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거대양당 실랑이로 설 연휴가 지나서야 대선후보 TV토론이 열리게 되면서 양강구도 고착화를 노린 '꼼수정치'였다는 언론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리는 TV토론인 만큼 정책과 비전 중점의 토론이 요구된다.

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참여하는 TV토론이 지상파3사 주관으로 열린다. 이날 밤 8시부터 10시까지 KBS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4자 TV토론은 부동산, 외교·안보, 자유주제, 일자리·성장 등의 주제를 놓고 진행된다. 진행은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가 맡는다. KBS 등 방송사들이 각 후보에게 토론 요청을 보낸 지 한 달 만이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말까지 'TV토론 무용론'을 내세웠으며 입장을 바꾼 뒤에는 양자토론을 고집했다. 민주당이 당대당 협상에 나서 양자토론에 합의하면서 기득권 양당의 담합정치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법원에 의해 양자TV토론이 무산되자 국민의힘은 제3의 장소에서 양자토론을 추진했다. 이 또한 자료반입 여부 등 토론 방식을 두고 양당 협상이 결렬됐다.

3일 중앙일보는 사설 <TV토론 티격태격 이재명·윤석열 부끄러운 줄 알아야>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TV토론을 놓고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두 후보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설 연휴 기간이던 지난달 31일 일대일 토론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법원이 양자 TV토론에 제동을 걸었는데도 기어코 하겠다고 나서더니 끝내 토론 방식을 둘러싸고 기 싸움만 벌이다 무산시켰다"며 "거대 양당 두 후보는 이해득실을 따져 공방전만 벌이면서 민심이 교차하는 최대 명절 기간의 다자 토론마저 열리지 못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4자 토론에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별도의 양자토론을 추진하는 꼼수를 부렸다. 민주당은 처음에 이 제안을 거부했으나 결국 양자토론을 수용했다"며 "양강 구도 고착화를 노리는 양당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법원 결정 취지를 훼손하는 담합을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양자 토론의 룰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거듭됐고 결국 협상은 닷새 만에 결렬됐다. 요란한 소리만 냈던 꼼수정치가 무위에 그친 것"이라며 "법원이 양자 TV토론을 금지한 것은 방송의 영향력, 유권자들의 선택권, 후보자들의 공정한 기회 보장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법원 결정 취지에 따라 설 전에 4자 토론을 여는 것이 상식적이고 순리에 맞았다"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번 대선에서는 TV토론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 이후 서둘러 치른 2017년 대선에서도 TV토론이 6회나 열린 걸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사태의 가장 책임이 큰 이는 윤 후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후보는 한동안 '토론을 하게 되면 싸움밖에 안 된다'며 토론 무용론을 주장하더니, 이후에는 이 후보와의 양자토론만 고집했다"며 "법원 판결로 양자 토론에 제동이 걸린 뒤에도 윤 후보 측은 '국민이 (양자 토론을)더 보고 듣고 싶어 한다'며 다자 토론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설 연휴 기간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양자 토론을 갖기로 약속하고도 토론 자료 지참 여부를 둘러싼 실랑이 끝에 없던 일로 만든 터에 오늘 있을 4자 TV토론은 그야말로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살필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고 썼다.

중앙일보 2월 3일 사설

신문들은 이번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불리는 만큼 TV토론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책과 비전 중심의 TV토론을 더 많이 개최해 국민의 알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TV토론에 대한 국민 관심도 지대하다. 서던포스트가 CBS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5.6%는 'TV 토론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 (87.1%)이 '가능한 한'(40.5%) 또는 '반드시'(46.6%) TV토론을 시청하겠다고 밝혔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중앙일보는 "특히 이번 대선에서 TV토론의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선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역대 대선보다 월등히 높은 게 원인으로 꼽힌다"며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지지율 격차도 크지 않다. (중략)대한민국호를 이끌겠다고 나선 만큼 지엽적인 문제로 치고받는 대신 자신과 소속 정당이 왜 국정을 맡아야 하는지를 유권자에게 제시하기 바란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남은 대선까지 TV토론은 가능한 한 많이 열릴수록 좋다"며 "법정토론회만 3회 열린 18대 대선을 빼면 2007년 대선 때 11회, 2002년 대선 때 27차례나 열리는 등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 장치로 자리 잡았다. 공약부터 살아온 삶에 대해서까지 TV토론을 통해 비교 검증을 받는 것은 대선후보가 국민 앞에 당연히 져야 할 의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토론은 시작일 뿐이다. 향후에도 더 많은 TV토론을 통해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어느 후보든 토론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하려고 시도해선 안 된다. 이번 대선을 두고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비판이 거세다는 걸 후보들도 모르지 않을 터"라고 당부했다.

경향신문은 "지금까지는 이 후보의 대장동 특혜 의혹, 윤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의 무속 연루 의혹 등으로 거대 양당의 네거티브 공방이 선거판을 어지럽혔다"며 "TV토론에서는 누가 코로나19 이후의 경제를 바로 세우고, 양극화와 차별을 해소·완화하며, 미·중 갈등과 북한의 위협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지킬 수 있을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우여곡절 끝에 이뤄지는 다자토론을 계기로 양대 정당 후보의 망국적인 포퓰리즘 경쟁과 무차별 네거티브를 비롯한 구태정치는 종식되어야 할 것"이라며 "가뜩이나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진행 중이어서 TV토론의 중요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포퓰리즘 공약을 지양하고 복합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19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등 양당 TV토론 협상단이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 양자 TV토론 날짜를 논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신문은 "생방송 TV토론회는 한자리에 모인 후보가 저마다 자신의 육성으로 정책에 대한 이해도, 자질 등을 유권자에게 선보인다는 점에서 후보자와 유권자 간 최적의 소통 수단"이라며 법정토론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신문은 "유권자들의 직접 검증 기회를 넓히는 차원에서 후보 법정 토론회 횟수를 좀더 늘리는 방안을 선관위와 여야는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면서 "아울러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을 씻어 낼 수 있도록 형식적 문답에 그칠 가능성이 큰 주제 토론보다는 자유 토론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방안이 될 듯하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관위가 주최하는 법정 TV토론은 선거운동 기간 중 '3회 이상'으로 제한된다. 선관위에 따르면 오는 2월 21일 경제분야, 2월 25일 정치분야, 3월 2일 사회분야로 각각 2시간씩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대선 법정 토론 횟수를 '7회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다시 민주당과의 양자토론 추진에 나섰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일 브리핑을 통해 "내일 4자 토론회가 있고 3~4일 뒤에 이 후보가 양자토론에 응한다면 저희가 양자토론을 제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만약에 주말쯤에 양자토론이 이뤄진다면, 그 이후에 13일에 윤석열차를 타고 호남방문이 이뤄지고 주말에 양자토론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말쯤으로 호남방문 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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