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을 폐기하려 한다는 언론의 전망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자영업자뿐 아니라 소비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플랫폼업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제어장치가 없다면 자영업자·소비자 등 플랫폼 참여 주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온플법은 지난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법안으로,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11월 당정 합의안에 따르면 중개 수익 1천억 원 이상 기업 또는 중개 거래금액 1조 원 이상인 기업은 온플법 적용을 받는다. 온플법이 통과되면 플랫폼 기업은 입점업체와 갑질 방지를 위한 필수 기재 사항이 명시된 표준계약을 맺어야 한다. 또한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다.

(사진=연합뉴스)

플랫폼업체는 온플법이 자신들의 혁신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7개 단체가 모인 디지털경제연합은 지난해 11월 성명에서 “특정 이해당사자들의 이해만을 위해 공개적 의견수렴과 협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며 법안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온플법이 발의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온플법은 국회 정무위에 묶여 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온플법이 통과된다면) 피해자는 소비자”라면서 “규제 때문에 비용이 들면 사업자가 논·땅 팔아서 충당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전가한다”고 했다.

당시 법안소위는 온플법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고 마무리됐다. 김희곤 소위원장(국민의힘)은 “4시간 이상 회의를 했다. 다음 심사 때 스피디하게(빠르게) 하자”며 회의를 종료시켰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다음번에는 꼭 처리하는 것을 전제로 하자”고 제안했으나 김 위원장은 “그것을 전제하고 담보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직권으로 이만하겠다”고 했다. 이후 법안소위는 개최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온플법이 폐기될 것”이라는 언론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플랫폼 기업 공정거래 질서를 ‘자율규제’ 방식으로 풀어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플랫폼 업계와 중소기업·소상공인, 소비자, 전문가 및 관계부처 등이 함께 참여하는 자율기구로 공생의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 자료집에서 “플랫폼 분야 거래 질서 공정화를 위해 자율규제 방안과 '필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소상공인·시민단체 "온플법은 규제가 아니라 공존·공생"

이에 대해 소상공인 단체들은 “온플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볼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자율규제’ 선언은 기업 편에 서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자영업자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배달의민족·쿠팡 등 플랫폼업체가 부과하는 수수료 때문에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데,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중선 국장은 “배달 플랫폼업체는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다”며 “플랫폼업체만 이득을 보는 구조다. 온플법이 통과된다고 모든 문제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개정 작업을 통해 최소한 시작이라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국장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업체는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자영업자에게 배달수수료를 거둬들인다. 업체는 이 중 일부를 배달기사에게 지급하며 나머지는 자신들의 이익으로 챙긴다.

이호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가맹대리점 본부장은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플랫폼업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기존 방식으로 영업하던 사람들은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며 “이제는 서로 공생해야 할 때다. 플랫폼 분야에 대한 공정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어느 수준에서 공생을 할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기업 규제를 풀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온플법은 공존, 공생을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의민족·쿠팡 등 플랫폼업체의 이익이 늘어남과 동시에 소상공인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7.1%는 “플랫폼업체로부터 불공정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광고비 등 판매수수료 과다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58.5%에 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온플법은 갑의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를 막아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입점업체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만들자는 것이지 기업의 혁신을 막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간사는 통화에서 “온플법이 플랫폼업체의 혁신을 저해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간사는 “플랫폼업체의 독점적 행위가 만연해있는데 이는 자율규제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기업에 자율규제, 최소 규제 시그널을 보내는 건 현재 상황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정 간사는 “그동안 국회와 정부는 ‘기업 혁신’을 이유로 법안처리를 하지 않았는데, 혁신은 불공정의 토대 위에서 자리잡을 수 없다”며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혁신의 출발점이다. 온플법은 최소규제일 뿐”이라고 했다. 김 간사는 “온플법은 기본적 거래질서를 규율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도입을 의무화할 뿐 다른 내용은 없다”며 “이 법이 통과된다며 상황이 급진적으로 바뀌진 않으나, 이조차도 없다면 자영업자뿐 아니라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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