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직구장 방문’ ‘1992 티셔츠’ 등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힘은 거짓말 논란이 제기되자 "근거 없는 흠집내기"라며 해명에 나섰으나 네티즌들 사이에서 '해명이 더 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당직자들에게 신속한 언론 대응을 지시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지난 10일 부산시당 당직자 간담회에서 “지난 민주당 정권에서 할 일을 제대로 했다는 이유로 네 번 좌천을 당하고 압수수색도 두 번 당했었다”면서 “그 처음이 이곳 부산이었다. 그 시절이 참 좋았는데 그때 저녁마다 송정 바닷길을 산책했고, 서면 기타학원에서 기타 배웠고,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 직후 야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한 위원장이 부산고검 차장 검사로 발령받아 재직한 기간은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인데, 당시 프로야구는 코로나19로 인해 같은 해 5월부터 10월까지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이 2008년도에 사직구장에서 주황색 봉지를 머리에 쓴 모습을 공개하면서 "한 위원장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년, 2020년 등 두 번에 걸쳐 부산에 살았다. 짧은 인사말에서 몇 줄로 축약해서 세세히 소개하지 못할 정도로 부산에서의 좋은 추억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정기인사에 따른 발령으로 좌천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영훈 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 부의장은 “어설픈 거짓말보다 변명이 더 구차했다"며 "공개된 사진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에 찍힌 사진으로, 한 위원장이 직관을 했다던 ‘좌천된 시기’와는 12년이나 차이 나는 과거 사진이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의 ‘1992 티셔츠’도 마찬가지다. 한 위원장은 10일 부산 일정 도중 ‘1992’가 적힌 티셔츠로 갈아입고 부산 시민들을 만났다. 이를 두고 다수의 언론은 ‘부산을 연고지로 둔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해가 1992년으로, 한 위원장이 패션을 통해 부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TV조선에 “92학번이라 '꽤 오래전'에 사서 입고 다니던 건데, 롯데자이언츠 승리 의미도 생각 나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입은 티셔츠가 지난해 8월 말에 발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넉 달 전을 굳이 '꽤 오래전‘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냐”며 “입만 열면 허언에 과장된 표현을 쏟아내는데, 이 정도면 습관을 넘어선 고질병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일부 기사에서 꽤 오래전에 산 것이라고 보도했다가, 민주당 인사들의 억지 트집이 시작되자 그런 여지조차 주지 않기 위해 기사 내용을 '얼마 전에 산 것'이라는 취지로 변경한 것”이라며 “’근거 없는 흠집내기‘”라고 반박했다. TV조선은 "꽤 오래전" 발언을 "얼마전"으로 수정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15일 김건희 씨와 그의 어머니 최은순 씨가 주식 거래로 23억 원가량의 수익을 얻었다는 검찰 의견서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권 당시 문건 아닌가, 그때 왜 (기소) 안 했나”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해당 의견서를 보도한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의견서를 검찰이 제출한 게 2022년 12월 30일이라고 날짜를 박아서 보도했다”며 “그 시기 한동훈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이었다. 이 문건은 윤석열 정권의 검사가 만든 문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네티즌들은 "그냥 사직에서 야구 본 적 있다고 하면 될 일을 굳이 '좌천'이랑 엮었다" "쉽게 들통날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한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유명한 거 다 조합하다보니까 꼬인 것 같다" "저런 이야기를 왜 억지로 만들려는지 모르겠다" "2008년도 사진으로 논란이 더 키운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한편 17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동훈 위원장이 당직자들에게 신속한 언론 대응을 주문했다고 한다. 최근 한 위원장을 만난 고위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한 위원장이 ‘당이 명분 우위에 있는 이슈인데도 지나치게 신중하게 접근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쳐 민주당에 밀리는 경우가 많다’며 ‘대응 속도를 높이고 핵심만 간략히 전달하는 방향으로 이슈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당 체질을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중앙일보에 “한 위원장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게시물을 보내며 사실관계 정정을 위한 논평 대응을 지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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