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청래 의원(4선·서울 마포을)이 더불어민주당의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국민의힘을 향해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3대 개혁' 분야로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추석 전 법제화를 완료하겠다고 했다. 보좌간 갑질 의혹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서 물러난 강선우 의원에게 위로 전화를 했다. 

정 대표가 개혁과제를 추진해 나가면서 제1야당의 실체를 인정하고 협치를 해 나가야 한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하지 못한 채 극우적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의석수 107석을 보유한 정당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극단의 정치가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당대표가 지난 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로부터 받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당대표가 지난 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로부터 받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대표는 지난 2일 민주당 전국당원대회에서 합산 득표율 61.74%를 기록해 당 대표에 선출됐다. 정 대표와 경쟁했던 박찬대 의원은 38.26%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민주당 대표 선거에는 권리당원 투표 55%, 국민여론조사 30%, 대의원 투표 15%가 반영됐다. 정 대표는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에서 각각 66.48%, 61.74%를 얻어 박 의원을 크게 따돌렸다. 다만 대의원 투표에서는 박 의원이 53.09%, 정 대표가 46.91%를 얻었다. 정 대표의 임기는 이재명 대통령 당대표 잔여 임기인 내년 8월까지다. 정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이끌게 된다. 정 대표의 연임은 지방선거 결과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약속드린 대로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어 검찰·언론·사법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며 "지금 바로 검찰개혁TF·언론개혁TF·사법개혁TF를 가동시키겠다. 추석 전에 3대 개혁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언론개혁 입법 과제로 언론중재법 개정과 방송3법이 꼽힌다. 방송3법은 국회 본회의 처리가 예정돼 정 대표가 향후 언론중재법 개정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대표가 22대 국회 들어 발의한 '1호 법안'이 '가짜뉴스·허위보도 3배 손해배상'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다. 

정 대표는 수락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과의 관계 설정에 관해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다. 여야 개념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 대표는 "헌법을 파괴하고 실제로 사람을 죽이려고 한 데 대한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내란 특검을 통해 국민의힘에 내란 동조 세력과 방조자가 있다는 게 밝혀지면 자연스럽게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하라는 국민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또 정 대표는 3일 SNS에 강선우 의원과 통화한 사실을 알리며 "많은 위로를 해주었고, 당대표로서 힘이 되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제가 강 의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며 "힘내시라"고 했다.

지난 3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3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4일 경향신문은 사설 <정청래 민주당 대표, 개혁하되 협치 손 놓지 말아야>에서 "신속한 개혁만큼 중요한 것은 충분한 공론화를 통해 명분을 축적하고 여론 동의를 얻는 ‘빌드업 과정’이다. 그럴 때만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이 가능하다"며 "개혁 과제는 강력 추진하되 그 이면까지 사려 깊게 살펴 흠결 없이 달성하길 바란다. 문재인 정부 시기 정밀한 설계 없이 추진됐던 ‘검수완박’의 부작용과 역풍을 교훈으로 삼길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내란 세력에 대한 단죄·청산도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자칫 정치적 논쟁과 갈등의 난장으로 변질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극우’적 퇴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심한 정당이긴 하지만, 3분의 1이 넘는 국회 의석(107석)을 가진 정치적 실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제1야당을 청산 대상으로 간주하고 일절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정쟁이 극단화될 것이고, 국민의힘 내 극단 세력이 정치적 수명을 연명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정청래 새 대표, 국정 책임지는 ‘유능한 민주당’ 이끌길>에서 "중도층을 포함한 국민 여론 전반을 의식해야 하는 대통령실·정부와 끊임없이 소통·조율하면서 개혁 진행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며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의 여야 관계 또한 정 대표가 외면할 수 없는 숙제"라고 했다. 

한겨레는 "‘12·3 내란’ 이후 지금까지 보여온 국민의힘의 행태를 보면, 정 대표의 말에 수긍이 간다. 다만 입법 과정에선 야당과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개혁 과정이 여당의 강경 일변도로 비치지 않도록,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고 협치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포기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재명 정부의 당면 과제가 '내란 종식'과 '국민 통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야당 해산'하겠다는 새 여당 대표의 오만>에서 정 대표의 취임 일성에 협치와 공존의 메시지가 빠졌다며 "전례 없이 호전적인 여당 대표의 등장에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 대표가 사실상 야당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며 "정녕 민심이 갈등과 분열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 대표가 국민의힘 위헌정당해산 의지를 다지는 데 대해 "이미 다수 유권자는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이후 불법계엄의 책임을 묻는 특검 수사가 한창"이라며 "정치공세로 지리멸렬한 야당을 더 자극하고 뭉개봐야 극성 지지층의 환호만 남을 뿐"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 대표가 강 의원을 감싼 데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를 무시하고 맞서겠다는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는 사설 <與 대표에 정청래… ‘尹 정부-국힘의 실패’ 전철 밟지 말아야>에서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채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07석의 제1야당으로서 실체가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과의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협력까지 배제하는 듯한 태도는 ‘정치 복원’을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의 기조와도 거리가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정 대표가 이 대통령과 '한 몸'을 주장하며 "굳이 쓴소리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한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동아일보는 "여당이 여론을 가감 없이 전하는 가교가 돼야 국정이 독선으로 흐르는 걸 막을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 정 대표가 역할을 해야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국민보다 강성 당원만 바라보는 여당 대표 정청래>에서 "역대 민주당 대표 중에 강성이란 평가를 받은 인사들이 꽤 있었으나 야당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은 여태껏 없었다"며 "당장 당의 강성 당원들로부터야 박수를 받겠지만, 장기적으론 극도의 정치 갈등과 사회 분열을 유발해 국가적으로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취임사에서 '분열의 정치를 끝내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며 "그런데 야당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정 대표의 입장은 이 대통령의 취임사 정신을 완전히 무색하게 만든다. 대체 어느 쪽이 여권의 진심인가"라고 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주진우(왼쪽부터)·김문수·안철수·조경태·장동혁 당 대표 후보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주진우(왼쪽부터)·김문수·안철수·조경태·장동혁 당 대표 후보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사설 <“야당과 악수도 않겠다”는 민주당 새 대표>에서 "정 대표는 경선 기간에도 ‘당 대포(大砲)’를 자임하며 국힘 해산을 거론했다. 선거 때야 득표를 위해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당선되자마자 제1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대결을 선언한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민주당 내부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지 말고 국민 전체, 국가 이익을 아우르는 큰 정치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민심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게 집권당 대표의 중요한 역할이다. 대통령이 민심에 어긋나면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할 사람이 '눈빛만 봐도 안다'라며 대통령과의 친분만 강조해선 곤란하다"며 "국민 눈보다 대통령 눈을 더 의식한 당정은 예외 없이 국정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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