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이별을 하고도 애신은 의병의 일을 맡아 이완익의 집을 찾는다. 서글픈 운명 속에서 결코 함께할 수 없어 더 아픈 그 사랑은 시작보다 끝이 더 힘겹고 어렵기만 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라지지도 않은 채 하는 이별은 지독할 정도의 고통의 연속이니 말이다.

다시 돌아간 뮤직박스;
비단 옷 휘감은 마초 같은 기집애와 마주한 쿠도 히나

션샤인이라는 단어를 알고 유진과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망부석처럼 멈춰 서버린 애신. 그 사이를 지나가는 전차는 모든 것을 멈추게 만들었다. 낯선 이방인인 미스터 션샤인이 바로 눈앞에 있다.

하지만 더는 함께할 수 없는 유진과 애신. 두 사람을 전차를 타고 가다 목격한 쿠도 히나는 동매의 장난에도 민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돌아 글로리 호텔로 가는 그녀는 사랑을 안다. 자신이 마음에 품은 사내이지만 그렇게 사랑이란 감정을 가진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쿠도 히나였다.

tvN 주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이완익의 딸이지만 늙은 일본 부호에게 어린 나이에 팔려간 그녀는 그렇게 온몸에 상처를 입고 홀로 서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누구보다 자신의 아비를 증오하는 그녀 역시 의병이다. 글로리 호텔을 운영하며 나라를 위해 일하는 그녀에게 유진은 처음이자 마지막 남자처럼 다가온 인물이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의병 행위마저 혼란스럽다는 애신. 투사의 삶을 선택하며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던 그녀는 유진이 양반이 아닌 노비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왜 자신이 투사의 삶을 살기로 했는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노비라는 이유로 순식간에 변해버린 자신. 스스로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신분 혁파는 그녀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투사의 삶에 대한 회의까지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 유진. 대의 자체가 모순이 되어버렸다는 그녀에게 차이는 존재한다며 자신의 길을 향해 나아가라는 유진은 장갑만 남기고 떠났다.

헛헛함을 가지고 호텔로 돌아온 쿠도 히나는 원하지 않는 남자와 조우했다. 닥터 마츠야마, 남편의 사망 이유를 알고 있는 남자다. 시체검안서를 가지고 있는 이 남자의 등장은 그녀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나이든, 그리고 악랄했던 남편의 죽음에 쿠도 히나가 개입되었다는 사실은 명확하니 말이다.

이 모든 것을 움직인 인물이 바로 이완익이다. 딸이지만 그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글로리 호텔을 탐내는 아비 이완익은 딸의 약점인 '시체검안서'를 얻었다. 언제든 딸을 무너트리고 그곳을 차지하고자 하는 악랄함이 곧 이완익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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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훈과 살던 여성을 이완익에게 보낸 이유는 쿠도 히나가 그의 집으로 들어가기 위함이었다. 닥터 마츠야마를 조선으로 부른 이가 바로 자신의 아비였기 때문이다. 악랄하게 자신을 위협하는 이 남자는 공공의 적이자 자신에게 증오의 대상일 뿐이다.

애신이 저격수로 활동을 할 때 입는 옷을 입고 나타난 김희성. 정혼자를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 옷을 입은 채 활보하는 희성으로 인해 이 옷은 조선에 대유행이 되었다. 희성이 밝혔듯 자신이 입고 다니는 옷은 유행이 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애신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문제의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희성의 말처럼 실제 유행이 되었고, 그게 바로 자신의 '쓸모'라고 이야기하는 그는 전차 자리를 모두 사서 애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텅 빈 전차에 올라선 이는 동매였다. 더는 그 옷을 입고 다니지 말라 경고하는 동매와 자신이 무엇을 해야 애신을 지킬 수 있을지 아는 희성.

자신을 정혼자로 두는 것이 더 이로울 것이라는 희성. 애국을 하든 매국을 하든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희성은 언제든 위기가 찾아오면 자신의 뒤에 숨으라 한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끝난 희성은 그렇게라도 애신의 곁에 있고 싶었다. 거리를 두고 외면하는 애신에게 희성은 든든한 그림자가 되겠다고 자처하며 자신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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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주고 떠난 남자와 주변에 남은 남자, 그리고 빚을 갚으라며 곁에 있기를 바라는 남자. 애신의 주변에 있는 세 남자는 그렇게 그녀를 사랑한다. 그 사랑을 모두 파악한 쿠도 히나까지 이들의 청춘은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부대신이 저격을 당해 사망했다. 외부대신만 되면 죽는 상황에서 누구도 그 자리를 맡으려 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모두 이완익이 지시한 결과였다. 만주에서 마약쟁이로 살고 있던 의병 출신 배신자 영주를 불러들여 살인청부업자로 쓰고 있었다.

