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조현옥 수필가] 광교산 둘레길을 걷다 형제봉으로 가려면 수원의 상수원인 광교저수지 둑을 지나야 합니다. 둘레길을 삼사십 분 걸어 목이 마를 때쯤 눈앞에 펼쳐지는 시원한 저수지의 물과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한 산 능선을 바라보면 먼 여행이라도 떠나온 느낌입니다.

게다가 둑의 왼쪽에는 상수원 보호 시설이 연두색 고깔 지붕을 쓰고 저만치 물 위에 떠 있어 등대를 연상시키니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나선 길이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요.

눈을 돌려 둑 아래쪽을 바라보면 경사면으로 펼쳐진 풀밭에 철마다 다른 생명의 빛 깔이 피어오릅니다. 오늘도 봄을 지나온 들판이 숨겨 놓았던 새로운 빛깔을 내놓습니다.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가 작은 금공 모양으로 여기저기 솟아 있는 모양도 예쁩니다. 진노랑 금계국이 파란 하늘 아래 물결을 지나온 바람 따라 춤추는 모습은 추억으로 들어가는 문 같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광교저수지 제방에 핀 노란 금계국. (수원시 제공=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시 광교저수지 제방에 핀 노란 금계국. (수원시 제공=연합뉴스)

초등학교 시절 학교 사육장에 금계가 있었습니다. 제 짝이 금계 관찰일기를 썼기에 함께 가서 날마다 금빛 머리칼의 그 새를 바라보았습니다. 바로 그 금계의 벼슬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 금계국입니다. 생명력이 강한 외래종이라 일본에서는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재배가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길가나 들판에 군락으로 피어 있지만 숲속에서 우리 토종 식물의 생태계를 침범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아 적극적으로 제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진노랑의 선명한 금계국을 볼 때 우리가 느끼는 ‘상쾌한 기분’이 바로 이 꽃의 꽃말이라고 합니다. 금계국과 비슷하지만 꽃술 중심부가 진한 인도 천인국도 여름날의 태양 아래 빛나는 꽃입니다. 색감이 인디언들을 떠오르게 해서인지 영어 이름이 인디언 담요라네요.

천인국 (사진=조현옥)
천인국 (사진=조현옥)

꽃송이가 금계국보다는 크고 해바라기보다 좀 작은 루드베키아라는 천인국도 있네요. 삼잎화라고도 하며 꽃말은 '영원한 행복'입니다. 천인국(天人菊)은 다양한 종류로 여름날의 열정을 보이며 우리 삶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득히 멀리서 파랗게 펼쳐진 하늘의 마음이 뜨거운 햇살로 꽃 위에 내려앉아 사람들과 이어주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온 외래종 꽃들을 외래종이라 차별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우리 토종 꽃들의 자리도 지켜주며 예뻐해야 할 것 같네요.

사진을 찍으면 분홍 안개가 피어오른 것처럼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핑크 뮬리도 생명력과 번식력이 무척 강하다는데 너무 많이 심는 것을 우려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사람도 먼 곳에서 우리나라로 살러 오기도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먼 곳으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때, 온 사람 간 사람 모두 이 꽃들처럼 있는 자리에서 잘 살 수 있게 도와주고 친근하게 대해야겠네요.

금계국 (사진=조현옥)
금계국 (사진=조현옥)

십여 년 전, 아홉 살 아들과 함께 캐나다로 간 여동생 얼굴이 금계국 위에 떠오릅니다. 이제 캐나다 국민이 되었고, 아들도 캐나다 명문대에 입학하여 의사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날씨는 여기보다 덜 덥고 휴양지로 이름난 곳이니 살기 좋다고 하지만, 나고 자란 곳을 떠나 직장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영어도 잘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필요하니 하게 되었나 봅니다. 다행히 그곳에서 도움을 주는 원어민도 만나고 한국 지인들의 도움도 받았다고 합니다.

꽃이 피기 위해 씨앗에서부터 지나온 보이지 않는 시간의 노력은 아무도 모르겠지요.

지금 눈앞에서 빛나는 금계국처럼 이제 동생도 그곳에서 화사하고 행복한 날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가을에 한국에 온다고 하는데 이제 외국인이 된 동생 가족을 기다려봅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