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현순 칼럼]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는 이를 폐지한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76명)이 2022. 7. 4. 최초 발의한 조례안 [명칭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의 본문내용 전부다.

처음 보도를 접하고 명칭과 본문이 대동소이한, 한 줄로 된 ‘폐지조례안’을 직접 보았을 때 느낀 첫 번째 당혹감은 발의안에 기재된 제안 이유와 규정 형식이 전혀 호응하지 않아 '이것이 과연 조례안인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조례를 포함하여 입법 행위는 그 제안 취지와 규정 목적, 실제 규정 내용이 일맥상통하여야 한다.

서울시의원들이 9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원들이 9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안 이유를 살펴보자. “정보통신기술발전과 교통 안내 수요에 대한 급격한 변화는 물론, 방송 분야에 대한 서울시민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이하 ‘설립 및 운영조례’라 함)를 폐지하고 미디어재단 티비에스를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에서 제외하여 티비에스가 민간 주도의 언론으로서 독립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되어 있다. 환경 변화와 시민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민간 주도 언론으로 독립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한 ‘목적’을 내세우는데, 실제 조례의 내용은 기존에 존재하는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폐지’하는 것이고, 실제 환경 변화와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내용은 물론 독립 경영과 관련된 내용도 전혀 없다. 그렇다면 위 조례안이 폐지 대상으로 삼은 ‘설립 및 운영조례’가 환경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독립 경영을 가로막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어서 시급히 폐지될 필요성이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갑작스레 다른 조례안에 의해 폐지 대상이 되어버린 ‘설립 및 운영조례’ 심의 과정(제286회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록 참고)을 보면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시민 권익을 대변하는 언론 기능 수행과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독립성 보장을 위하여 현재 시 사업소 형태인 서울특별시 교통방송을 재단법인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제안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제정된 위 조례는 제1조에서 ‘미디어를 통한 시민의 동등한 정보 접근의 보장, 시민의 시정 참여 확대, 문화 예술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할 목적’으로 규정한 뒤 조직의 설립과 사업, 운영 재원, 시·청취자 권익 보호조치 등을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사업소로서 일정 기간 출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음에도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재단법인 형식의 미디어재단을 설립하는 내용의 조례가 제정된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FM 상업광고 허용 필요성,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지원, 사업수익 모델 개선 등을 통해 재정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향이 로드맵으로 제시되고, 그때까지 시는 출연금을 통해 지원하되 방송 내용에 간섭하지 않는 ‘독립성’ 강화 방안이 담긴 것이다. 목적과 규정이 일맥상통한다.

이 조례로 티비에스의 ‘독립 경영’이 저해되어 시급히 폐지되어야 한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TBS와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TBS와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2022. 9. 20. 서울특별시의회 ‘폐지조례안’ 심의 과정을 보면 이 조례안이 의도하는 부분이 비교적 분명히 보인다. 대표 발의자인 국민의힘 최호정 의원은 ‘라디오를 통한 교통정보서비스의 존재 가치 없음, 교통방송이라는 공영방송 본래 목적 상실’ 등을 제안 이유로 티비에스에 대한 지원을 폐지하고자 조례를 발의하였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제314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제1차 의사록). 발의자 중 한 명인 서울시의회 이종배 의원은 좀 더 분명하게 “티비에스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 “서울시는 불공정 방송을 하더라도 계속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냐” “서울시에도 불공정 방송에는 지원하지 않는 게 민심에 부합하다”, “이 폐지안을 통과시키는 게 서울시민의 뜻이다”라고 언급한다. 조례안 실질적 제안 사유는 제안 이유로 기재된 ‘민간 주도의 언론으로서 독립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함’이 아니라 ‘편파 방송이므로 시출연금이 지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므로 독립 경영을 위한 어떠한 내용도 조례안에는 담기지 않아 제안 이유와 입법 내용이 전혀 일맥상통하지 않는 당혹스런 조례안이 된 것이다.

편파성에 대한 제안자들의 주장 근거는 방송통신심의위에서 3년 간 54건의 제재를 받았다는 것인데, 방송통신 심의의 제재로 편향성을 단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2022. 7. 27.한국언론정보학회 긴급토론회에서 “방송규제기구의 제재 조치가 편향성과 공정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있거니와, 시사 프로그램의 심의제재 건수가 재단에 대한 지원폐지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발상도 놀랍다.

