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칼럼] 차기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각 후보들의 지지율 변화와 공약에 관심을 갖게 되는 시간이다. 그동안 미디어는 대선 후보의 공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번 대선 역시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으로, 경험적으로, 대선 후보의 미디어 공약은 그래왔다.

지난 2017년 대선 후보들의 미디어 공약도 원론적인 수준이었다. 실제 당시 대선 후보 공약집은 ‘공공성 제고’, ‘복지·권익증진’, ‘활성화’, ‘육성·지원’, ‘경쟁력 강화’, ‘진흥’, ‘개선·재정비’ 등의 표현이 즐비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와 닿는 내용은 없었다. 언론이 포함된 영역이기 때문에 건드려봐야 좋을 게 없다는 것 같다. 또한 경제문제, 일자리 창출 등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공약에 비해 중요도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언론 미디어 영역의 자율성을 인정해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미디어 분야에 대한 무관심일 수도 있겠다.

공공·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장

미디어의 중요성은 대중의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점에 있다. ‘커뮤니케이션 기본권’ 혹은 ‘의사소통기본권’ 구현을 위한 핵심수단으로, 일반국민의 기본적 자유권을 위한 최소한의 보장 장치다. 또한 미디어 관련 사업자는 개별적으로는 시장의 행위자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이 행하는 미디어의 콘텐츠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민주주의의 필수 수단이다.

또한 많은 대선 주자들이 주요한 공약으로 내세우는 경제, 일자리 창출과 무관하지 않다. OTT 등의 등장으로 미디어 콘텐츠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경 없이 유통되고 있다. 과연 미디어 콘텐츠처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별도의 이송이나 후속 비용이 거의 없이 수출되는 상품(?)이 또 있을까? 국내 콘텐츠는 해외에서 인기가 있다. 다만, 국내 미디어 콘텐츠의 과실이 해외 유통 플랫폼에게 전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차기 대선에서 미디어 공약이 보다 중요한 이유다. 특히, ‘공공적·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보장하고, 상업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 공적 영역의 대표인 지상파 방송에 대한 정책은 과거보다는 우선시 돼야 한다. 또한 국내 콘텐츠를 주도해 왔으며 콘텐츠 제작의 장점을 OTT 영역으로 이전 및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KBS·MBC·EBS 등 공영방송 사옥

차별적 규제의 시간들

과거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지상파방송으로 대표되는 공적 영역을 우선하지 않았다. 외면 혹은 방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는 유료방송 및 통신 시장이 중심이었다. 이러한 정책과 함께 IPTV, 종편,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탄생하고 성장했다. 2014년 초 방송법과 IPTV법의 통합이 추진됐으나 유료방송 분야에 치중한 나머지 유료방송발전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미디어에 있어서 공적 영역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지상파방송 정책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신규 미디어의 안착을 위해 낡은 규제가 지속되거나 소위 ‘차별적 규제’가 적용돼 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범한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미디어 공적 영역에 대한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6월 범정부 차원에서 발표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이나 7월 ‘디지털 뉴딜’의 콘텐츠투자 및 지원정책은 OTT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역시나 지상파방송 등 공적 영역에 대한 실체적 언급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물론 올해부터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가 시행되긴 했지만,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어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과거 정부에서부터 현재까지 국내 미디어에 대한 정책 방향에서 공적 영역, 이용자 복지 등의 핵심 기능을 수행할 지상파방송에 대한 정책이 후순위로 밀리거나 외면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공적 영역의 구체화된 공약을 기대하며

미디어 환경의 다양한 변화와 새로운 미디어의 다각화가 도래하고 있으나 미디어 정책은 과거 미디어 환경에 머물러 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공적 가치 역시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 방송법은 방송정책 및 제도의 수립과 관련해 공적가치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정책은 경제적 경쟁, 시장가치 중심으로 수립된 측면이 있다. 물론 미디어의 시장성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공적 서비스로서의 미디어에 대한 요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굳이 미디어 정책의 순위를 따진다면, 공적 영역을 공고히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지상파방송 등 미디어의 공적 영역은 갈수록 축소 혹은 퇴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시장가치가 상실됐다고 볼 수도 없다.

대선 주자의 선대위 구성이 완료돼 미디어 관련 공약이 곧 등장할 것이다. 부디 미디어 관련 공약이 최우선은 아니더라도 과거보다는 중요시되고 주목받길 바란다. 그리고 추상적이고 듣기 좋은 말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지상파방송 등 공적 영역에 대한 지원 방안, 회복 방안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어렵다는 공공성과 산업성의 조화를 이번 대선에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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