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맞은 애신은 위기에 처했다. 애신에게 총을 쏜 자는 다름 아닌 구동매였다. 의병군이었던 소아의 정체가 드러난 후 그를 잡으려는 자들의 검문검색이 삼엄해졌다. 자신이 구한 소아를 중국으로 피신시키기 위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한 애신은 그렇게 총에 맞았다.

검은새의 역할;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인물들, 수많은 아무개들이 모여 의병이 되었다

풍전등화의 조선, 아니 대한제국의 처지는 최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기운 상황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열강들의 틈에서 벗어나 대한제국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궁에는 나라를 팔고 자신의 안위와 탐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자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름도 없는 그 아무개들은 자신의 목숨까지 내걸고 그들이 팔아 치우고자 하는 나라를 지키려 한다. "왜 조선을 지키려 하오?" 유진이 툭 하고 던진 그 의문은 어쩌면 자신을 향한 질문이었을지 모른다.

tvN 주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세 남자가 한자리에 모여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 대결구도가 향후 어떻게 변하게 될지 따라가는 재미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반과 노비, 그리고 백정의 아들들이 성장해 한자리에 한 여성 때문에 모였다.

양반가끼리 정혼을 해 애신과 희성은 언제라도 혼사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다. 허옇고 나약한 희성과는 절대 혼인할 생각이 없는 애신. 그런 애신을 처음 보는 순간 희성도 깨달았다. 자신 앞에 있는 이 여성이 아내가 아닌 남이 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희성은 동무가 되어 애신을 지켜주겠다는 말까지 했다. 그렇게라도 곁에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동매에게 애신은 치맛자락의 감촉이 기억의 집합체였다. 그렇게 평생 잊지 못했던 애기 씨를 조선에 와 다시 만났다. 자격지심 강한 구동매는 여전히 자신은 절대 곁에 갈 수 없는 존재라 생각해 경계만 했다. 언감생심 감히 넘볼 수 없는 애기 씨, 그럼에도 지독한 감정은 동매의 가슴에 가득하다.

애신이 하는 것이라면 뭐든 수집하고 따라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 애신의 글씨체를 익혔고, 사탕도 먹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갈증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정혼자가 일본에서 돌아왔다는 말에 화가 났던 동매는 애신이 유진에게 보낸 서찰을 보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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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지만 이미 모든 것을 빼앗긴 듯한 상황. 너무 달아서 쓴 사탕의 맛처럼 동매에게 애신은 그런 존재였다. 그런 애신이 저격수로 지붕 위를 날아다닌다. 소아를 잡기 위해 제물포까지 갔던 동매는 눈빛만 보고도 저격수가 애신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애신임을 알았다면 쏘지 말아야 하지만 그는 가슴이 아닌 다리를 맞췄다. 혹시나 애신이 아니기를 바라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가 자객으로 키워진 동매는 몸이 기억하고 움직인다. 순간적으로 다리를 노린 것은 그 본능을 제어한 것이다.

아침 기찻길에 앉아 애신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상복을 입은 그녀를 보고 당황하는 동매. 그런 동매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고 맞서는 애신은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동매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애신은 핵심을 찔렀다.

"난 해도 자네는 못할 듯싶은데?"

애신이 동매에게 한 이 발언에 마치 언 듯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동매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애신을 제거할 것인지 아니면 그녀를 도와야 할 것인지. 이미 애신이 의병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상황에서 그녀를 살려둔다면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돕든지 스스로 제거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유진은 선택했다. 조선이 조금은 늦게 망하는 쪽으로. 애신을 만나며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가치관이 조금씩 정립되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첫눈에 반한 감정이 그렇게 확장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토록 저주했던 조선을 살리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사람들을 보면서 그가 조금씩 변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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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부당하게 부모를 잃고 힘겹게 미국에서 홀로 버티고 성장한 유진. 그에게 조선은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은 과거일 뿐이었다. 운명처럼 다시 돌아온 조선에서 맡은 첫 임무에서 만약 애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유진에게 조선은 없었을 것이다.

애신을 가르치는 장 포수, 그리고 의병군을 이끄는 황은산. 애신 주변의 사람들을 알아가며 유진의 마음이 변하는 것 역시 당연했다. 더욱 황은산은 어린 9살 노비 아들을 구해준 은인 아니던가. 의병으로서 가치나 조선을 구하겠다는 거대한 포부가 아닌 애신을 돕겠다고 시작된 그의 마음은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장 포수의 요구를 거부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애신이 목숨까지 내걸고 구한 소아를 탈출시키는 데 협조한다. 그리고 카일 역시 묻지도 않고 유진의 요구를 들어준다. 통변을 하는 마음 약하고 일을 너무 잘하는 관수까지 가세하며 일본이 혈안이 되어 찾던 소아를 무사히 떠나보낼 수 있었다.