결국 위 조례안은 제안 이유와는 다르게 ‘모호한 편향성’을 근거로 현재 존재하는 조례 제4조 제3항(시장은 재단의 설립·운영 및 사업 수행을 위하여 예산의 범위 내에서 재단에 출연금을 교부할 수 있다)을 폐지하는 것이 주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티비에스의 현재 재원 구조는 어떠한가. 2019년 교통방송 서울시지원 일반전입금은 교통방송 전체 세입의 83.1%이고, 미디어 재단 출범 이후 2년째인 2022. 서울시 출연금 규모는 320억 정도로 전체 예산의 68.8%에 해당한다. 이 출연금 교부 근거 조항을 삭제하여 현재 68.8% 규모의 재원을 없애는 것과 ‘독립 경영’은 무슨 관계인가. 독립 보행이 불가능한 아이의 보행기를 빼앗아가며 ‘독립보행지원행위’라고 둘러댄다고 본래의 학대성이 달라질까.

TBS 사원행동 관계자들이 9월 28일 오전 서울 TBS 앞에서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TBS 사원행동 관계자들이 9월 28일 오전 서울 TBS 앞에서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번째, 이 조례안은 시의회의 조례 제정권의 범위와 한계 내에 있는 것인가.

지방의회의 조례 제정권은 존중되어야 하나, 그 또한 헌법과 법령에 위배되어서는 안된다. 미디어재단 티비에스는 한편으론 서울시 출연기관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지방출자출연법’)의 규율도 받는다. 위 법 제4조 제3항은 출자·출연기관과 관련하여 ‘설립 목적, 주요 업무와 사업, 출자 또는 출연의 근거와 방법, 그밖에 기관의 운영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조례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출자 또는 출연의 근거와 방법을 마련토록 위임받아 ‘근거와 방법을 폐지하는 조례안’이 발의되는 위임 근거는 무엇인가.

지방출자·출연기관이더라도 지방자치단체 임의로 그 존속이 결정되어서는 아니되므로 위 법은 해산 사유 및 방법을 법정하고 있다. 법 제24조 제2항은 ‘설립 목적의 달성, 존립 기간의 만료, 그밖에 조례나 정관으로 정한 해산 사유 발생, 합병하거나 파산, 법원의 명령 또는 판결에 따라 해산 사유가 발생한 경우, 경영 진단을 실시하여 해산을 청구하거나 민영화 추진의 대상 기관으로 정하여진 경우’ 등 해산 사유를 법정하고, 사유 발생 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해산을 요청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제출조례안은 지방 출연기관의 해산 사유를 법으로 정하여 그 출연 이후 독립성을 확보한 법·규정 취지에 맞지 않으며, 해산 방법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 장의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마저 있으며, 출연기관의 운영 등에 관한 기본 사항을 정하도록 위임받았음에도 그 폐지까지 가능토록 하여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참으로 이상한 형식의 조례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관계자들이 9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이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상정되는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 철회를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관계자들이 9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이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상정되는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 철회를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위 모든 기이함과 당혹스러움에 눈을 감고 1호 조례안으로 발의할 정도로 위 조례안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무르익었던가. 위 조례안은 ‘설립운영조례를 폐지한다’는 내용뿐이니 질문을 바꿔 ‘설립운영조례’의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있었던가. 설립운영조례는 2016.경 교통방송 프리랜서들의 정규직화 논의 과정에서부터 시작되어 3년여 간 여러 논의 과정을 거쳐 “미디어를 통한 시민의 동등한 정보 접근의 보장, 시민의 시정참여 확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하여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의 설립·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할 목적으로 2019.경 제정되었다.

반면 폐지조례안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가 있었던가. 독립 경영을 위한 실질적 논의는 전혀 없었고, 위에서 지적한 모호한 편향성 지적, 갑작스런 교육방송으로의 전환 주장 등이 단발성 기사로 언급되었을 뿐 위헌성과 위법성, 법률 유보, 조례제정권의 한계 일탈을 넘어설 어떤 논의가 있었던가.

어느 날 갑자기 발의된 이 조례안은 위와 같이 법률가로서 검토하기 참으로 민망하여 조례안으로 부르기 구차하나, 정치 역학상 “TBS의 허약한 구조를 노린 명백한 정치 탄압”(2022. 8. 27. 민주언론시민연합 성명)으로서 현실에서는 상당한 힘을 발휘하며 출범 2년 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송현순 미디어피해구조본부 실행위원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75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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