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가 TBS 조례 폐지를 통한 민영화를 추진하는 국민의힘에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정 프로그램의 정치 편향성을 이유로 공영방송을 통째 날리려는 시도는 시민 의사에 부합하지 않고, 사안을 정쟁으로 몰아가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언론연대는 20일 낸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조례 폐지안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출신 서울시의회 의장은 TBS 조례 폐지가 서울시민의 요구라고 말한다. 그야말로 견강부회"라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시민이 바라는 건 정치권력의 입맛에 따라 운영되지 않는 독립된 공영방송이지 서울시민의 공공자산을 통째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TBS에 대한 시민의 불만을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국민의힘은 TBS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TBS는 조례가 폐지되면 서울시와의 출자·출연 관계가 사라져 300억 원 규모(TBS 예산의 70%)의 지원금이 끊기는 상황을 맞는다. 서울시민 10명 중 3명(선거인 수 대비 국민의힘 득표율 27.65%)이 선택한 국민의힘은 "시민으로부터 불신임을 받은 TBS에 대해 대표기관인 시의회가 조처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면 직무유기"(김현기 서울시의장)라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연대는 "교통방송으로서 수명과 기능을 다했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언론연대는 "TBS가 교통방송의 정체성을 Traffic에서 서울시민의 Communication을 위한 미디어로 전환한 게 언제인데 여태껏 모른 척한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TBS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교통과 기상을 중심으로 한 방송사항 전반'을 방송사항으로 허가받아왔다. 1990년 특수목적 방송으로 설립된 TBS는 '방송의 목적에 맞는 편성비율을 60%이상 지켜야 한다'는 관련법 조항을 지키며 보도기능을 영위해왔다. 이후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에 따라 '전문편성사업자'의 개념이 등장했지만 지상파 사업자인 TBS를 전문편성 사업자의 지위로 규정할 만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지난 2019년 국정감사 당시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추천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이 "(TBS는)당초 허가를 받을 때 교통과 기상 정보를 포함한 '방송 전반'으로 받았다"고 말한 이유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방통위에서도 TBS의 보도기능을 인정하고 재허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TBS의 정치 논평 기능은 허가 사항이 아니라는 조선일보 기고문은 TBS가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또한 TBS 조례의 목적을 규정한 제1조는 '미디어를 통한 시민의 동등한 정보 접근의 보장, 시민의 시정참여 확대, 문화예술 진흥'이다. 언론연대는 "다시 말하지만 국민의힘이 폐지하려는 건 교통정보 방송이 아니라 서울시민의 공영방송"이라고 짚었다. 

2019년 4월 3일 열린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시민공청회

언론연대는 TBS 조례 폐지안을 당장 강행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국민의힘에 TBS 설립과정에서 실시한 의견수렴 절차는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TBS 미디어재단 설립 과정에서 ▲재단설립 타당성 연구 ▲재단법인화 토론회 ▲TBS 조례 시민공청회 등이 실시되었고, 국민의힘이 참여한 조례 심의 절차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언론연대는 "이를 한 순간에 뒤집는 게 과연 시민의 뜻에 따른 민주적 절차인지 자문해보기를 바란다"며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마저 '내로남불'이란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언론연대는 TBS 문제해결을 위한 출발점으로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제안한 ▲서울시의회 ‘공영방송 특별위원회’ 설치 ▲국민의힘-민주당 동수추천의 자문단 구성 방안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언론연대는 "문제가 있으면, 고치면 된다"며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포함한 TBS 프로그램과 운영에 관해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언론연대는 "극단적인 진영 논리에 치우친 김어준의 방송은 시민의 공공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추구해야 할 저널리즘이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더욱 큰 문제는 그간 TBS 구성원들이 김어준의 열성 지지층에 기대서, '뉴스공장'의 상업적 성취에 취해서 시민들의 누적된 불만과 문제제기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면서 "TBS 구성원들은 좀 더 성찰하는 자세로 논의에 임해야 한다. 이제라도 TBS에 등 돌린 시민들을 마주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언론연대는 "TBS사태를 정치탄압과 저항의 이분법적 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며 "TBS는 시민의 불만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TBS를 비롯한 관계 주체들이 그들의 정당한 질문과 불만에 책임 있게 답변해 나갈 때 권력의 부당한 개입도 막아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21일 TBS 양대노조(T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 폐지안 철회와 이강택 TBS 사장 사퇴를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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