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강택 TBS 대표가 국민의힘의 민영화 압박과 관련해 "이런 식이면 10년 넘은 무상급식도 하루아침에 중단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 독립 공영방송인 TBS를 지원하겠다는 서울시의 약속이 정치적 이유로 한순간에 뒤바뀌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2020년 TBS 미디어재단 독립법인화 당시 상업광고가 불허되자 서울시가 향후 5년 간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8일 게재된 TBS 사보에서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TBS 운영조례 폐지안'에 대해 "법의 형식을 빌렸을 뿐,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위협하고 민주주의 그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강택 TBS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강택 TBS 대표 (사진=연합뉴스)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국민의힘은 TBS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TBS는 조례가 폐지되면 서울시와의 출자·출연 관계가 사라져 300억 원 규모(TBS 예산의 70%)의 지원금이 끊기는 상황을 맞는다. 

이 대표는 '300억에 달하는 재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방법이 있느냐'는 물음에 "사실상 어렵다. TBS는 서울시 출자·출연 기관이라 수익 사업에 제약이 따른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재단 독립 당시 방통위는 2년 유예를 조건으로 상업광고를 허용하려고 했지만 타 방송사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당시 서울시는 향후 5년간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재정 독립을 추진해왔는데 오세훈 시장 당선 후 예산 삭감으로 TBS를 압박하더니 시의회 구성이 바뀌고 나서부터는 아예 예산을 전액 끊겠다고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현기 서울시의장(왼쪽)이 4일 TBS 설립·운영 조례 폐지조례안을 의안과에 접수하는 모습 (KBS뉴스 유튜브 속보화면 갈무리)

방통위는 지난 2019년 서울시 사업소였던 TBS의 독립법인화를 허가하면서 '공공성 저해'를 이유로 상업광고를 불허했다. TBS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서울시로부터 일정정도의 재원을 지원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6개 라디오방송사업자들은 TBS 상업광고 허용을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방통위에 제출했다. 높은 청취율을 기록하는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TBS에 상업광고가 허용되면 라디오 광고 시장 전체 파이가 크게 늘지 않는 한 여타 사업자들의 영업에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정치적인 이유로 행정의 연속성이 하루아침에 단절되는 건 부당한 일이다. 이런 식이면 10년 넘게 지속되어온 무상급식도 하루아침에 중단할 수 있다"며 "TBS가 재단으로 독립했던 건 서울시가 한 약속이 지속가능할 거라는 '신뢰보호의 원칙'을 믿었기 때문이다. 시장과 시의회 구성이 바뀌었다고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공영방송사를 통째로 없애겠다는 건 명백한 언론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가 말한 '신뢰보호의 원칙'이란 행정기관 언동의 정당성·존속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법원칙을 말한다. 예를 들어 행정절차법 제4조는 '행정청은 직무를 수행할 때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하여야 한다'며 '행정청은 법령 등의 해석 또는 행정청의 관행이 일반적으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졌을 때에는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해석 또는 관행에 따라 소급하여 불리하게 처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TBS 교육방송 전환' 방침에 대한 입장으로 "TBS는 이미 재단 출범과 동시에 기능 전환을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TBS가 코로나19 특보, 대설 긴급방송 등 재난방송을 충실하게 해왔다면서 "그 외에도 로컬 콘텐츠, 시민참여 콘텐츠, 기후위기 정규프로그램 등을 제작하는 방송사도 오직 TBS뿐이다. 만약 교육방송이 필요하다면 방송사 기능을 바꾸거나 조례를 폐지하지 않아도 TBS에 협조 요청을 하고 예산만 지원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궁극적으로 왜 이런 사태가 왔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한국 정치의 실패, 촛불의 실패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능력도 없고 도덕적으로도 나을 게 없는 거대 야당과 언론 길들이기 등 수구적인 색채를 완전히 떼어내지 못한 보수 여당, 진보 정치의 후퇴 등 한국 정치의 실패가 지금의 사태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TBS의 변화는 한국 언론사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실험이었고 시도였다"며 "비정규직이 없는 방송사, 시민들이 거버넌스는 물론이고 프로그램의 기획과 제작에 참여하는 방송사, 수도권을 지역으로 재발견하고 더 나아가 시정 감시까지 가능한 방송사로 거듭나려고 노력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TBS 구성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언론인으로서 여러분의 자존감과 소중한 일터를 굳건히 지키는 일"이라며 "거취에 연연하지 않겠다. 필요한 때가 오면 제가 그 도구로 명예롭게 활용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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