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교육부가 지난 6월 8일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 일부 과목부터 시작하여 2028년까지 학년ㆍ과목별로 확대 실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5년 초등 3~4ㆍ중1ㆍ고1부터 시작해 2026년에는 초등 5~6ㆍ중2, 2027년에는 중3 등에 단계적으로 적용 예정이다. 과목별로는 2025년엔 수학ㆍ영어ㆍ정보, 2026년엔 국어ㆍ사회ㆍ과학ㆍ기술과 가정, 2027년엔 역사, 2028년엔 고등학교 공통 국어ㆍ통합사회ㆍ한국사ㆍ통합과학에 도입된다. 일부 예외는 있다. 학생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초등 1~2학년군과 심미적 감성, 사회·정서능력과 인성을 함양하는 과목(도덕, 음악, 미술, 체육)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교육부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초저출산 시대에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교육격차를 완화하고 모두를 인재로 키우는 맞춤교육 실현’이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이런 희망이 다소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이 짧은 문장 안에 현재 초중고 학교 교육이 처한 현실과 실현 가능한 솔루션이 적절하게 언급되어 있다. 특히 문장 안에 있는 ‘학생 한 명 한 명’이라는 표현은 현재 교육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시의적절한 언급이다. AI 디지털교과서 자체가 모든 문제, 특히 일대일 맞춤교육을 완벽하게 실현할 수는 없겠지만 맞춤교육으로 가는 디딤돌로 활용될 가능성은 많다.

지금까지 초중고 학교 교육은 교육의 본래 목적과 거리가 멀었다. 경쟁을 당연시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학교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학교 교육의 대부분은 대학교 입시를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좁은 공간 안에 있는 수십 명의 학생들에게 교과서 안에 있는 내용을 빨리 그리고 많이 암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 암기력이 좋거나 인내심이 강한 소수의 학생들만이 교사의 이런 교수법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에 흥미를 느낄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교육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지난해 5월 2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5월 2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교육격차에 대한 이런 현상을 일반적 시각과는 다른 관점에서 분석해 보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 하나를 찾을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대중교육의 시작은 근대 산업사회의 시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공장제 수공업에 이어 공장제 기계공업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자를 읽고 쓸 수 있고 수식을 이해할 수 있는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당시 일부 귀족과 부르주아 계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문맹에 가까웠다. 공장의 기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원료의 투입량을 계산할 줄 알아야 했고 정해진 시간에 기계 작동을 순서에 맞게 멈춰야 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교육받은 사람들이 필요했다.

국가는 부르주아 요구에 따라 공장에 필요한 산업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중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교육 과정은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에 한정되었다. 몇 권의 교과서만 있으면 충분했다. 개인별 맞춤 교육은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중교육은 기본적으로 산업사회 대중 교육의 메커니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질적 발전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주입식 대중 교육의 한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시대는 산업사회에서 탈산업사회, 정보화 시대, 4차 산업혁명의 시대, AI 시대 등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오래전에 만든 교과서에 의지하는 교육과정은 변함이 없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교육 과정이 시대와 동행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유연하지 못한 교과서에 있다. 서책형 교과서로는 개인별 맞춤 교육이 불가능하다. 동일한 문장, 동일한 수준의 문제만 있어 학생들은 이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둘 중의 하나만 가능하다. 교사가 개인별 맞춤교육을 하고 싶어도 모든 학생을 위한 자료를 만들 수 없다. 결국 수업을 따라오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으로 이분화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 교과서는 서책형 교과서오 달리 개인별 맞춤 교육이 가능하다. 학생들은 태블릿 PC 화면 위에 있는 여러 교육 콘텐츠를 클릭하면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다. 콘텐츠는 교육부 서버에 쌓여 빅데이터가 되어 피드백을 해준다.

교육부 발표의 핵심은 단순하다. 이제 더 이상 아날로그 교과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번 만들면 1년 동안 사용해야 하고 학생들 수준에 관계없이 암기해야만 하는 종이책을 버리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조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경쟁을 미덕으로 받아들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고 있다. 시행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에 부딪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학생들의 적성, 능력, 희망 등을 고려하지 않는 대량 생산 시스템에서 맞춤형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이제 시작이지만 이번 조처가 장기적으로는 초중고 학교 교육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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