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준비되었다. 이 말은 이제 격렬하게 대립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편이 명확해지고 서로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수면 위로 급부상한 상태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죽이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시대, 그들은 그렇게 모든 것을 건 승부를 준비 중이다.

스나이퍼가 된 애기씨;
애신을 위한 세 남자의 본격적인 준비, 격동의 조선에선 낭만마저 사치였다

영국 공사 생일에 초대를 받아 집을 비운 이완익의 집에 서로 다른 목적으로 두 여인이 찾았다. 인기척에 총과 칼로 대결을 벌인 끝에 정체를 서로에게 들킨 애신과 쿠도 히나. 서로 원하는 것을 가지고 헤어진 그들은 의문과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열강들이 패권을 다투며 조선을 집어 삼키려 한다. 열강들 틈에 군사력으로 이미 존재감을 잃은 대한제국은 그 어떤 방법도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통해 일본과 영국 등 탐욕스러운 열강에 맞서려 하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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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조선을 구하려 나선 이는 몇 안 되는 조종 대신만이 아닌 수많은 이름 모를 의병들이었다. 신분과 상관없이 하나의 목적을 가진 이들은 점 조직으로 묶여 은밀하게 임무를 수행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고 대감 집안이 있다.

큰아들은 천주교 박해를 막다 사망했다. 둘째 아들 고상완은 의병 활동을 하다 반역자의 밀고로 인해 이완익에 의해 살해됐다. 그리고 아내 김희진까지 이완익에게 살해당한 상황에서 어렵게 구해진 것이 바로 애신이었다. 남편의 뒤를 따르지만 갓난아이를 버릴 수 없었던 희진은 동지에게 아이를 맡기고 적에 맞서며 장렬하게 사망했다.

비 오는 날 고 대감에게 전해지던 그때부터 애신은 투사가 될 운명이었다. 상완을 배신하고 이완익의 개가 되었던 배신자 김영주가 끌려가던 과정에서 가마 문을 열고 바라보는 애신에 놀란 것은 당연하다. 물론 과장된 전개이기는 하지만, 애기씨의 얼굴에서 부모인 상완과 희진을 본 영주가 어떤 식으로 변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의병 활동을 하다 돈에 매수되어 반역자가 된 영주. 스스로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편쟁이로 전락한 그가 그렇게 끝날 리는 없다. 이완익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니 말이다. 영주의 소지품 중 하나였던 사진, 그리고 그 사진 뒤에 적힌 이름에 애신의 아버지 상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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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관수를 통해 고 씨 집안 이야기를 들었고, 애신의 아비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알게 되었다. 의병의 딸로 태어나 본능적으로 의병이 된 애신. 그런 그녀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하다. 편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불꽃'을 선택한 애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세 남자가 애신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순히 외모나 집안 때문일 수는 없다. 유진의 경우는 특별함이 가득한 첫 대면이었다. 저격수가 되어 같은 목표를 노렸던 그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는 과정은 운명이었다.

신분 사회 조선에서도 가장 밑바닥인 백정이 아들로 태어나 사람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던 구동매. 그는 자신을 처음으로 인간 대접을 해준 애기씨를 가장 날카로운 칼로 베어 버렸다. "호강에 겨운 양반집 계집"이라는 말을 한 동매는 그렇게라도 자신은 각인시키고 싶었다.

쫓기는 백정 아들을 자신의 가마에 태워 안전하게 피하게 해준 이에게 던진 동매의 거친 말은 사랑이었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감정을 나눠보지 못한 동매에게 애기씨 애신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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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 갑부의 손자로 태어난 희성에게는 모든 것이 저주였다. 집안끼리 혼사를 정한 상황에서 정혼자가 애신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일본에서 돌아와 애신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애신이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도 좋다는 확신이었다. 이미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준 애신이지만 그럼에도 희성은 놓아줄 수가 없었다.

애신이 입고 다니며 저격을 하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 희성은 그 옷을 입고 한성을 누비고 다녔다. 애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는 언제든 자신이 든든한 그림자가 되겠다고 했다. 자신이 정혼자라는 것을 이용하라는 희성은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조부의 치부책을 들고 돈을 걷기 시작한 희성은 이를 의병들을 위한 군자금으로 쓸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유진처럼 강렬한 카리스마로 애신을 돕고 지킬 수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그녀의 곁에 있고 싶었다. 이미 자신을 버리고 애신을 위해 목숨을 내놓기로 한 이들 세 남자는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의병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완익이 날카로운 발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시작하며 위기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자신을 딸을 출세를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자에게 자비란 존재할 수도 없다. 재가를 시킨다며 유진에게 결혼했느냐 묻고 다니는 모습 속에서 섬뜩함이 느껴지는 것은 그의 악랄함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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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알렌 공사를 돈으로 사 붙잡혀 있던 영주를 빼돌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등박문의 입이 되어 조선으로 돌아온 이완익은 조선을 팔아 치우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미국보다 일본이 더 악랄할 수밖에 없음을 이완익은 알고 있었다.

신미년 전쟁에서 미군이 보인 호의를 당시 역관이었던 이완익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다리까지 못쓰게 만든 자들을 풀어주라는 명령에 그는 당장 일본으로 갈아탔다. 악랄하고 잔인한 자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 이완익은 본능적으로 일본을 선택했다.

외부대신이 되어 이등방문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을 침략하도록 도우려 하지만 고종이 이를 막고 있다. 왕을 이기려는 이완익은 외부대신을 살해하고, 이미 조국을 버린 위정자들과 한패가 되어 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는 누구라도 제거해버리는 악랄함은 결국 유진을 위태롭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별을 했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애신에게 러시아제 저격 전용 총을 건네며 가르쳐 주겠다고 나선 유진. 가르치는 시간 동안 조선에 남겠다는 말에 배움이 느려 오래 걸릴 거라는 애신. 자신의 처지 그리고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애신은 간절하게 유진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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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는 선은 곧 넘을 수 있는 선이거나 간극에 다가설 동안 마음껏 사랑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애틋함을 강렬하게 거부하는 이유로 내세우는 애신. 그런 애신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유진에게도 끝을 알 수 없는 이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었다.

약방 창고의 '어성초'를 넣는 약재 상자가 서신을 교환하는 장소가 된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꽃을 피워나갔다. 바다를 보고 싶다며 함께 가기를 청하는 애신. 그녀가 바다를 보려는 이유는 유진을 보다 잘 알기 위함이다. 그가 살아왔던 삶을 이해하기 위한 행위이니 말이다.

애신의 아버지가 있는 사진 한 장. 구동매가 애신의 부모 위패가 모셔졌다는 절을 향하는 과정에서 스쳐 지나갔던 한 남자. 애신을 품고 서럽게 울었던 상완의 친구이자 동지의 모습은 처연하게 다가온다. 이들의 운명은 우리가 지난 역사를 알고 있기에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유진의 운명은 죽음에 더 가까워 보인ㄷ가. 홀로 남겨진 애신은 과연 일본에 맞서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그리고 남겨진 이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미 기운 운동장에서도 오직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건 의병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서글픈 운명을 품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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