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여당은 이제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로 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떠들썩하다. 주류가 밀어 붙이는 기세가 대단하지만 반론이 만만찮아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보수언론의 대표격인 조선일보마저 집권 이후 세 번째 비대위가 말이 되느냐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이번에도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도부를 꾸릴 경우 수습이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바닥을 확실히 다져 놓고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겠다는 분위기다.

그런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여당의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은 정치 상식으로 볼 때 황당한 얘기다. 첫째, 법무부 장관이 여당의 비대위원장을 직행한 전례가 없고 그걸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둘째, 총선을 앞두고 정당 내부의 여러 민감한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야 할 일이 많을 텐데 한동훈 장관은 정당을 경험해본 일이 없는 인사이다. 셋째, 지금 여당 위기의 본질은 보수언론도 지적하듯 대통령과의 수직적 관계에서 비롯된 것인데 한동훈 장관은 오히려 ‘대통령의 아바타’로 여겨지고 있어 이 위기를 벗어날 카드로 볼 수 없다.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이 18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이 18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비판에 대해 여당 주류는 나름의 반박을 내놓고 있다. 첫째, 이것 저것 따질 때가 아니라는 거다. 둘째, 비록 한동훈 장관 본인은 정당을 경험해본 일이 없더라도 다른 인사들이 충분히 도와줄 수 있으므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거다. 셋째, 한동훈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쓴소리’를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이런 반론이 오히려 드러내는 진실이 있다는 건 흥미롭다. 이것 저것 따질 때가 아니라는 얘기는 논리적 반론이 아니라 오히려 무리수라는 걸 인정하는 얘기이므로 넘어가자. 주변 인사들이 당무를 도와주면 된다는 얘기는 뒤집어 말하면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더라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전권을 휘두르는 모양새는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더 구체적으로는 김기현 지도부를 구성했거나 주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한동훈 비대위에서도 요직을 맡게 될 가능성이 언급된다. 결국 바뀌는 건 없는 거다.

한동훈 장관이 오히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다는 전망은 희망적 사고일 뿐 별다른 근거는 없는 얘기다. 근거가 없다 보니 이걸 정당화 하기 위한 논리도 언론을 통해 흘러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직접 그렇게 말하더라는 식이다. 가령 TV조선은 18일 국민의힘 소속 한 광역단체장이 “최근 윤 대통령이 한 장관에 대해 ‘정치 경험이 없지만 머리가 좋고 센스가 있어 상황을 잘 돌파해나가지 않겠나. 현재 거론되는 비대위원장 후보 중에 내 말을 가장 안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이라면 이 보도는 한동훈 장관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다는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이 한동훈 비대위 체제를 원한다는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한동훈 불가론’ 중 정당 경험이 없다는 것과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로는 위기 돌파가 어렵다는 논리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명확한 반론을 제기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대위로의 전환을 대통령이 바라지 않는다면 왜 이런 얘기가 나오겠는가?

여당 주류가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정황은 분명하다. 경향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4대 윤핵관 중 여전히 실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철규 의원이 원외 당협위원장들에 연락을 해 한동훈 비대위 전환의 불가피성을 설파했다는 것이다. 18일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 논의에 대해서도 당내 주류는 수도권 등 약세 지역에서의 찬성이 8대 2였다는 둥의 주장을 했으나 언론은 그렇게까지 의견의 쏠림이 있었던 건 아니라는 취지로 보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내 주류는 왜 특히 수도권 등 취약 지역의 원외 여론을 겨냥해 한동훈 비대위 전환에 대한 우호 여론을 강조했는가? 이것 역시 ‘바람몰이’의 일환인 거다. ‘윤석열 아바타론’에 부담을 느낄만한 지역에서 오히려 환호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한동훈 비대위 전환으로의 정당성을 갖추려고 한 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바도 없고 오히려 국민의힘 내의 이견이 정리되지 않으면 비대위원장은 물론 국민의힘 입당도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는 보도다. 이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주지 않으면 총선역할론도 없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자리를 나서서 쟁취할 정도로 본인의 의지가 강하지 않은 건 사실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여당 주류가 나서서 이렇게 펌프질 하는 게 용산과의 교감 없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결국 대통령이 여당을 놓아주고 여당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그나마 문제가 풀리는 것인데 김기현 지도부가 사실상 붕괴한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든 용산 직할 구조는 바뀌기 어려운 것이며 그렇기에 총선 역시 ‘윤심 총선’으로 치르는 게 불가피하다.

총선에서 지면 식물정권이라는 평이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 대통령은 총선 승리를 절실히 바랄 텐데, 본인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 ‘윤심 총선’이라는 조건까지 붙여 총선 승리 전략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킬러문항’에 가까운 일이다. 이런 일이 제대로 잘될 리가 없다. 열심히 잘해보려다 실패했다면 동정표라도 얻을 수 있지만 연이은 실패에서도 교훈을 찾지 못하고 올바르지 못한 해법만 반복하다 망한다면 ‘사필귀정’이란 소리나 듣고 끝나기 마련이다. 지금 한동훈 비대위 바람몰이 하는 여당은 어느 쪽인가? 냉정히 생각해보시라.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