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작은 경제주체들로부터 과도한 이익을 뺏어가는 건 혁신이 아닌 약탈이다"

온라인플랫폼 입점업체들과 시민사회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하 온플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소상공인들은 플랫폼사업자의 불공정행위는 늘어가는데 최소한의 규제인 온플법이 정부부처 주도권 다툼으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23일 소상공인연합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8개 입점업체·시민단체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상생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온플법 입법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규제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며 "법률로 제대로 규율하고 불공정거래행위를 바로잡는 본질보다,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 늑장 대응에는 이런 부처간 다툼이 좋은 핑계거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3일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대학숙박업중앙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 등 8개 입점업체·시민단체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참여연대)

공정위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규정해 위반 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기구는 공정위다.

반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불공정 중개거래 행위 금지와 이용자 보호 책무를 부여하고, 방통위에 규제권한을 두는 내용이다.

이후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3월 언론에 "방통위가 공정위 역할을 하려한다"고 작심발언을 내놨다. 민주당 과방위는 공정위의 온플법을 '자기표절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책 조율에 나섰지만 별다른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입점업체들이 "입법이 지연될수록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된 입점업체의 피해와 고충만 커지는데 국회와 정부가 손을 놓고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자신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반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며 온플법 제정을 통해 '갑질'을 시정해달라고 성토했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 회장은 "숙박앱은 최저 15% 수수료에 광고액까지 포함하면 매출의 40%에 육박하는 금액을 도둑질 해 가고 있다"며 "야놀자·여기어때 독과점으로 숙박업은 숙박앱에 종속됐다. 앱에 광고를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고 토로했다.

정 회장은 "숙박앱 회사가 상업지역에 직영점이나 프렌차이즈 숙박시설을 운영하면서 앱 최상단에 노출하고 최저가 쿠폰을 지급하는 등 주변업체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며 "입점업체와 플랫폼사업자의 계약이 투명화될 수 있도록 온플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 회장은 공정위의 온플법이 과도한 예약수수료·광고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공정위원장과의 토론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와 광고료를 낮춰달라고 얘기했더니 수수료·광고료는 공정위 영역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며 "기존 산업이 몰락하는 상황에서 온플법에 이 문제는 꼭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애초 지난해 온플법 입법예고 때와 달리 올해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서 플랫폼 사업자와 입접업체 간 계약서상에 필수로 기재해야 하는 8가지 항목을 삭제했다. 삭제된 항목에는 수수료 부과기준, 판매대금 지급 관련 기준 등의 내용이 있어 입점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왼쪽),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월대비 23.5% 증가한 15조 8908억원"이라며 "코로나19로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은 비약적 성장을 누리고 있다. 소상공인의 고통을 뒤로 하고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 본부장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제 촉매제 역할이 아니라 시장 독과점을 무기로 소송공인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전가하고, 나아가 오프라인 시장의 설 자리를 뺏어가고 있다"며 "소상공인에 대한 거대공룡기업의 업종침투를 이대로 정부와 국회가 방관한다면 생태계가 무너져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상시적인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플랫폼 이용사업자에 '단체교섭권'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 사무국장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중인 이 법안이 완성된 법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기구를 의무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불투명한 플랫폼사업자의 소비자 정보도 공개해 10년을 영업해도 자기고객 하나 만들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창영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변호사)는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들은 더 많이 팔고, 손님은 늘어나는데 산업은 죽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혁신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 4차산업혁명과도 전혀 상관이 없는 '약탈'"이라고 지적했다.

양 부본부장은 "이 약탈은 향후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행위로 나타날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방지할 시작점인 온플법이 국회에서 멈춰섰다"며 "온라인플랫폼시장의 거래질서를 선제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국회의 논의를 촉구한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