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뉴스9'의 새해 첫 앵커멘트에서 '동료'라는 단어가 사용돼 의구심을 낳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동료시민론'에 발을 맞춘 것 아니냐는 것이다. 

12일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전 JTBC 앵커)는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방송 '언론어때'에서 "새해 첫날 메인뉴스는 모든 언론사·방송사가 뉴스를 어떻게 할까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런데 2024년 1월 1일 KBS '뉴스9' 앵커 오프닝에 생소한 표현이 들어가 있다"며 '동료'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고 전했다. 

KBS '뉴스9' 1월 1일 방송화면 갈무리. 박장범 앵커가 첫 멘트를 하는 모습

지난 1일 KBS '뉴스9' 박장범 앵커는 뉴스를 시작하면서 "국민의방송 KBS는 올해도 여러분 곁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가 되겠다"며 "9시 뉴스는 꼭 필요한 정보, 정확한 뉴스를 전달해 여러분의 여정에 믿음직한 동료이자 길잡이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성태 연구실장은 "'동료'라는 표현은 뉴스에서 직장 동료, 선후배 동료 이럴 때 쓴다. 국어사전에도 '동료'는 '일을 같이 하는 사람' '같은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나와있다"며 "그런데 KBS '뉴스9' 오프닝을 보면 '여러분의 여정에 믿음직한 같이 일하는 동료가 되겠다', 우리가 관례적으로 이해하던 '동료'의 뉘앙스와 다르게 '동료'가 사용됐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최근에 '동료'가 많이 나오는 배경이 하나 있지 않나. '동료시민 여러분'이라는 표현"이라며 "'동료시민'이 과연 어떤 표현이냐 많은 신문에서 분석도 하고 있고, 지금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밀고 있다"고 했다. 

박 실장은 "제가 50년 넘게 살았지만 '동료'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각광받은 게 한 위원장 이후"라며 "KBS가 새해 첫 뉴스에 '동료가 되겠다'한 것은 혹시 (한 위원장에게)호응한 것 아닌가. 물론 그냥 썼을 수도 있고, 발음이 잘못 나왔을 수도 있지만 의심을 사기에는 충분하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수락연설에서 '동료시민'이라는 단어를 10번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정말 그런 세상이 와서 동료시민들이 고통 받는 걸 두고 보실 건가. 그건 미래와 동료시민에 대한 책임감을 져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그 지지층은 '동료시민'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선집중' 유튜브 방송에서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는 "박 앵커가 '뉴스9' 앵커를 맡자마자 처음 했던 멘트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흔들었던 정파성 논란을 극복하고'였다"며 "원론적이긴 한데, 지금 KBS를 향해 정파성을 지적하고 있는 세력은 사실 한 쪽이다. 이런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이 단어('동료')를 9시 뉴스 앵커가 썼기 때문에 신년멘트가 주목받고 해석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10일 KBS '뉴스9'은 MBC, SBS, TV조선 등 주요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달리 한 위원장의 동정을 두 번째 꼭지에 배치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퇴원 소식은 18번째 꼭지 단신으로 처리했다. KBS '뉴스9'은 한 위원장 동정 보도에서 3·15 민주묘지 참배, 부산 청년들과의 일자리·지역경제 논의, "한동훈!"을 연호하는 부산 시민들, "부산을 너무 사랑한다"는 한 위원장의 발언 등으로 채웠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뉴스9'이 국민의힘 기관지인가. 어제 KBS '뉴스9'은 KBS 구성원으로서 부끄러움을 넘어 자괴감이 들 정도의 편향적 뉴스"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KBS '뉴스9' 초반부에 '한동훈 부산 방문'…이재명 퇴원은 단신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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