통변을 하다 일본의 편에서 서서 조선의 몰락을 부추기는 이완익과 달리, 임관수는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한다. 조선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그는 그렇게 유진의 통변으로서 그리고 향후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격변의 시대를 함께할 동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미끼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애신.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임무에 나서서 제안한 그녀는 제물포로 향했다. 그의 할아버지인 사홍은 손녀가 그 길을 가지 않기를 바랐다. 두 아들을 의병군으로 잃은 할아버지로서는 손녀가 편하게 살기 바랐다. 그래서 조선 최고 부자인 김 씨 가문과 사돈을 맺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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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홍은 의병군에게 돈을 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아들의 뜻을 받아 그들에게 군자금을 대주던 사홍은 여전히 불안하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두 아들을 먼저 떠나보냈듯, 어린 손녀마저 잃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바심 말이다. 그래서 장 포수에게 총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게 했지만, 여전히 불안은 떠나지 않았다.

검은 새가 하늘을 뒤덮으면 세상은 변할 수 있을까? 부모님을 모신다는 핑계로 애신은 제물포로 향했다. 핏덩어리로 사홍의 집에 들어올 때부터 함께했던 행랑아범과 함안택은 단순히 애신 곁에 있는 몸종이 아니다. 그들은 의병 저격수인 애신을 보호하고 돕는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다.

주변의 많은 믿을 수 있는 이들에게 애신을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그래서 애잔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기 위해 지붕 위를 날아다니는 한 마리 검은 새가 된 애신은 동매의 총에 맞아 떨어지고 말았다.

동매 일당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소아를 탈출시키려는 계획. 이를 눈치 챈 동매와 벌인 숨 막히는 추격전. 그 과정에서 동매는 애신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이 지독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는 동매. 하지만 그 알량한 자존심을 앞세우기에 이 사안은 중대하다. 그리고 그는 애신이 독기를 품고 이야기한 "난 해도 자넨 못할 듯싶은데?"라는 말은 동매의 미래를 암시한다.

일본에 가 있는 사이 매년 자신의 옷을 맞췄다는 애신. 하지만 치수가 달랐다는 말에 혼란스러워하는 희성은 그 옷을 애신이 직접 입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검은 새가 되기 위해 여자가 아닌 남자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임무를 수행하던 애신은 그렇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옷을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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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를 구하던 날 함께 있었던 장소. 다리를 다친 상태에서도 그곳을 찾은 애신은 유진을 만났다. 애신이 언제 올지 모른 채 매일 그곳을 찾았던 유진. 러브가 힘들면 멈춰도 된다는 유진의 말에 애신은 언제든 멈출 수 있으니 오늘은 그냥 두자며, 통성명과 악수 다음은 뭐냐 묻는다.

'허그'라는 말과 함께 절대 못할 것이란 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애신은 그의 품에 안겼다. "H는 다 외웠소"라는 말과 함께 이들의 불안한 사랑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름 없는 수많은 '아무개'들이 모여 '의병'이 되었다. 유진 역시 대한제국 정부에서는 그저 '아무개'일 뿐이다. 그 아무개가 이제 조선을 조금은 더디게 망하도록 하겠다고 나섰다.

친일파 우두머리인 이완익의 딸인 쿠도 히나는 그저 돈 많은 미망인으로 호텔을 운영하는 인물에 그치지 않았다. 황제를 보좌하는 특별한 인물이었다. '성총보좌'라는 도장이 찍힌 서신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그녀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할지도 궁금해진다.

나루터 주막의 홍파가 의병을 이끄는 황은산에게 다가가는 자들을 감시하는 것과 같이, 글로리 호텔의 안주인으로 고관대작들이 드나드는 그곳에서 정세를 읽는 쿠도 히나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수많은 이들은 자신을 숨긴 채 위태로운 조선을 구하기 위해 총을 들었다.

24부작의 1/3이 끝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 속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초반 캐릭터를 구축하고 설명하는 8번의 이야기가 끝나고 그렇게 변하기 시작한 인물들이 각자가 선택한 곳에서 충돌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미스터 션샤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민초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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