망자·부상자' 용어를 쓰는 이유에 대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명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사망자, 사상자'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참사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에서 '압사?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라고 발언한 데 이어, 본인 주재 회의에서는 '압사'라는 단어를 빼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결국 참담한 사고의 진상을 밝히고 수습하기보다, 10. 29 참사의 본질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사실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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