영주는 이완익의 밀고자가 되어 애신의 부모를 죽음으로 이끈 원수다. 그가 다시 조선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를 잡은 이가 바로 유진이다. 빈방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옆방에서 뛰어 들어 간 방에는 뭔가를 찾던 영주가 있었다.

그렇게 호텔에서 총을 겨누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도미의 누이 수미는 도망치던 영주의 방패가 되어버렸다. 영어를 아는 수미로 인해 현장에서 극적으로 잡은 유진. 그 자의 옷에서 나온 사진 한 장은 많은 상황을 말해준다. 그 사진이 애신에게도 전해지게 되면 어떤 상황으로 이어질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니 말이다.

이덕문은 이완익을 보좌하는 사이이고, 궁내부 대신 정문의 종형제 사이였다. 그리고 이덕문의 처가가 바로 고씨 가문이었다. 애신의 언니인 애순의 남편이다. 애신의 형부인 이덕문은 사촌 형인 정문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의병을 돕는 이와 매국노가 한 집안에서 나온 것은 바로 당시 사회상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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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런 사회에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지만, 인간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각자 자신의 이해가 존재하고 이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복잡하게 얽힌 이들의 관계 속에서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선 의병들은 서로를 모른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행랑아범과 함안댁을 만난 유진은 그들이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부모일 수도 있는 그들, 그리고 애신 곁에서 그림자처럼 그녀를 지키는 두 사람은 특별한 존재다. 그들에게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눈 유진은 애신에게 전해 달라며 물건 하나를 전했다.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하던 애신은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오자 놀랐다. 그 소리는 유진의 오르골에서 나오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유진이 애신에게 전해 달라며 맡긴 물건이 바로 뮤직박스였다.

어린 유진에게 지독하게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주었던 뮤직박스. 온갖 힘겨움을 이겨내고 미국인으로 성공한 유진은 뮤직박스를 샀다. 그렇게 유진에게 뮤직박스는 미국인 유진 초이의 아이덴티티나 같은 의미다. 그걸 내어준다는 것은 유진이 가진 모든 것을 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애신은 그래서 더 아팠다.

마지막임을 알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애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완익의 집에 있는 역관들의 서류들을 찾는 것이었다. 서글픈 이별 속에서도 애신은 그 일을 맡았다. 그렇게 서글픈 겨울비가 내리는 늦은 밤 총을 들고 이완익의 집을 찾은 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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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은 찾은 것은 애신만이 아니었다. '시체검안서'를 찾지 못하면 무너질 수도 있음을 알고 있는 쿠도히나도 집을 비운 자신의 아비이자 원수인 이완익의 집을 찾았다. 빈 매국노의 집을 각기 다른 이유로 찾은 두 사람은 대결을 한다. 서로의 인기척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싸우는 이들.

같은 의병이지만 서로 정체를 알지 못하는 그들은 자연스럽게 싸울 수밖에 없었다. 애신은 이완익의 책상 서랍을 뒤지다 유진에게 온 편지를 보고는 총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몰랐다. 그렇게 이완익의 집에서 칼과 총을 무기 삼아 싸우는 두 여인의 대결은 아름다워서 처연했다.

가면과 복면이 벗겨진 두 여인이 서로를 응시하는 이 장면은 압권이었다. 위태로운 조선을 구하고자 나선 두 여인 그리고 한 남자를 사랑한 이들이 역적의 집에서 서로의 다른 목적을 가지고 우연히 만나 싸웠다. 그렇게 알게 된 정체, 그들은 이제 하나가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쿠도 히나는 애신의 정체를 알았지만, 애신은 알 수 없었다.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구성된 의병은 서로 활동하면서도 알지 못하는 구조였다. 대한제국 궁내부 대신 정문의 지시를 받는 쿠도 히나와, 의병 조직을 이끄는 황은산의 밑에 있는 애신은 그렇게 마주하게 되었다.

<미스터 션샤인>은 그렇게 두 여인이 만나며 본격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만날 수밖에 없는 그들이 만났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들이 나아갈 길은 정해져 있다. 애신 부모를 죽음으로 이끈 배신자가 미군에 붙잡혀 있다. 유진이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 의병들의 사진, 그 지독한 운명은 그렇게 다시 촘촘하게 그들을 엮어내며 끝을 알 수 없는 불길 속으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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