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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3단체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 명분 없다"…한편에선 '오죽하면'신문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기자협회 전면 백지화 주장… 언론계 자성 목소리 '언론 불신지옥'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9.29 12:14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법무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입법예고에 대해 언론3단체가 '즉각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은 언론자유와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전면 백지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언론계 일각에서는 언론의 성찰과 법의 구체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는 28일 공동성명을 내어 "정부의 이번 조치는 언론의 자유를 흔드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하고 전면 백지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정부가 사회적 합의도, 명분도 없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독단적으로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저지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YTN 뉴스 화면 캡처

언론 3단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사회적 강자에 의해 다수의 약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이를 시정하는 데 적합한 제도"라며 "권력의 감시가 본연의 역할인 언론을 상대로 제조물 책임을 묻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했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은 50인 이상의 피해자가 집단소송을 청구할 수 있고, 기업이 고의·중과실 위법행위를 저질러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의 5배 이하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다. 현재 집단소송제는 증권분야, 징벌적손해배상제는 제조물책임법 등 일부 법률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기사'를 '제조물'로, '언론사'를 '기업'으로 규정하고 규제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는 게 언론3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은 "미국에서도 언론을 상대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언론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언론의 감시 기능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키려는 과잉규제이자 위헌적 소지 등의 문제점이 있어서"라고 했다. 

이들은 "특히 '악의적 가짜뉴스'라는 모호한 잣대로 언론에 징벌적 처벌을 가하겠다는 것은 민주국가 정부의 발상이라고는 믿기 힘들다"며 "판단 주체가 얼마든지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 비판적인 보도를 악의적 보도로 규정한 후 언론 탄압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매우 크다. 현 정부는 거대 여당을 등에 업고 언론에 대해 사전 검열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강변했다. 

한국신문협회, 한국힌문방송협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로고

그러나 이들 단체들의 '전면 백지화' 반대 주장이 언론계 전체의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 이미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정·반론보도 구제책이 있고, '악의적 보도' '중과실'을 판단할 기준의 모호하다는 우려가 있지만 동시에 각종 오보 등으로 언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고, 언론보도 피해구제가 미약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보도를 통해 다뤄졌다.  

경향신문은 25일 사설에서 "'악의적 가짜뉴스'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겠다고 했는데 기준이 모호해 자의적으로 판단할 소지가 있다"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26일 사설 <오죽하면 언론에도 '징벌적 손배' 법안 나왔겠는가>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유는 권력 감시와 공공의 관심사에 대한 공론장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명백한 가짜뉴스와 사실 왜곡은 공론장 자체를 오염시키는 행위로 표현의 자유라는 방패막이 뒤로 숨을 수 없다"면서 "반면, 아무리 해로운 가짜뉴스라고 해도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는 언론 활동 전반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가혹한 제재'로 '형사처벌'을 꼽으면서 '민사적 수단'은 가짜뉴스·허위정보 대응으로 정당성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입법예고된 상법 개정안은 '고의나 중과실'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단순 실수로 인한 오보 등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또 배상액을 산정할 때 손해의 정도, 재산 상태, 구제 노력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은데도 보복 차원에서 소송을 거는 등 남용 가능성을 막고, 충분한 정정보도 등 비금전적 해결책을 우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9월 26일 사설<오죽하면 언론에도 '징벌적 손배' 법안 나왔겠는가> , 9월 28일 <'기더기' 오명이 억울하다면>

한겨레 유선희 문화팀장은 28일 칼럼 <'기더기' 오명이 억울하다면>에서 "법무부 입법예고가 나오자 모든 언론이 대동단결해 '표현의 자유 억압', '과잉규제 우려', '정치적 목적에 의한 남용', '언론의 비판 기능 입막음' 등의 표현을 쓰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디지털 나치법'이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유 팀장은 "이런 우려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둘러싼 언론과 일반 국민의 체감온도 차이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과 시베리아 툰드라만큼이나 크다. 학계와 언론시민단체에서조차 '오죽하면 징벌적 배상을 운운하겠냐'는 한탄이 나온다"고 썼다. 

그는 "멀리갈 것 없이 최근 '정의기억연대 사태'를 보자"고 했다. 언론중재위에 제소된 기사 13건 중 11건이 정정·반론보도로 조정됐다. 유 팀장은 '하룻밤 3300만원 사용… 정의연 수상한 술값'(한국경제), '윤미향이 심사하고 윤미향이 받은 정부지원금 16억원'(조선일보), '아미가 기부한 패딩 이용수·곽예남 할머니 못 받았다'(중앙일보, 한국일보) 등의 기사를 언급하며 "사실상 모두 '오보'였던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유 팀장은 "<조선일보>의 '조국 전 장관 딸 세브란스 인턴 요구'나 '코로나 난리통에 딸기밭 간 민노총' 등의 기사는 당사자 확인 전화 한 통 없이 쓴 '무책임한 오보'의 정점"이라고 지적했다. 

유 팀장은 "결국 무분별한 단독 경쟁, 진영 논리에 기반한 확증편향, 치밀한 검증 없는 수사기관 받아쓰기 등 우리 언론의 잘못된 관행이 '언론 불신지옥'이라는 말을 만들고 '언론개혁'에 관한 국민 열망을 드높인 셈"이라며 "<한겨레>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에 의한 처벌, 금전을 통한 배상보다 언론의 자성이 앞서야 하는 이유"라고 적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언론사 손해배상 인용액은 500만원 이하가 53.8%로 가장 많았다. 500만원 초과~1000만원 이하 22.6%, 10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가 7.5%, 2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9.7%건, 5000만원 초과 6.4% 순이었다. 

김준현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장(변호사)은 지난 7월 '언론인권통신'에 게재한 '징벌적 손해배상 들여다보기'에서 "오보이던 허위보도이던 잘못된 보도로 한번 인격권 침해가 발생하면 이를 보도 이전의 원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며 "대부분 500-1,000만원 수준에서 결정된다. 일생의 명예가 한순간에 떨어진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다"고 했다. 

또한 김 본부장은 "악의적 보도로 인하여 언론사로서는 무형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특정층의 지지가 강화될 수 있고, 매체영향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가중은 공평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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