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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일반 상행위와 다르다"[토론회] 법무부 상법 개정안 한목소리로 비판…언론중재법 강화, 위자료 현실화 대안으로
윤수현 기자 | 승인 2020.12.15 08:00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법무부가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과 관련해 “언론 보도를 상행위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정기능이 있는 보도가 일반 기업의 상품과 똑같이 취급되는 건 법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언론중재법을 통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위자료 현실화, 언론 자율규제 강화 등이 나왔다.

최근 언론 보도를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법안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위사실을 보도한 언론사에 3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무부는 9월 징벌적 손해배상제(상법 개정안)를 입법 예고했다. 기업이 고의·중과실 위법행위를 저질러 피해가 발생할 경우 5배 이하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게 개정안 골자인데 언론사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법무부는 법제처 심사를 마친 후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사진=리얼미터)

이를 두고 언론계 반대가 거센 상황이다.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는 9월 29일 “(법무부 상법 개정안 입법예고는) 언론의 자유를 흔드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언론개혁시민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지난달 10일 “가짜뉴스에 대한 객관적인 정의와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사법부 성향에 따라 자의적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라며 법무부에 반대 의견서를 냈다.

이와 관련해 14일 언론인권센터 주최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이렇게 해야한다!> 온라인 토론회가 열렸다. 법무부 상법 개정안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언론사의 보도행위를 상행위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언론 위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준현 법무법인 우리로 변호사는 “언론 보도는 상행위가 아니다”며 “언론사 경영과 보도행위는 구분되어야 한다. 공적 기능을 가진 보도를 일반 기업의 상품과 똑같이 취급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KBS처럼 언론사 중 일반 기업으로 취급받지 않는 곳은 상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상법 개정안은 모든 언론사를 통일적으로 규율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인 ‘가짜뉴스’는 무엇으로 규정할지 문제”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언론사는 기업 비리를 보도하는데 제약을 받는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고 언론자유가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김준현 변호사는 언론중재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서 찬성 입장을 보였다. 언론 보도에 의한 인격권 침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피해구제를 현실화해야 하며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해 언론이 가진 사회적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언론사가 악의적 보도를 통해 광고·후원 등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이익은 반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준현 변호사는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책임을 부과하고 한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구제는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실시하기 위해 사실적시·허위사실 명예훼손죄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언론개혁이라는 입법취지와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찬성하는 측은 언론개혁의 연장 선상에서 잘못을 저지른 언론사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고 언론 신뢰도가 올라가진 않는다. 법이 통과되면 처벌과 징계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 관련 문제는 처벌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법과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고 상황이 나아질까”라고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위자료 현실화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현재 법원은 언론 보도로 인격권 침해가 발생하면 ‘정신적 고통 보상’ 명목으로 위자료 배상명령을 내린다. 문제는 위자료 산정이 판사 재량에 달려 금액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위자료 대부분은 500만 원~1000만 원 수준에서 결정된다.

김동원 정책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신 위자료를 높여 언론사의 피해보상 정도를 강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보라미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현재 한국의 위자료는 터무니없는 수준”이라며 “위자료 산정방안을 구체화하고 현실화해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이렇게 해야한다!> 토론회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차별금지법 제정, 언론 자율규제·미디어 리터러시 강화 등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 위원은 “저수지가 썩었는데 수도꼭지 몇 개 잠근다고 수질이 좋아지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수질 개선 방안이 나와야 한다. 일부 허위정보를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했다. 심 위원은 “팩트체크를 강화하고 실천적인 언론 윤리강령을 도입해야 한다”며 “이용자가 뉴스를 제대로 소비할 수 있도록 리터러시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또 차별·혐오를 조장하는 뉴스를 바로잡기 위해 불법 기준이 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이렇게 해야한다!> 토론회는 언론인권센터 주최로 14일 열렸다. 발제자는 심영섭 정책위원·김준현 변호사, 토론자는 김동원 정책위원·김민정 교수·김보라미 정책위원·문소영 논설실장 등이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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