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장동은 막느라고 너무 지쳐. 걔네(기자)들은 현찰이 필요해" 

'대장동 사건'은 2021년 8월 인터넷 언론 '경기경제신문'에 실린 기자수첩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2010년부터 이어져 온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게 된 배경에 일명 대장동 일당의 기자 로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왔다.   

'대장동 사건'이 언론계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자산관리사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전 머니투데이 기자)가 기자들에게 돈을 전달한 정황이 '정영학 녹취록'을 통해 포착되었고, 검찰이 금전거래를 확인하면서 의혹 당사자인 기자들의 소속 언론사까지 공개됐다. '50억 클럽'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의혹,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의 화천대유 고문 계약에 이은 언론계 스캔들이다.   

5일 SBS는 검찰이 김만배 씨 관련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언론사 간부들에게 돈이 흘러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김만배 씨가 대장동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의 흐름을 쫓는 중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자산관리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자산관리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사진=연합뉴스)

중앙일간지 간부 A 씨와 B 씨는 2019년 김만배 씨와 각각 6억원, 9천만원의 금전거래를 했다. 종합편성채널 간부 C 씨는 남욱 변호사를 통해 김만배 씨로부터 명품 신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 씨는 김만배 씨에게 6억원을 빌렸고 이 중 2억원을 갚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B 씨는 2018년 자신의 돈 8천만원을 김만배 씨에게 빌려준 것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C 씨는 남욱 변호사에게 선물을 받은 적 없다면서도 김만배 씨로부터 선물을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6일 보도를 통해 김만배 씨로부터▲ 2019~2020년쯤 6억원을 전달받은 한겨레 간부 ▲2020년 1억원을 전달받은 한국일보 간부 ▲2019년 9천만원을 전달받은 중앙일보 간부 등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김씨와 억대의 돈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난 언론인은 3명으로, 김씨와 비슷한 연조이거나 법조기자로 함께 활동했던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2월 29일 기사 <대장동 키맨 김만배 "기자들에게 현금 2억씩, 아파트 분양권도 줬다">에서 '정영학 녹취록'과 '정영학 메모'를 입수해 김만배 씨가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에게 금품을 돌린 정황을 보도했다. 김만배 씨는 2020년 3월 24일 정영학 회계사에게 "너 완전히 지금 운이 좋은 거야. 수사 안 받지, 언론 안 타지, 비용 좀 늘면 어때"라며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 회사(언론사)에다 줄 필요 없어. 기자한테 주면 돼"라고 말했다. 

이어 김만배 씨는 2020년 7월 29일 정영학 회계사에게 "대장동은 막느라고 너무 지쳐. 돈도 많이 들고. 보이지 않게"라며 "끝이 없어. 이놈 정리하면 또 뒤에서 숨어 있다가 다시 나오고"라고 말했다. 김만배 씨는 "어차피 광고 내려면 그 정도 내라 그러면 그렇게 해"라며 이날 저녁에도 언론사 기자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형님 맨날 기자들 먹여 살리신다면서요"라며 김만배 씨에게 상품권을 건네고, 김만배 씨는 "와 이 정도면 대박인데. 걔네(기자)들은 현찰이 필요해"라고 했다. 김만배 씨가 돈으로 관리했다는 신문사 모임의 이름은 '지회'였다. 

이보다 앞서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화천대유'로 자리를 옮긴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3월 뉴스타파는 기사 <김만배와 조선일보, 화천대유로 간 전직 조선 기자>에서 검찰이 지난해 10월 작성한 대장동 수사보고서 일부를 입수, 화천대유와 고문 계약을 맺은 인사들 명단을 확인한 결과 언론인 출신이 4명 포함됐으며 이 중 1명이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 이모 씨라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이 씨는 조선일보에서 퇴직한 직후인 지난해(2021년) 6월 화천대유와 연봉 1억 2천만 원에 고문 계약을 맺었다"며 "검찰 압수수색 시점인 2021년 9월 말 현재 이 씨가 수령한 3개월치 연봉은 세전 3천 5백만 원, 세후 2천 8백만 원가량"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 이 씨는 뉴스타파에 "평소 친분이 있던 김만배 씨가 '언론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데 도와 달라'고 해서 고문직을 수락했다"며 "화천대유니 대장동이니 하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 대장동 사태가 터지고 얼마 안 돼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뉴스타파는 "조선일보가 자사 논설위원 출신의 대장동 화천대유 고문과 억대 연봉 계약사실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 홍선근 머니투데이그룹 회장이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홍 회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6일 뉴스타파는 홍선근 회장이 김만배 씨로부터 두 아들 계좌로 49억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김만배 씨가 홍선근 회장의 두 아들이 '천화동인' 1호에서 49억원을 빌릴 수 있게 해줬으며 홍선근 회장의 두 자녀는 아무런 담보 없이 돈을 빌렸다고 했다. 뉴스타파는 오히려 김만배 씨가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인으로 나서 49억원 대출의 부담을 스스로 떠안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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