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양자 TV토론' 합의를 '언론통제'라고 비판했다. 거대양당이 방송사의 '4자 토론' 제안을 무시하고 방송사에 양자토론을 강제했다는 얘기다. 정의당은 방송사에 양자토론 제작을 거부할 것을 요청했다.
14일 정의당 대표단과 의원단은 국회 본관 앞에서 '기득권 양당의 양자 TV토론 합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참 해도해도 너무한다. 국민들 밥상에 파란 썩은 생선과 빨간 썩은 생선만을 올려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국민들의 길을 막는 언론통제이자 반민주적 폭거"라고 날을 세웠다.
여 대표는 "국민들 대부분은 TV토론을 보고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을 정할 것"이라며 "그런데 언론 초청이 아니라, 두 당 합의로 둘이서만 토론하겠다고 언론에 강제하는 일이 발생했다. 여러 불법 의혹을 받고 있는 두 후보가 서로의 방패막이가 되어주겠다고 담합한 행위가 아니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여 대표는 방송사와 구성원들에게 방송 제작을 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여 대표는 "국민의 귀를 멀게 하고, 잘못된 선택만 강요하는 두 후보만의 토론요청을 단호히 거부해달라"며 "지시가 내려와도 언론인 여러분들이 제작을 거부해달라. 언론이 국민의 선택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줄 것을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대장동 특혜·고발사주 의혹을 함께 뭉개기 위해 쌍특검도 나란히 거부하고, 부자감세 앞에서 하나되던 양당은 이미 데칼코마니 같은 한 몸"이라며 "네가 최악이고 내가 차악이라며 누가 더 악한지 겨루는 토론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대표는 "산재를 노동자 탓하고 지지율 떨어질 때마다 여성혐오를 휘두르는 윤 후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선을 긋고 교제 살인 가해자를 변호한 이 후보가 노동자, 젠더 폭력을 겪는 여성을 대변할 자격이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 부대표는 "소수당을 토론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우리사회 수많은 약자와 소수자 목소리를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가진 정책과 비전을 입막음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공정을 외치던 민주당과 국민의힘 스스로가 불공정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앞서 13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방송토론콘텐츠단장 박주민 의원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대선후보 TV토론과 관련한 3대3 비공개 실무협상을 갖고 결과를 발표했다. 두 당의 합의사항은 ▲설 연휴 전 양자TV 토론을 시작한다 ▲지상파 방송사 합동토론 방식으로 진행한다 ▲국정 전반에 관한 모든 현안을 토론한다 ▲추가 토론 진행을 위해 협상을 계속한다 등이다.
'4자 토론'이 아닌 '양자 토론'으로 결정된 이유에 대해 박 의원은 "양자가 모여 회의했기 때문에 4자 토론을 얘기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민주당 입장은 4자 토론 제안이 들어와도 수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 의원은 "지금은 양자토론으로 얘기됐다"며 "후보 몸이 10개가 아니지 않나. 선관위가 주재하는 법정토론 3회도 있기 때문에 양당 후보 일정을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합의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후보와 토론하는 것은 저를 위한 무대일 뿐 아니라 국민을 위한 무대다. 이 후보의 실체를 밝히고 미래를 위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표적은 이 후보 한 명뿐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 후보는 "드디어 윤 후보와 TV토론으로 만난다. 오래 기다린만큼 기대된다"며 "무엇보다도 경제와 민생을 살릴 구체적인 해법과 국민의 경제적 기본권을 보장할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면 좋겠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상 대선 후보의 TV토론 참여 기준은 ▲국회 의석수 5석 이상 정당의 후보 ▲직전 대선 3% 이상 득표 ▲ 지난 총선 또는 지방선거 비례대표 선거에서 3% 이상 받은 정당의 후보 ▲선거운동기간 시작 전 한 달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등이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참여 자격을 충족한 여야 후보들이 모여 총 6회 TV토론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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