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여야 대선후보 모두가 공정사회를 약속하는데, 플랫폼 불공정 거래를 보장하겠다는 우리 정치의 얼굴은 대체 무엇입니까"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하 온플법)이 국회 법안심사에서 제동이 걸리자 시민사회와 중소상공인 단체가 규탄에 나섰다. 플랫폼 기업들의 입김으로 국회의 공정화 입법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온플법은 플랫폼 기업에 중개거래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를 부과하고, 입점업체에 대한 우월적 지위남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9일 참여연대·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편의점주협의회 등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플법 연내 처리를 촉구했다.

29일 국회 앞 정문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처리 불발'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앞서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25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온플법 처리가 보류됐다. 당정은 과방위와 정무위에 상정된 온플법에서 규제대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정해 오는 12월 9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법안심사 문턱을 넘지못해 연내 법 제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플랫폼 기업들이 소비자 점유율을 장악한 후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우대하고 소상공인 입점상품을 차별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런데도 지난해 온플법을 가지고 관할이 공정거래위원회냐 방송통신위원회냐 기관 밥그릇 싸움을 하더니, 조정이 되니까 이제는 연구가 부족하다며 논의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위원은 "플랫폼은 이제 중개서비스가 아니라 독과점 체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는 플랫폼 거래의 공정성·투명성을 강화하는 입법을 완료했고, 한국 역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라며 "국회가 그동안 뭘 하고 있다가 이제와 입법 시간을 끄는 것인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정신차리고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입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원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공정사회를 약속하는 대선후보들과 공정화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국회의 이 괴리를 누가 설명할건가"라며 "이런 와중에 중소상인들은 불공정거래로 고통받고, 소비자 권리는 보호되지 않고 있다"고 입법을 촉구했다. 이 사무총장은 "납품업체와 식당들이 피해를 보고 있고,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자영업자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국회는 플랫폼 업계의 문제제기로 법 처리를 하지 않는다. 플랫폼 업계만 보호하고 우리같은 이용사업자와 소비자 권리는 외면해도 되나"라고 따져 물었다.

29일 국회 앞 정문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처리 불발' 규탄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국회의 입법 보류에 업계의 반발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정 협의를 거쳐 온플법 적용 기준을 10배 높였고, 과방위에 올라있는 온플법에서 공정위 안과 중복되는 규정 13개를 삭제하기로 결정했으나 플랫폼 업계 반발이 이어졌다. 과방위·정무위 법안소위에서는 중복규제 우려 등 업계 반대 의견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온플법 제정안 수정으로 인해 법 적용 대상이 30개에서 18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당초 매출액 100억 원, 중개거래 금액 1000억 원 이상인 플랫폼이 적용 대상이었지만 당정협의 이후 매출액 1000억 원, 중개거래 금액 1조 원 이상으로 적용대상이 좁혀졌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애플, 쿠팡, 배달의민족, 요기요, 야놀자, 여기어때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법 적용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7개 단체가 모인 디지털경제연합은 지난 22일과 24일 성명을 연달아 발표해 온플법 제정을 '졸속입법'이라고 주장하며 차기정부로 관련 논의를 미룰 것을 요구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알고리즘 조작,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정보독점 등의 폐해에도 국회는 정부안 발의 1년이 다 되도록 빈손"이라며 "애초 두 상임위가 주도권 싸움을 한 것인지, 입법 지연을 위해 싸운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간사는 "알고리즘을 조작하지 말고 서면계약서 작성해 교부하라는 게 혁신 저해냐"고 플랫폼 업계 주장을 비판했다. 김 간사는 "플랫폼 기업 약관을 보면, 온갖 불공정한 내용을 담아 입점업체를 후려치고 있다. 네이버는 언제든지 계약해지할 수 있고, 쿠팡은 언제든지 지급결제를 유예할 수 있다"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약관 피해를 입히고,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상황을 '혁신'이라고 얘기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은 "온플법이 처리되도 플랫폼 업계 주장과 달리 중소온라인플랫폼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플랫폼 기업들은 그동안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수수료를 올리고, 계약해지를 마음대로 할 때 입점업체 생각 조금이라도 했는가. 이제와 입점업체 걱정을 운운하는 것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전환성장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8일 온라인 플랫폼이 부과하는 모든 수수료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이후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로 대표되는 온라인 플랫폼 성장속도가 더욱 가팔라졌다"며 "문제는 투명성과 공정성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는 "대표적인 것이 수수료다. 판매수수료, 주문관리수수료, 간편결제수수료, 심지어 광고비까지 온라인 플랫폼이 부과하는 각종 수수료는 종류도 많은데 수수료율을 제대로 공개하지도 않는다"면서 ▲일정규모 이상 플랫폼 모든 수수료 공개 ▲수수료 적적성 여부 점검 등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수수료 공개 대상이 '온플법' 적용 대상 플랫폼 기업이 될 것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에 적용함으로써 혁신은 해치지 않고 소상공인의 부담은 줄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