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하 온플법) 폐기에 합의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들이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도권 다툼을 벌여 온 정부 부처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온플법 보류에 합의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자율규제’로 플랫폼을 제어할 수 없다면서 온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는 3일 공정거래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 직전 모여 ‘자율규제기구 추진 관련 합의문’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서울경제는 “특별법 형태의 온플법은 새 정부 국정기조인 자율규제와 모순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복수의 관계자들은 전했다”고 밝혔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를위한전국네트워크가 7일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공정위는 같은날 반박자료를 내고 ‘서울경제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온플법을 폐기할 것이라는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 자료집에서 “플랫폼 분야 거래 질서 공정화를 위해 자율규제 방안과 '필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를위한전국네트워크(온플넷)는 7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의 활성화로 온라인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의 경제적 지위가 독점화되고 각종 불공정거래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 자율규제를 추진한다며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이뤄지는 불공정·독점 행위와 그로 인한 이용사업자, 노동자, 소비자 피해를 사실상 방관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플랫폼 자율규제는 과기부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과 기술의 진흥과 성장을 목표로 설립된 부처인 과기부에 플랫폼 자율규제를 맡기는 것은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공정위 해명자료에는) 지난 2년간 공정위가 강조해 온 온플법 제정의 당위성과 온플법 처리 지연에 대한 아쉬움은 찾아볼 수 없다”며 “정권만 바뀌었을 뿐 플랫폼 기업의 각종 독점·갑질 행위는 여전한 상황에서 사활을 걸고 추진하던 온플법에 대한 공정위의 태세 전환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서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자율규제로 온라인플랫폼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말은 원리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면서 “온라인플랫폼이 자연독점을 추구하고 시장독점에 이르러서야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플랫폼 기업은 코로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소상공인을 길들이기 시작했다”며 “온플법이 무산된다면 그들의 불공정한 행위에 호소할 방법도 없다. 고율의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 그리고 배달 비용까지 엄청난 비용 전가로 소상공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고 밝혔다.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플랫폼업체와 거래하는 소상공인은 물론 대기업 제조업체들마저 플랫폼업체에 종속되다시피 한 지가 오래”라면서 “자율규제 기구로는 이미 공룡이 돼버린 온라인 플랫폼업체들의 불공정 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플랫폼 업계의 독점으로 인한 횡포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중소상인, 자영업자,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온플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온플법은 공정위가 지난해 1월 발의한 법안으로,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온플법이 통과되면 플랫폼 기업은 입점업체와 갑질 방지를 위한 필수 기재 사항이 명시된 표준계약을 맺어야 한다. 또한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다. 온플법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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