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피의사실 보도와 관련해 검사와 기자는 팀으로 움직인다", "검찰 출입 기자는 검찰을 지나치게 맹신해 피의자와 피고인의 관점을 배제한 채 사건을 보도한다"

언론은 검찰발 정보를 통해 [단독] 기사를 작성하고, 검찰은 수사 사실을 유포해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끈다는 지적이 나온 지 꽤 됐다. 하지만 과도한 대안 제시는 문제를 꼬이게 만든다. 5일 열린 ‘검찰과 언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출입 기자단 폐지,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피의사실 공표죄 강화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문제 진단을 넘어서는 해결책이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피의사실 보도에 대한 지적에서 이견은 없었다. 전직 검사인 이연주 변호사는 “피의사실 보도와 관련해 검사와 기자는 팀으로 움직인다”면서 “검찰 출입 기자는 검찰을 지나치게 맹신해 피의자와 피고인의 관점을 배제한 채 사건을 보도한다. 검찰 출입 기자들은 취재원에 편향되거나 의존하는 정도가 심해 검찰에 비판적 보도를 하면 특종·단독을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성식 작가(전 신동아 기자)는 “정보에 목마르고 단독과 속보에 목맨 언론은 검찰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면서 “검찰 수사내용을 다른 언론사 기자에 앞서 보도했다는 이유로 한국기자협회로부터 ‘이달의 기자상’을 받는 기이한 풍습도 영향을 끼친다. 언론의 이런 속성을 잘 아는 검찰은 ‘푸는 정보’와 ‘흘리는 정보’를 적절하게 활용해 언론 간 경쟁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해결책이었다.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대안으로 나왔다. 현재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언론계 반발과 ‘언론 책임성 강화’라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 작가는 “(피의사실 보도로) 언론에 피의자로 거론된 사람들은 나중에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도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어렵다”면서 “수사내용을 당연히 사실로 받아들이는 그릇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오보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물을 필요가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안이 지나치다면, 그 뜻을 살리되 좀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언론사를 피의사실 공표죄 대상에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의사실 보도는 사법제도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행위”라면서 “재판 자체를 하나 마나 하게 만드는 것이다. 판사가 여론을 뒤집는 판결을 하려면 투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피의사실 보도는 알 권리가 아니라 언론이 장사할 권리와 다름없다”면서 “형법을 개정해 피의사실 공표죄 범죄 주체에 언론사를 추가해야 한다. 검찰에게 정보를 받아 유포하는 주체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수는 1심 판결이 나기 전까지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정보를 차단하자는 주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반박했다. 정보를 원천 공개해 기자와 검찰이 유착하는 유인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언론의 고질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대안이 취재와 보도 행위 자체를 봉쇄하는 방식에 경도되어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라면서 “검찰과 언론의 부적절한 유착을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와 환경을 바꿔야 한다. 투명한 정보공개 시스템을 통해 유착 관행을 근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한국 검찰과 법원은 정보공개 측면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면서 “소송 기록을 누구나 손쉽게 열람·복사할 수 있고, 심지어 검찰수사 정보까지 공개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판결문에 대한 인프라조차 열악하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이지만 통제 중심의 정보 관리를 통해 외부 감시를 피하고 정보를 독점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 고등검찰청 기자실 (사진=연합뉴스)

언론의 검찰 의존 해결책으로 출입 기자단 폐지가 거론됐다. 조성식 작가는 “외국 언론학계에선 출입 기자단을 ‘boys on the bus’라고 부른다”면서 “목적지가 같아 도중에 내릴 수 없다는 뜻이다. 언론사는 출입처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고 선별 제공이라는 특혜를 받는 만큼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작가는 “기자단 제도는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기자의 취재편의를 위한 제도”라면서 “또한 제도권 언론사의 특권을 보장하는 장치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사실이 명백해진 만큼 선진국처럼 기자실 대신 브리핑룸을 운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검찰 권력이 강화되고 있다며 수사·기소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수사에 대한 법률적 통제를 위해 검사라는 직책을 만들었는데, 수사와 기소가 함께 이뤄지면서 권한의 선을 넘어섰다”면서 “수사하는 주체가 영장을 청구하니 수사에 대한 욕구가 넘칠 수밖에 없다. 검찰 업무에서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교육 강의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김종민 의원은 “검찰의 임무는 수사행위를 감시하고 감독하는 것”이라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담당할 일이다. 검찰은 공수처 수사가 법대로 되고 있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보면 된다”고 밝혔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과 언론'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검찰은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할 행정부의 외청 중 하나”라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은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잘못된 검찰권 행사의 폐해는 여론조작을 획책하는 일부 보수언론의 왜곡된 보도에 맞물려 더욱 증폭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언론은 검찰과의 부적절한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정부와 권력기관을 제대로 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검찰과 언론> 토론회는 김남국·김숭원·김용민·김종민·문정복·박상혁·박주민·윤영덕·이탄희·장경태·홍정민·황운하 민주당 의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공동주최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발제자는 조정식 작가, 토론자는 김기창 고려대 교수, 박영흠 협성대 교수, 이연주 변호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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