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를 23일 앞둔 상황에서 각 후보의 미디어에 대한 철학을 찾아볼 수 없고 발표한 공약은 구체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14일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정보학화 주최로 열린 <제20대 대선 후보 언론정책 점검 및 제안> 세미나에서 “정당들이 미디어 정책을 큰 고민 없이 미뤄오고 있다”며 “미디어에 대한 철학이, 빈곤이 아니라 부재하다. 또한 미디어정책 상당 부분은 정치 후견주의에 발목 잡혀 있다"고 혹평했다. 심 교수는 "현재 상태로는 인수위원회가 꾸려진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KBS 질문하는 기자들Q 방송화면 갈무리

심영섭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미디어 공약의 구체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는 미디어 통합부처 신설, 공영방송 정치 후견주의 타파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심 교수는 “공영방송 공약은 국회에 입법 발의를 당부했다”며 “이는 구체적인 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디어부 역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어떤 임무를 부여할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미디어 공적·사적 영역 분리를 통한 생태계 활성화, 사업자 최소 규제 및 자율적 성장환경 보장, 공영방송 역할 재설정, 미디어 거버넌스 구조 개편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심영섭 교수는 “공영방송 정책에 대한 구체성은 없고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끝”이라면서 “미디어산업을 혁신하겠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미디어 담당 부처를 디지털미디어혁신부와 공영미디어위원회로 이원화해 ‘디지털미디어혁신부’에 유료방송·PP·통신·OTT 진흥 및 규제 업무를, ‘공영미디어위원회’에 지상파·종합편성채널 업무를 맡긴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심영섭 교수는 “정부부처를 운영하기 위해선 조직과 예산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 부처의 기금과 조직을 모으면 독임 부처를 운영할 순 있다. 하지만 미디어 업무를 무 자르듯 할 수 있을지,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동의해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구체적인 미디어 공약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영섭 교수는 “대선후보들의 미디어 정책은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행계획은 없고, 추상적인 선언에 머물러 있다”며 “OTT, 규제 완화 등 일부 정책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선거공약으로는 부족하거나 부적절하다”고 했다.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는 대선후보들이 언론사의 포털 종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포털과 언론사의 관계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정부의 역할과 연계돼야 한다”며 “11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언급된 아웃링크 의무화, 포털의 뉴스 편집 금지는 단편적이고 근시안적 정책이다. 언론사의 플랫폼 종속 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민정 교수는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내놓은 미디어 전담 독임제 기구 신설 공약에 대해 “상징입법이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징입법’은 국가가 문제 해결에 대한 믿음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행하는 입법을 말한다. 김 교수는 “정부조직개편이 ‘공공서비스 개선’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킨 것과는 달리, 성과가 달성되었는지 여부는 극히 불분명하다”며 “후보들이 제안하는 미디어 전담 기구 신설이 상징입법이 아닐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고은 기자협회보 기자는 “대선후보들이 미디어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철학이나 실행방안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미디어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며 “20년 된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법·제도의 근본적인 대수술이 시급한 상황이다. 차기 정부에서도 미디어 정책이 긴급하고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란 기대가 들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14일 열린 <제20대 대선 후보 언론정책 점검 및 제안>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언론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심영섭 교수는 미디어정책으로 ▲미디어 진흥·규제업무와 감독업무 분리 ▲공·민영 이원규제 체계 확립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 및 분쟁조정 기능 강화 ▲자율규제 확대 등을 제안했다. 심 교수는 “미디어산업 진흥과 규제 업무를 독임부서로 통합하고, 방송인허가와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합의제위원회를 독립시켜야 한다”며 “이를 통해 미디어 다양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영섭 교수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에 대한 인허가와 사후관리 체계를 이원화해야 한다”며 “다만 공통 규제 역무인 청소년 보호, 방송 중립성·독립성 보장은 동일 규제가 필요하다. 또한 행정규제와 자율규제를 조율하는 협치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사-광고 분리, 미디어 인권교육 확대 필요"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는 대선후보들이 광고와 기사의 명확한 분리, 미디어 인권교육 확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신문법은 “신문·인터넷신문의 편집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기사배열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해 편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다.

윤 이사는 “언론 보도는 광고와 명확히 구분해야 하는데, 미디어 공간이 비즈니스화되면서 문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언론이 사회적 책무를 강하게 질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윤 이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 대선후보들의 입장차이가 있지만, 사실 언론 2차 피해를 예방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미디어 인권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언론이 이런 문제에 대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했다.

이은주 서강대 강사는 지역언론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강사는 “지역 언론정책 수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언론 사업자 지원이 아니라, 지역언론 역할에 대한 지원”이라면서 “지역언론을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무엇을 함께할 수 있는지 찾아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심영섭 교수는 “지역신문·방송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제도적 지원 장치가 필요하다”며 “지역 내에서 언론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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