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산업부 장관이 총선 출마로 3개월 만에 옷을 벗고, 음주운전·폭력 전과자가 장관 후보자에 오르고, 여당 비대위원장에 검사 출신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추대론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은 '민심에 맞느냐'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명했다. 방문규 현 산업부 장관은 취임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교체된다. 방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수원 출마가 유력하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겨레는 18일 기사 <[단독] 국힘,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한다…이르면 이번주 사표>에서 "(의원들은 물론)원외 당협위원장 대다수가 ‘지금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로 총선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당이) 가능한 한 빨리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할 것"이라는 여권 핵심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왼쪽부터)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당 안에서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지만, 주말이 지나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론'으로 정리되는 기류"라며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론'은 18일 열리는 원내외 당원협의회 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8일 동아일보는 사설 <예삿일 된 부실 검증에 총선 위한 ‘3개월 장관’까지>에서 "3개월 만의 장관 교체는 최고위 공직 인사를 넓고 길게 내다보는 안목 없이 주먹구구로 한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며 "특별한 잘못 없는 장관이 3개월 만에 교체되는 것은 1987년 이후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부실 검증 논란도 작은 사안이 아니다"라며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와 강도형 해수부 장관 후보자에게 불거진 논란을 가리켰다. 박 후보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퇴임 후 자기 회사를 만들어 1억 2100만 원 규모의 LH 일감을 따냈고, 강 후보자는 폭력·만취운전 전과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관 인사를 통해 '내 생각이 존중받았다'고 느낄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지금의 대통령 인사는 인사 추천과 1, 2차 검증을 검찰과 검찰 출신이 도맡고 있다. 그런데도 벌금형 2건이 그냥 넘겨졌다"고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 이하경 대기자는 칼럼 <‘아는 형님’ 인사 유감>에서 윤 대통령이 부산엑스포 유치 참패로 '불통의 벌거숭이 임금님'이 되고도 자기확신이 강한 국정운영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며 '검찰 선배' 김홍일 권익위원장을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기자는 "전문성보다 학연과 근무연을 중시하는 '아는 형님' 인사가 되풀이된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하는 헌법 1조의 민주공화국 정신과 충돌한다"고 했다. 

이 대기자는 "윤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자신의 미숙함과 결핍을 인정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유·무죄로 판단하는 검사의 이분법적 가치관만으로는 품을 수 없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세계가 있다"며 "이런 엄중함을 알면 ‘아는 형님’ 카드를 남발할 수 없을 것이다. 나를 반대하고 비판하더라도 내게 없는 지혜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를 하늘로 여겨야 한다"고 했다. 

이 대기자는 '윤심'만 바라보는 현재의 여권을 '전제군주 시대'에 빗댔다. 이 대기자는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이 윤 대통령에게 90도로 허리숙여 인사한 장면을 거론하며 "이 이기한 장면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기 성찰이 없고, 여당은 대통령이 뿌려주는 '권력이라는 마약'을 핥기 위해 충성경쟁을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에서 마중나온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등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사설 <총선용 스펙 위해 임명됐다 3개월도 못 채우고 옷 벗는 산자부장관>에서 "취임한 지 석 달도 되지 않은 장관을 선거에 차출한다니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장관 자리를 얼마나 가볍게 봤으면 이런 인사를 하나"라며 "집권당의 총선 한 석을 위해 대한민국의 산업 정책 방향이 석 달 만에 오락가락해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사설 <與 비상 초래한 대통령실이 비상대책위원장 고른다니>에서 "한 장관 개인의 적합성 여부보다 먼저 따져 봐야 할 문제는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비대위원장이 결정되는 모양새"라며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하고도 벌써 세 번째 비대위를 꾸리게 된 데는 대통령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것이 국민들의 인식"이라고 짚었다. 

조선일보는 이준석 전 대표가 물러나고 이어진 전당대회에서 다른 출마자들이 중도 포기하면서 김기현 전 대표가 선출된 과정을 소환했다. 조선일보는 "이처럼 대통령 입김에 의존하는 당의 모습에 국민은 적잖이 실망한 상태"라며 "이런 마당에 비대위 구성마저 대통령 눈치를 살핀다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라고 했다. 

또 조선일보는 "정치를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현직 장관 신분인 사람이 곧장 뛰어드는 것이 적합한지는 의문"이라며 "'검찰 공화국'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여당 대표까지 검사 출신이 맡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 국민 혁신 요구에 부응하겠나>에서 "한동훈 비대위는 득보다 실이 큰 카드가 될 공산이 크다"며 "한 장관은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실전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그가 총선 직전 급박하게 벌어지는 각종 상황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여당의 간판이 되는 순간 그는 야당의 집중 공세에도 직면하게 된다. 총선 결과에 따라 책임론이 부각될 수도 있다"며 "더구나 총선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자칫 여권의 기대주를 조기 소진시켜 버릴 위험이 작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종속적 당정관계 바로잡긴커녕 “한동훈 비대위”라니>에서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에도 늘 비대위 체제에 있는 이유는 윤 대통령의 무리한 '당정일체' 욕심 때문이라며 "한데, 비대위원장으로 한 장관을 민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한 장관을 '윤석열 사단의 적장자' '윤 대통령의 분신'으로 규정하며 "여당 내에서조차 '우리가 국민의힘이냐, 용산의힘이냐', '당정일치로 성공한 정부는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게다가 완전한 정치 초보다.(중략)장관으로서 보여준 모습은 야당 의원들을 향한 야멸찬 공격이 대부분"이라며 "뿐만 아니라 한 장관이 무리해서 법무부로 가져간 인사 검증은 판판이 구멍이 뚫려 결격 후보자를 잇따라 양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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