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여성의날 114주년을 맞아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보도된 여성살해 사건을 분석한 결과, 남편·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위협을 받은 여성이 최소 26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전화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발언을 “여성폭력의 현실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차기 정부가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전화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남편·애인 등 친밀한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83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77명이었다. 피해여성의 자녀,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사망한 경우는 최소 59명이다. 1.4일마다 여성 한 명이 살해되거나 살해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분석한 여성폭력 피해 현황

피해자 연령대는 30대와 40대가 각각 2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 22.2%, 50대 19.0%, 60대 7.2%, 10대 2.4%, 70대 이상 1.6% 순이다. 가해자들의 범행 동기는 ‘이혼·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만남을 거부해서’(85명)가 가장 많았다. 이어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56명),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40명), ‘자신을 무시해서’(14명), ‘성관계를 거부해서'(4명) 순이다.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하거나 피해를 입은 여성의 수는 2019년 이후 증가하고 있다. 2019년 피해자 수는 108명이었지만 2020년 131명으로 21.2% 증가했다. 지난해 피해자 수는 전년도 대비 35.1% 늘었다.

여성의전화는 “여성살해는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이 겪는 현실”이라면서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 위협하는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은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전부터 지속·반복된 폭력의 연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피해 여성의 행동과 태도에 기인한 것이 아닌 가해자들이 선택하고 계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전화는 “사회는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발적'이었다는 가해자의 구차한 변명을 들어주며 여성살해 현실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의전화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에서의 대표적인 유형인 가정폭력에 관련한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인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대선후보가 여성폭력의 현실을 철저히 무시한 채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 문제’(윤석열 후보)라 주장하는 참담한 모습을 목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여성의전화는 차기 정부가 여성폭력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의전화는 “구조적 성차별에 따른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확실히 처벌하여 국가가 묵인하지 않는 사회적 범죄라는 사실을 명백히 하고 피해자의 권리에 기초하여 사각지대 없이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체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기구가 신설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의전화는 “여성 정책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는 보육, 청소년, 가족 정책에 주력하고 있어 국가의 성평등을 책임지는 주무 부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여성폭력과 관련한 정책이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성평등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이를 실질적으로 총괄·조정하는 기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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